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세차가 강타한 뒤로 서해로 북상중인 시간, 거먹구름은 하늘에 가득하지만 아직 큰 바람도 없고 비도 없다. 더운 공기만 가득한 풍경에 여느날과 다름없이 자전거를 저어 회복센터를 향했다. 급할 때에는 차로 이동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자전거를 이용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지난 번에는 비오는 날 걸어갔다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가는 길에 가로놓은 태화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물이 불어 잠긴 통에, 둘러 귀가하느라 무지막지하게 걸어와야 했기 때문. 오늘은 징검다리도 제자리다.
오늘은 [어린왕자]를 요약한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6살에 화가의 꿈을 포기했던 비행사가 사막에 추락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린왕자의 까칠한 장미이야기, 여러 행성들의 이상한 아저씨들. 지구라는 별에서 만난 흐드러진 장미들과 자기 별의 장미와의 비교이야기, 여우와의 대화속에 관계란 길들여진다는 이야기까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어갔다. 조금은 산만하게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진지하게 참여한다. 수많은 군중들로 가득한 도심 속에 살지만 친밀한 관계가 없는 곳은 사막에 다름아이다.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맺을수 있을까? 좋은 친구를 만드는 비법에 대한 이야기로 번져가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간다. 후다닥 정창호선생님이 만들어 낸 떡볶이가 더해져서 풍요로워지는 밤.
어린 청소년들이지만 저마다 사연과 이야기가 많다. 자신만의 사연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친구란, 돈을 지불하여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시간이 들어야 하고, 단지 시간만이 아니라 서로 간에 길들임이 있어야만 한다. 학교에는 많은 동무들이 있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관계란 그저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일생의 친구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 실기하지 않고 같은 세대의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면서 살아갈 친구들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돌아오는 길,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후두두둑~쏴아아~ 오랜만에 맞는 장대비다. 금새 옷이 물을 머금어 무거워진다. 물이 범람하여 징검다리가 사라질까 걱정되어 서두른다. 물이 금새 불어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건널 수 있다. 길변을 거닐던 사람들이 어디갔는지 모두 피하고 없다. 눈이 따가울 만큼 세차게 내리는 장대비. 어린시절 외에 제대로 맞아본 때가 언제였는지.
참여학생: 5명 + 완전지각 2명 (상진이는 병원에 입원 중)
첫댓글 와, 어린왕자로 나누는 대화라! 저희도 함 시도해야겠네요
공감되는 부분에서는 고도의 집중을 하는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이종인 선생의 실력 때문이지요 ㅎㅎㅎ 엄지 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