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음식이 다 떨어질 것을 염두해 일찍 만나서 같이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안먹는 걸 선택한 사람들은 침대에 편히 자고 있었다.
조식 티켓을 끊고 뷔페에 들어가자
유준 형은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밥부터 찾아다녔다.
전날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
너도나도 쌀밥에 목말라 있던 것이다.
난 아침밥을 잘 안먹는 편이지만
뷔페에 온 이상 점심때 먹을 양까지 든든하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새 음식을 가지러 의자를 일어설 때마다
매의 눈처럼 음식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웃겼는지
유준 형이 '목표물 포착'이라고 외치면서 장난치곤 했다.
소화 시킬 겸 호텔 근처에 있는 녹차밭에 들어가 산책했다.
진한 녹차향을 기대하고 갔는데 잎을 만져봐도 냄새는 안났다.
그래도 녹차나무들이 잘 관리되어 일정한 방향으로 자리 잡은 게 아름다웠다.
11시 퇴실 후 12시까지 렌트카를 반납해야 해서
중간에 어디 들릴 곳 없이 공항에 바로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 항공에 들어가서부터 약간 진이 빠져있었다.
누가 옆에서 놀이를 하든, 말을 걸든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편히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저 주위를 살펴보면서 우리 짐을 지키기만 할 뿐이었다.
광주에서 출발했을 땐 있는 자리 중에서 서로 가깝게 자리 잡았는데
돌아갈 땐 모두가 창가 쪽에 앉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창가 쪽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바깥 풍경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제주 공항에 도착했을 때 혁수는 친구들에게 술을 사서 전해줘야 한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대체 청소년이 다른 청소년들에게 술을 사주는게 말이 되는 일인지 혁수의 사고방식에 놀랐다.
친구들과 약속한거라 술을 안사고는 못배기겠다는 태도였다.
이 사실을 혁수 부모님께 연락해 알리자 혁수는 화를 내면서 광주로 안돌아 갈거라고 우리가 있는 자리를 피했다.
한참 뒤에 멀리서 통화를 하며 걸어오는데 우리랑 거리를 두고 전화로 욕을 하면서 짜증을 내는 것이다.
녀석이 잠잠해질 때까지 우린 반응하지 않기로 했고 선생님은 아예 자리를 비우셨다.
탑승 시간이 되자 모두들 침묵으로 비행기를 탔다.
광주 공항에 도착해서 입구를 나가기 전 둘러모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혁수 너는 마지막 날까지 힘들게 하는구나. 하고
모두에게 제주살이 하느라고 고생 많았고 푹 쉬다가 보자고 하셨다.
광주에서 택시를 타기 전까진 돌아온 것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낯익은 광주버스와 건물과 도로를 지나면서 반가운 감정이 이때서 번뜩였다.
모두 안전하게 여행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제주살이를 잘 보낼 수 있게 응원해준 학생 부모님들과 외부 선생님들께 감사했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모두가 한 걸음 성장 됐기를 바란다.
고생했고 충분히 쉬었다가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