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수상작〈장원〉
2021.10.25 월요일
중앙일보
가위
- 김현장
전설에 의하면 조상 중 한 분이
쌍칼에 *사북 꽂고 보자기를 베려다가
짱돌의 매복에 걸려 불구가 됐다지요
일용직 아버지가 잘려나간 그 날에도
할머니는 가위로 마른 고추 잘랐어요
맵고도 노란 생 하나, 밤하늘의 별로 떴죠
가끔은 잘못 베어 바늘 할미 꾸중 들어도
엄지와 검지 사이 희망을 끼우고서
엿장수 가위질처럼 아침 햇살 자릅니다
◆김현장
전남대 수의학과 졸업.
강진 백제동물병원장.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 전공 석사 재학.
〈이달의 심사평〉
이달 장원은
김현장의 ‘가위’다.
가위질 잘못했다가 불구가 된
조상의 이야기를 첫 수에 배치하여
잘리고 자르는 한 집안의
敍事를 그려냈다.
그러고 보면 가위질을 한다는 것은
쌍 칼질을 한다는 것이다.
그냥 칼질이 아니고 쌍 칼질이다.
그것에 아버지는 베여 失職되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주저앉지 않았고
“마른 고추”와
“아침 햇살”을 자르며
희망적인 삶을 이어나간다.
셋째 수에서는 ‘규중칠우쟁론기’를
연상하게 하는 유쾌함까지 더해 단단한
詩的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심사위원 :
최영효, 강현덕(대표집필) 시조시인
(끝)
*사북 :
1.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의 아랫머리나
가위다리의 교차된 곳에 박아
돌쩌귀처럼 쓰이는 물건
2. 문고리나 배목을 박는 데에
튼튼하고 보기 좋게 하기 위하여
양쪽에 끼워 넣는 둥그스름한
쇠붙이 조각. 돈짝, ...
3.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naver 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