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84-1 (2023. 06. 02) 양구군
19.5km (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677.1km 누리 141.7km 합계 : 2,482.1km)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리-임당리-원당리-지석리-덕곡리-양구읍 한전리-죽곡리-하리-고대리)
이른 아침부터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16강전이 시작됐고
우리도 같은 시간 서울을 출발하여 장정을 떠난다.
춘천을 지나 화천으로 들어서 자매가 아니라
부부가 하는 자매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3:2로 시원한 승전보를 들었다.
오늘의 장정도 이렇게 시원할 것이다.
팔랑리에 도착해서 장정도 시작하기 전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어머니 노각무침과 맛있게 먹었다.
이제 시원하게 출발이다.
6월이 왔다. 드디어 여름이 온 것이다.
오늘의 날씨 예보는 그냥 덥고 화창한 여름 날씨이다.
그래서 옷도 가장 가볍게 입어 보았다.
청바지에 티셔츠 달랑 한 장이 모두다.
팔랑리 도심 뒤편으로 흐르는 서천 상류를 따라
잘 정비되어 있는 천변 길을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금강산 가는 31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
두타연을 돌아 나오는 길은 아쉽게도 통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어서
남쪽 파로호를 경유하는 길을 선택했다.
장정은 순조롭다.
햇볕은 따가워도 바람이 불어 그렇게 덥지도 않고
자전거로 앞잡이를 해주는 아니 길라잡이를 해주는 친구 덕에
서천을 따라 좌측으로 갔다가 다시 우측으로 가면서
임당리, 원당리, 지석리까지 편안한 장정을 한다.
오늘은 항상 어깨에 걸쳐 메는 가방도 메지 않았다.
가볍게 가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방이 지금까지는 무겁다고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냥 가벼운 걷기를 위해 메지 않았다.
가방에는 보험 같은
예비 배터리, 수건, 선글라스, 담배 등
걸을 때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있다.
선글라스는 머리에 쓰고
수건과 담배는 주머니에 넣고 가볍게 걸었다.
오랜 습관 때문인지 뭔가 허전하여 어색하지만
그냥 걸었다.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아니 무척 편안하다.
이제까지 왜 가방을 메고 다녔지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편안하다.
습관이 무서운 건지,
뭘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무서운 건지...
지금까지 이렇게 걸어왔던 것이...
웃음이 난다.
혼자 길을 걷는다면 준비할 것이 많지만
같이 걸어가니 준비 할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필요하면 도움을 받으면 되니까.
나는 매일 배운다.
어제는 내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이 되면 또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이제 가볍게 살자. 같이 걸으며
다시 31번도로를 만나기 위해 덕곡리로 잠깐
들어갔다가 지석리로 다시 들어온다.
이제 서천과는 잠시 이별이다.
서천은 우리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
양구시내를 돌아 파로호로 들어오는데
오늘 장정의 종착지가 파로호 한반도 섬이니
저녁때에는 다시 만날 것이다.
점심식사 후 서천과 경주하듯 지름길로
재빨리 고개를 하나 넘어 양구읍 한전리로 들어오면서
31번 도로를 만났다.
큰 도로를 피해 한전천 천변 길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보니 천변 길은 없어지고
정통으로 31번 도로를 다시 만나 인도를 따라 지루하게 내려간다.
오후에 햇살은 무척 따가워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죽곡리로 들어서면서
31번 도로와는 헤어지고 조용한 찻길을 걸어간다.
아주 잠깐 하리를 지나 오늘의 종착지이며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고대하던 고대리로 들어서서
잠시 후 파로호를 본다.
파로호를 따라 천천히 몇 걸음 옮겨서 펜션에 도착하여
오늘의 장정을 마친다.
저녁 식사는 다음 장정에 넘어가야 될
성골령을 넘어 방산면 현리에 있는 시래기 갈비찜 집으로 갔다.
맛깔난 밑반찬이 소문난 갈비찜과 불고기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매운 양념 갈비찜과 간장 양념 불고기에는 시래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시래기는 참 맛있다.
하지만 갈비찜과 불고기 보다는 밑반찬에 손이 더 많이 간다.
소문난 잔치집이다.
하지만 오늘 맛을 못 본 소문나지 않은
시래기 돌솥비빔밥과 시래기 된장찌개는
다시 꼭 도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