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회 청원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만큼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그만큼 윤석열 집권 이후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외교, 국방, 민주주의 등 모든 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퇴행하고 있다. 그는 지극히 무능한 데 무도하기까지 하다. 위법과 위헌까지 범하여 탄핵의 필요조건만이 아니라 충분조건도 채워졌다. 보수층과 기득권의 인사조차 점점 탄핵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자 또한 나라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망치기 전에,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탄핵이 능사가 아니다. 시대정신이자 과제인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으로 나라의 방향이나 정책을 잡지 않는 탄핵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이미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의 힘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이 촛불의 요청이었던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하나도 추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권을 배태한 장본인임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또다시 과오를 되풀이하려는가.
우리는 지금 너무도 절박한 상황에 있다. 기후위기로 파국이 오는 시점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상위 10%가 절반의 소득과 7할 이상의 자산을 점유할 정도로 불평등이 극대화하고 있는데, 경제학자 에스테반 마이토Esteban E. Maito는 지금 추세로 가면 2056년에 선진국 기업의 평균이윤율이 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의 극복을 말하면 이상적이거나 비경제적이라고 말하지만, 맥시밀리언 코츠Maximilian Kotz 등의 연구팀은 올해 <네이처Nature> 지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 연간 피해액은 매년 38조 달러(약 5경 2139조 원)에 이르는데 이를 극복하는 비용은 그 1/6인 6조 달러(약 8250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기후 위기의 극복은 경제적으로도 남는 사업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노동을 유연화하고 공공영역을 사영화하고 규제를 철폐하여 기업의 이윤이 올랐는데 왜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 모두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데이비드 코츠David M. Kotz는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국 기업의 평균이윤율이 8.15%로 상승했는데 자본의 평균 축적률은 1.89%에 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왜 이윤율이 높아졌음에도 축적률은 2% 이하로 떨어졌는가. 바꾸어 말하여, 왜 이윤율이 오르면 일자리를 늘리고 기술 투자를 하여 경기가 활성화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 반대인가. 부채와 지대(rentier) 전환 때문이다.
2022년의 전 세계의 부채 총액은 235조 달러로 GDP의 238%에 달한다(국제통화기금). 이윤율이 떨어지자 자본은 토지만이 아니라 금융, 신용, 공공영역과 공공서비스, 천연자원, 디지털 플랫폼을 사영화하여 지대로 전환하였다. 모두가 지주처럼 불로소득에 환장하면서 자본주의를 떠받쳐주던 기업가정신과 기술 투자는 점점 사라지고 생산성과 성장률은 1%에 수렴하고 있다. 불평등을 극복하고 민생만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서도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사회공유소득제와 같은 개혁책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본질은 극우 신자유주의 검찰 독재 정권이다. 강성 신자유주의자들이 권력의 안팎에 포진하여 자본과 기득권 동맹을 위하여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를 검찰 독재와 시행령 통치를 통해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면서 극우 이데올로기로 합리화하고 있다. 촛불에도 변화가 없고 윤석열 정권의 퇴행을 맞은 근본 이유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신자유주의 체제와 기득권 동맹이 그대로 유지되고 민주당도 그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성찰하지 않는 과거는 미래가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신자유주의 체제와 기득권 동맹을 해체하고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도록 대한민국의 체제와 정책을 전환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나쁜 역사는 또 반복될 것이다. 중종반정에 참여했던 채수가 왜 사형 위기에 놓이면서까지 소설 <설공찬전>을 통해 중종을 거세게 풍자했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이도흠/2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