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격 거품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월15일자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스탠드는 ‘편의점과 스타벅스 커피의 원두 원가 400~500원’ 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연합뉴스>에서 먼저 불을 지폈고, 이를 <조선일보>를 비롯해 <연합뉴스TV>, <MBN>, <한국경제TV>, <이투데이>,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위키트리>, <데일리한국>, <월간 금융계>, <한라일보> 등이 받아 썼다. 시간대를 봐도 <연합뉴스>가 2월15일 오전 6시경 온라인에 기사를 송고한 후 짧게는 두 시간에서 길게는 다섯 시간 간격을 두고 타매체들도 이를 인용 보도했다. 커피 가격에 대한 유래 없는 십자포화다.
기사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현재 편의점과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 원두의 가격이 400~500원대인 반면,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내용이 기사의 주된 골자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CU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원두는 최상급을 사용하고 가격은 1천원~1천200원대인데, 스타벅스를 위시한 일선 카페의 커피 값은 원가(400~500원)의 8배가 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든 것은 지난 1월20일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13개국 주요 도시 현지 조사 결과다. 자료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국내 가격이 4천100원으로, 조사한 13개국 중 두 번째로 비싸다는 내용이다. 또 현재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커피 가격이 4위로 꼽힌 일본(3천475원)과 12위의 미국(2천821원)보다 각각 18%와 45% 비싸다는 결과도 함께 근거로 제시됐다.
기사는 '바가지', '상술' 등의 강한 표현을 써 가며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 가격에 거품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커피업계와 업계 관계자의 코멘트를 인용해가며 커피 한 잔당 원가의 차이는 많아야 100~200원 수준이고, 편의점 커피는 이의 1/4 가격이라고 지적하는 지점에서 기사의 방향이 불분명해진다. 이게 현실적인 적정 커피 가격을 위한 담론인지, 편의점 커피에 대한 힘 실어주기인지 독자는 도통 헷갈린다. 카페 커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덤으로 남겨둔 채.
원가를 들이대며 제품의 단순 가격 차이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논리적 오류를 가진다. 본질적으로 편의점과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과연 같은 성격의 것일까. 카페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커피에 더하여 카페의 공간과 문화,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음을 동의한다. 이 동의의 의미는 지불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에는 커피와 결합된 카페 문화의 소비라는 개념도 녹아있다.
앞서 거론한 기사들이 원가 대비 커피 가격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을 철저히 배제한 채 ‘가격’ 그 자체에만 집중한 결과다. 이는 결국 카페 식당에서 백반 정식이 평균 5천원인데 비해, 편의점 도시락이 2천원~3천원임을 들어 식당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커피 가격 거품을 논할 때, 시중 4천 원대의 커피가 호텔에서는 세 배에 달하는 평균 1만2천원에 판매되는 사실은 왜 꼬집지 않았을까?
편의점과 전문점 커피의 가격 차이는 임대료나 인건비의 격차에서 비롯된다는 부분은 논리적 비약의 정점이다. 카페의 인력 고용을 통한 고용창출효과는 철저히 배제되며, 이를 통한 소비효과 역시 기사에서는 도통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는 각자의 편의에 따라 소비하는 커피의 종류를 선택한다. 카페에 머물며 일정시간을 소비하거나 편의점에서 원하는 커피를 소비하는 것 모두 소비 다양성 측면에서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물론 현재의 커피가격이 적정하다고 단정내릴 수는 없다. 다만, 이처럼 원가 대비 단순 가격 비교를 잣대로 삼는 비판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사는 표면적으로 스타벅스의 커피 값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된서리는 일선 카페가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화의 오류로 일관된 기사들과 이로인한 여론은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내몬다.
다양한 판매망과 자본력, 언론 대응 능력을 갖춘 스타벅스는 커피가격거품이라는 부정적 여론에 비교적 유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일선 카페는 어떨까. 커피 값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 곧바로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다수의 개인카페 운영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폭리와 상술, 가격거품이 있는 카페도 있지만, 좋은 커피를 위해 직접 생산농가로부터 생두를 공수해오는 카페나, 핸드드립커피를 고객에게 내놓는 카페도 존재한다. 카페가 마치 폭리를 추구하는 악덕 업체의 총아인냥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카페가 커피값 거품이라는 언론의 집중공격을 피할 그늘이 과연 존재할까.
일정 주기를 두고 커피 가격 거품 논란이라는 해묵은 논쟁이 고개를 든다. 그 피해가 오롯이 애꿎은 개인카페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커피 가격 형성을 위한 구조적·행정적 모순 개선에의 담론은 왜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직썰언론-
첫댓글 대형커피전문점의 문제이지, 소규모 개인커피점의 문제가 아니지요.
구분해서 관리,홍보한다면 참 좋을텐데, 싸잡아 얘기하니 문제죠.
소상공인을 살려야 됩니다.
저도 전적으로 위 글에 동감입니다.
카페 30평 매장 오픈하는데 서울에서는 권리금 포함 3~4억 정도 듭니다.
거기다 높은 월세, 인건비, 시설 감가상각, 등등 동일선상에서 커피값을 평가한다는 것은
업주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그지 없는 언론의 멍청한 발표죠.
우리 주변에는 이런 오류들 정말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