비로자나(毘盧遮那)부처님과 노사나(盧舍那)부처님의 구분(3)
이번에는 가장 어려운 부처님입니다.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인데요.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大寂光殿)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우리 나라 절집 열 곳 중 한 곳 이상이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을 모신 곳입니다.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은 부처님의 말씀, 즉 진리의 말씀인 불법을 상징하는 형이상학의 부처님입니다. 다시 말해 진리 그 자체를 부처님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는 말씀이구요, 서양식으로 이야기하면 로고스의 부처님이고, 한자식으로 이야기하면 법신(法身)입니다. 어렵지요. 밝은 빛은 진리의 상징입니다. 햇빛이 온 세상 곳곳을 비추듯이, 부처님의 진리가 세상 곳곳을 가득 채운다는 의미로 광명의 부처님이기는 하나, 침묵의 부처님으로 설법을 하지 않는 부처님이신지라, 대중이 가깝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부처님이십니다. 그러니 큰 절집 아니면 뵙기가 힘들지요.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둔 팔만대장경의 법보종찰 해인사의 주불(主佛)이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인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입니다.
먼저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을 전각의 이름으로 구분하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면,
구례 연곡사 대적광전(大寂光殿)
비로자나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금당(법당)의 이름으로 가장 많은 것은 대적광전(大寂光殿)입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소의경전(所依經典이 화엄경이라 화엄장의 세계, 즉 고요와 빛으로 충만한 세계의 부처님입니다. 적광(寂光이라는 의미에 클 대자가 붙은 것이겠지요. 보통은 단독으로 모시지 않고, 삼신불(三身佛)로 모시는데,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불을 중앙에 모시고, 그 오른쪽에 화신(化身)인 석가모니 부처님, 왼쪽에 보신(報身)인 노사나(盧舍那) 부처님을 모시는 형식입니다. 아래에서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릴 겁니다.물론 대적광전(大寂光殿)만 쓰는 것은 아니고, 대광보전(大光寶殿), 대광명전(大光明殿) 등도 쓰이지만, 고창 선운사처럼 대웅보전(大雄寶殿)을 쓰는 경우도 상당히 보이고, 논산 관촉사의 보광명전, 하동 쌍계사의 화엄전도 있습니다.
구례 연곡사 대적광전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협시(脇侍)
주불전에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을 모실 때는, 보통의 경우 삼신불을 모시는 것이 상례이나, 구례 연곡사처럼 문수 보현보살의 협시를 받기도 하고, 홍천 수타사처럼 비로자나 부처님 단독의 대적광전도 있습니다.
부산 범어사 비로전(毘盧殿)
비로자나 부처님을 단독으로 모시는 전각은 보조불전(補助佛殿)일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적광전(寂光殿), 광명전(光明殿), 화엄전(華嚴傳) 혹은 쉽게 비로전(毘盧殿_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결국 진리와 빛의 부처님, 설법을 하시지 않는 고요한 침묵의 부처님이신지라, 모시는 전각의 이름에는 빛 광(光)자나 고요할 적(寂)자가 들어간다는 것만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을 수인으로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면,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지권인(指拳印)
비로자나 부처님의 수인은 독특하고 유일합니다. 두 손 모두 엄지손가락을 손 안에 넣고 주먹을 쥔 다음,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펴서 오른손으로 감싸쥔 모습입니다. 지권인(指拳印)이라 하고 이 수인을 하고 계신 부처님은 무조건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고, 몇 분의 부처님 보살님이 있더라도 항상 가운데 자리, 센터입니다.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을 구분하실 수 있으니, 이제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과 함께 여러 부처님을 같이 모시는 경우를 볼 텐데, 특히 노사나(盧舍那) 부처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삼신불입니다.
삼신三身이란,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세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법신法身이란 지금까지 이야기한 진리의 부처님,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입니다. 화신化身이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중생들에게 나투시는 부처님, 대표적으로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인간으로 모습으로 와서, 우리들에게 진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지를 보여주신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며, 보신報身이란 노사나 부처님을 말하는데, 노사나 부처님은 한량없는 공덕의 쌓음으로 대원을 완성해내신 부처님, 예를 들면 동방 유리광세게의 약사여래나 서방 극락세계의 아미타 부처님 등을 통칭한 개념입니다.
