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태워 보면 안다
비어 있는 것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불길만 봐도
나무를 알 수 있다
사람 또한 나무와 다르지 않고
가벼울수록 소리가 크다
소리 없이 타오르는 사과나무
불길을 보며 침묵 속으로
한 발자국 걸어가 본다"
시인 김재진의 문장.
오늘, 나에게 던지는 추석 화두!
열반 스님의 때낀 가사와 바리때.
어리석은 나를 깨우침을 주고자
문장과 암자가 주는 묵언이다.
사찰을 찾을 때마다 가사장삼과
밥그릇, 바리때를 한낱 스님들의 유품으로 알았지만 수행고승의
평생 길동무 침묵의 반려였음도,
의복과 음식이 사람사는 가치라,
중추가절은 고향과 조상을 찾아
가족들과 만나 기쁨과 웃음들을
번지게 하고 둥근 월석이 휘황히
뜨는 만월, 그 포근함속에 풍요한 음식도 나누며, 조상들의 음덕도 얘기하는 가배절 보람을 찾지만,
나는 홀로, 차분하게 추석연휴의 고독한 시간의 번뇌, 애상을 잊어
버리고자 작은 암자를 찾았다.
집에서 나와 30여분 한가하게
걸어 오른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
고택처럼 자리한 아담한 스무평
남짓 규모로 지어진 고요한 암자. 자하문로를 따라 브르나이대사관
지나서, 청운공원쪽으로 걷다보면
부암동주민센터 왼편으로 골목
골목, 따라 시냇물 흐르듯이 좁고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 끝나는
숲길에 북한산 보현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후박나무, 모과나무,
대추알 파랗게 영근 대추나무가
맞아 주는 속세를 잊은 선다암.
우리는 한 뿌리에서 파생된
서로 다른 이파리 같은 존재다.
그러니 나와 남은 없는 것이다.
불행은 나만 고집하고 내 욕심만
챙기려 할때 생기는 종양 같은 것.
일체법무생, 남을 분별하지 않는 마음이 진정한 자비라, 여래 강론
하듯 동풍이 온화하게 불어온다.
80년초 학생복 패션 탑 모델로
활동하다 작년, 11월에 입적한
법명 덕원스님, 세속명 최호견.
그는 스마트 학생복 원탑 모델로 엘리트 복지 최수종과 경쟁하며
학생복 모델수입이 일반회사원,
급여 40배 이상 수입을 올리며
소위, 잘 나가던 탑 모델이였으나
30세때 삶이 번거롭고, 세상의
인연과 금전의 허망함에 회의가
느껴져 출가, 스님이 됐다는,
대구 팔공산 묘봉암을 지어 수행,
독경하다 63세로 극락 해탈하니
인생, 삶은 화려한 것도 한 시절,
어둠에 수행하는 것도 한 시절.
영화배우 한지일, 이순재, 김용건,
이정길, 최호견이 그 시대 때 최고
정장양복 모델들, 여자 학생복의
세라는, 최시라, 김희애가 상큼의
모델로 활동했고 장미희, 정윤희,
김창숙, 미스코리아 김성희 등이
여성의류 패션계를 주름 잡았던,
그런 회상도 덕원 스님과 연관해
생각해 보는, 재천순리 인생무상.
암자는 시와 문장이다.
암자에 서면 감성이 풋풋해지고
젊은 시절로 가듯 정신의 날이 선다.
메마르고 이기스런 맘이 촉촉한
내버림, 투척으로 와서 좋다.
눈에 보이는 것, 화초로 보이며
귀로 듣는 것, 노래와 선문답경의
구절로 들리는 풍경 소리같은,
시와 문장은 말과 사찰, 생각 사,
조합의 언사문장 이라는,
재어 논 갈비찜하고, 찜조기,
돼지통고기찜, 육전해서 조상님들
차례상 홀로라도 정성으로 즐겁게
홍동백서 중훼, 음식준비를 하고,
부모, 내가족들, 아내는 달맞이
하며 건강, 안녕을 기도 할거고,
나로 인한 한 짐, 고뇌와 고통들도
다 벗어 던지고 훌훌 보름달 아래 날아가는, 이른 기러기를 보듯이
나는 무심히 지켜 볼 뿐!
몸이 고단하면 영혼이 맑아지는,
태풍과 폭서에서 견딘 감, 황모과,
대추가 탐스렇게 익어가는 가절에
신록의 빛깔도 조락으로 가는,
가을 밤 보름달의 모성적 빛으로
은혜주는 하얀 모시풍천 휘감김을
기대하며 선다암을 내려왔다.
어버이 굵은 주름살
아내의 속울음, 인고의 세월을
오늘만이라도 활짝 펴 주렴!
휘영청 한가위 달님에게
빌어 볼 테다.
중주가절, 추석 명절은 세월 속,
공간속에서도 영원할 것으로!
- 풍운유서(선다암 추석)중 -
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