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을 잔다.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 역시 잠을 잔다.』
만일 우리가 잠을 자지 않는다면, 우리의 몸은 우리를
잠들게 하기 위해 부신 수질호르몬과 세로토닌,
그리고 아세틸콜린 등의 호르몬들을 생성하거나 감소
시키는 일을 진행한다.
또한 이들 호르몬의 일부를 정신이 맑은 상태의 다른
동물에게 주입하면 그 동물은 곧 바로 잠들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잠을 잔다라는 행동에는 어떤 강력한
원인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잠을 자는 행위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소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비춰진다.
대부분의 동물은 잠을 잘 때 둥지나 동굴, 나무 구멍과 같은 위장하거나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에서
잠을 잔다. 이러한 사실들은 대부분 동물들이 자는 동안 생존 방어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음 말해주고
있다. 비록 잠을 청하는 장소가 물리적으로 방어에 용이한 장소라 할지라도 잠자는 동안엔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만일, 밤에 잠을 자는 닫혀있는 동물 집단에 잠을 자지 않는 포식자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평화롭게 생활하던 한 동물집단 내부에서 유전적 특이성이 작용하여 잠을 자지 않는 축복받은¹ 한 녀석이
탄생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이 녀석은 다른 동물들이 밤에 잠을 잘 때 먹이사슬 하위 층의 집단으로부터 쉽게 먹이를 습득할
수 있게 되며 포식자로부터 보다 안전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역행할 수도 있다.
이 결과로 이 종 내부에선 생존에 유리한 잠을 자지 않는 유전자의 유전압에 의해 진화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며, 다른 종 역시 같은 결과를 같게 될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엔 서로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상호불가침조약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동물들은 생존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모두 잠을 잔다. 만일, 잠을 자야 할 강력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연선택을 통해 많은 동물들이 잠을 자지 않도록 진화되었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잠은 일상으로부터 발생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추스르기 위해 행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동물들 중에선 겨울에 동면 상태에 있는 동물도 있는가 하면, 박쥐처럼 19~20시간 잠을 자는 경우도
있으며, 까치돌고래처럼 잠을 자지 않는 동물도 있다.
사람의 경우 역시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도 하루에 1~3시간만 자도 충분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와 같은 잠에 대한 전통적인 상식은 잠의 기능의 부분적인 기능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들이 각성 상태일 때와, 수면 상태일 때, 그리고 꿈을 꾸는 상태일 때의 각 뇌파를 비교해 보면, 잠을 자는
동물들 중에서도 꿈을 꾸는 경우보다 꾸지 않는 경우의 종의 빈도수가 더 높게 나타나며,
그 동물이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을수록 다시 말해 포식자 일수록 그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꿈을 꾸는 경우엔 외부 자극에 더욱 둔감해져 완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나, 꿈을 꾸지 않을 경우엔
비교적 얕은 상태의 잠을 자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먹이가 되는 쪽이 깊은 잠을 자지 않는 다는 사실은 자연선택에서 그럴듯한 증거물인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처음에 제기되었던 논의로 되돌아 가 보자.
왜 애초에 동물들은 잠을 자는 것인가? 지금의 포식자 층에 있는 동물들 역시 조상에서부터 처음 포식자는
아니었을 것이며, 지금의 피식자 역시 조상이 포식자의 위치에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잠이라는 생존에 불리한 방향, 또는 꿈을 꾸게 되면서 너무 깊이 잠들어 꼼짝하지 못하는 상태로 왜
진화하게 된 것일까?
여기엔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만일, 처음에 예로 들었던 것처럼 잠을 자지 않도록 진화된 동물이 탄생될 필요가 없었다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포식자의 일상적 위협으로부터 멍청하게 큰소리를 내거나 큰 움직임을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면
이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쥐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고 죽은척하고 있는 것이 위기의 상항을 넘기는데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물에게 잠의 기능은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지 않는 쪽으로 진화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포유류의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사자 역시 잠을 자며 꿈을 꾸기도 한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지만 이들 역시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은 만일 그들의 조상이 포식자의 위치에 있지
않았고, 더 강력한 포식자 아래서 두려움에 떨려 살아 있었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현재 대부분의 동물들의 파이는 포유류가 가지고 있지만, 처음부터 포유류가 번성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파충류가 지배하던 세상인 중생대에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파충류는 변온동물이고 열대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서식하는 파충류는 밤이면
꼼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 때 등장한 항온동물인 포유류는 안전한 밤을 처음부터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밤에도 역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생태적 활동 범위를 넓혔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추측은 현재 남아있는 거대 파충류가 대부분 멸종위기에 있거나 서식환경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데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각 생물의 수면 방식은 자신의 생태환경에 맞게 절묘하게 진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서식 범위를 확장한 포유류는 각 먹이사슬에 대해 잠에 의한 서로 상보적인 보호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잠이 보호효과를 갖는 다는 가정을 매우 역설적으로 비춰지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에서 매우 흥미롭다.
잠의 기능이 만일 보호효과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꿈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것일까?
보통 잠을 자면 알람 무시하고 최소 10시간에서 12시간을 기본적으로 자는 수준으로 매우 잠이 많은
편이라, 잠을 적게 자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Carl Sagan, The Dragons of Eden, 1977
Edward Osbome Wilson, Consilience, 1998
(BlacCherry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