구례 화엄사 대웅전 삼신불三身佛
양산 통도사 대광명전(大光明殿) 삼신불(三身佛) 노사나불 (탱화에 보관과 장신구를 하신 모습)
이렇게 삼신불(三身佛)을 모실 때에는, 비로자나 毘盧遮那주불의 오른편에는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을 모시고, 왼편에는 노사나불盧舍那佛을 모십니다. 노사나 盧舍那부처님은 바로 이 경우에만 주불전에 모십니다. 노사나 부처님을 단독으로 모시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 노사나 부처님은 공덕을 쌓아 대원을 이루신 부처님이기에, 비로자나 부처님이나 석가모니 부처님은 승려로써 몸에 가사 외에는 아무런 장신구를 하시지 않는데 반해, 노사나 부처님은 마치 보살님처럼 보관을 쓰시고 온갖 장신구를 갖추신 모습을 하기도 합니다. 구례 화엄사 대웅전의 노사나盧舍那 부처님처럼 없지는 않지만, 불상으로 보기는 쉽지 않고, 대부분 노사나盧舍那탱화에서 화려한 노사나 부처님의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大寂光殿) 노사나 부처님
노사나 부처님의 수인은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노사나盧舍那 부처님은 위 사진, 구례 화엄사 대웅전의 노사나盧舍那 부처님처럼 손바닥이 보이도록 양손을 든 모습의 수인手印을 하십니다. 설법인說法印의 다른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런 수인을 하고 있다면 거의 노사나 盧舍那부처님이다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삼불三佛이 아니라 오불五佛을 모신 주불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 수국사 대웅보전 주불단
서울 수국사의 대웅보전에는 삼신불(三身佛)과 삼계불(三界佛)을 함께 모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양쪽에 포함되나 한 분만 모시므로 다섯 분입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서울 구룡사 만불보전 주불단
양산 통도사의 서울 포교당인 구룡사의 만불보전에는 사진에서 보시듯, 무려 일곱 분의 부처님을 모셨습니다. 삼신불(三身佛)과 삼계불三界佛에 더해 삼세불三世佛까지 모신거지요. 아홉 분이 아닌 것은 역시 모두 공통인 석가모니 부처님 때문인 것은 눈치 채셨지요?
문제는 그 많은 부처님들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입니다.
사실 세 분이나, 세 분 이상의 부처님을 구분할 때는 우선 센터에 자리잡은 분을 봅니다. 센터의 자리에는 보통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이나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이 오시는데, 당연히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이 먼저십니다. 그 두 분 외에 센터 자리에 앉는 부처님은 없습니다.세 분인데, 센터가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일 경우 좌우에 아미타阿彌陀 부처님과 약사여래藥師如來가 가장 많이 모셔집니다. 삼계불三界佛이라 하지요. 보조불전의 경우에는 연등燃燈부처님과 미륵彌勒부처님을 모시는 삼세불三世佛이 오기도 하는데, 이는 앞편에서 말씀드린대로입니다.
삼계불三界佛이나 삼세불三世佛의 경우처럼 비로자나 毘盧遮那부처님이 없을 때는, 석가모니 釋迦牟부처님 중심으로 위치를 보시면 됩니다. 삼신불(三身佛)의 경우는 비로자나 毘盧遮那부처님이 계시니 당연히 센터는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이시지요.
오불五佛, 즉 삼신불(三身佛)과 삼계불三界佛의 조합일 경우에는, 센터에 비로자나 부처님이 오시니 좌우에 삼신불(三身佛)의 석가모니 부처님과 노사나 부처님이 오시고, 맨 가장자리 좌우로 삼계불三界佛의 아미타 부처님과 약사여래의 자리가 확정됩니다.
칠불七佛, 즉 삼신불(三身佛)과 삼계불三界佛, 그리고 삼세불三世佛의 조합일 경우에는, 역시 센터에 비로자나 부처님과 좌우의 석가모니 釋迦牟尼부처님과 노사나 부처님이 오시고, 석가모니 부처님 오른쪽으로 아미타 부처님, 노사나 부처님 왼쪽으로 약사여래가 오시며, 맨 가장자리에는 연등 부처님과 미륵 부처님이 오시면 칠불七佛이 완성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한꺼번에 뵐 때는, 센터의 비로자나盧舍那佛 부처님을 확인한 뒤 위치로 부처님들을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혹시 헷갈리시면 부처님은 모두 저마다의 수인이 있으시기에, 수인을 보고 어떤 부처님인지 구분하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수인만으로 부처님을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이야기 하나만 더 하고 끝내겠습니다.
남원 실상사 보광전普光殿 아미타불
주불전 중에 보광명전普光明殿 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각이 있습니다. 화엄경의 근본진리인 보광명지를 뜻하는 전각으로 줄여서, 보광전普光殿이라고도 합니다.이 보광전普光殿이 어렵습니다. 보광전普光殿에는 원래 법신을 모시나, 화신이나 보신이 깨달음을 열어서 법신으로 광명설법을 할 수 있기에, 어떤 부처님을 모셔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광전에 어떤 부처님이 계시는지는 전각 안에 들어가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주 남장사 보광전에는 비로자나부처님, 남해 보리암의 보광전에는 관세음보살님, 경주 분황사 보광전에는 약사여래, 남원 실상사 보광전에는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미륵 부처님과 연등 부처님의 구분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3 부처님의 구분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작성자 느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