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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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차장이 제 책 ‘송영길의 선전포고’를 읽고 보내온 글입니다.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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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의 선전포고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에 투쟁을 선포하다
송영길·박정우 지음 (2023. 출판사 시월)
- 박선원 (연세대, 영국 워릭대학교 박사, 노무현 대통령 국가안보전략비서관, 상하이 총영사, 국가정보원 해외대북담당 차장 역임)
대중들은 송영길에 열광한다. 저렇게 싸워도 되나 할 정도로 아슬아슬 치열하다. 처절하고 과감하다. 광야를 향해 외치는 이, 송영길이다. 인천에서 국회의원 5선, 시장을 하였다. 당대표로서 지난 21대 대선을 이재명과 함께 치렀다.
깊은 회한을 안고 프랑스 파리대학 교수로 나갔다. 불려 들어왔다. 대표경선때 문제가 있다 해서다. 윤 검찰독재정권의 칼날에 지레 겁을 막은 일부 의원들은 심지어 “잡아들여와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그는 탈당을 발표하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가 책임을 지는 방식, 그것은 투쟁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표결 몇 시간 앞두고 피를 토하듯 동료 국회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가결되어 영장심사하던 날은 새벽부터 구슬비가 내렸다. 그 비를 맞으며 법원을 향해 외쳤다. 유창훈 재판장이여! 검찰이 증거도 없이 주장하는 소위 범죄 소명정도와 방어권 행사와 국민기본권으로서 불구속 수사 원칙 사이에서 엄정히 비교 형량하여 기각하라는 것이었다. 새벽까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오마이뉴스를 통해 9시간 연속 방송을 하며 국민들과 함께 가슴조렸다. 기각이었다. 이재명은 의왕구치소에서 풀려나왔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20일을 단식한 뒤라 지팡이없이 걸어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 비는 더 세게 내렸다.
이제 국회에 맡겨도 될 것을 아니라고 한다. 고삐를 늦추지 말고 싸워라. 반격의 시간이다. 본인은 검찰청 앞에서 릴레이 농성을 시작했다. 몇시간 일인시위하는 정치인이 간혹 있었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예 천막치고 바닥을 깔고 앉아 농성 투쟁중이다.
그리고 책이 나왔다. [송영길의 선전포고].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피하지 않을 것이며 그리하여 끝내 이길 것입니다.“
모두 책 표지에 또렷이 박혀 있는 언어들!
이 보다 분명한 투쟁의 이유와 대상, 그리고 의지를 밝힌 서적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열정이 살아있어야 이 책의 표지를 넘길 수 있다. 대한민국이 풍랑을 맞아 좌표도 없이 어느 밤하늘 아래 출렁거리는 지조차 몰라 두려움과 불안함에 쌓여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선박 한 척! 이 나라를 구하고 제대로 세우려는 마음으로 썼으리라.
머리말부터 거두절미 ‘윤석열 대통령 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사에 서면서“
로 시작한다. 싸움이 두렵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겠는가? 상산의 조운 조자룡은 백번 싸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러 할진데 전장에 나설 때 늘 기도하였다. 조상께 제배하고 갑옷을 입으며 전장에서 살아 돌아와 다시 향불을 켜드릴 것을 다짐한다. 누구나 전장에 나서기 전 그러할 것이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전장의 뿌연 먼지를 있는대로 뒤집어 쓰고 있을까?
민주주의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속절없이 바람 속 먼지처럼 흩어져 버릴 줄이야. 함께 했던 동지는 어디가고 깃발조차 나부끼지 않는단 말인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 70년이 이토록 허약했단 말인가? 그럴 리 없다.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시작하자, 다시 쌓고 다시 세워보자는 단심으로 하루하루 바람을 뚫고 걸어가고 있다. 그 가슴에 담긴 언어를 따라가 본다.
본문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채워진다. 선전포고, 검찰, 외교, 주거와 경제, 그리고 기후위기! 그의 투쟁을 이해하기 위해 첫 두 부분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난 중간부터 읽기 시작했다.
외교부터 한번 살펴보자. 외교란 본시 단아하고 전문가적인 명민함이 번득이는 범생이들의 전유물 아니던가? 대부분 한국 직업외교관들, 필자가 함께 일해 본 절대 다수 외교관들은 그냥 직업이 외교관이다. 외교, 아니 외교처럼 비쳐지는 행위 그 자체로 목적이다. Wine & Dine! 격조있게 코스 양식을 향긋한 와인과 함께 즐기며 언뜻 고담준론하는 듯 사실은 그저 그런 가족이니 여행이니 하는 잡담 아닌 잡담같은 통속을 섞어가며 적절히 국익을 운운하며 자기만족을 버무려 놓는다. 그들의 하루 일과다.
그러나 송영길의 외교는 다르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 끊임없이 밀려드는 외침과 동족상잔의 분단으로 고통받아온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초월적 성찰과 극복, 한민족 1억명 시대를 바라보는 통일과 확장의 미래비전을 집요하게 추구한다. 절대 놓지 않는 분명한 그 나침반이 바로 송영길이 이루어내고자 하는 외교다.
대한민국이 다시는 동북아의 화약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 늘 국제정세를 살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파리에서 산맥너머 굽어보듯 언론으로 TV 화면으로, 그리고 파리 대학교에서 연구한 결과를 “이란 핵합의와 민스크 협정의 아쉬움”이라는 칼럼으로 남겼다.
“3차 민스크협정은 없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자체 병력과 힘으로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의 지원도 언제까지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구속력있는 3차 민스크 협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랬다. 2021년 겨울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2022년 1월 신년 벽두 잠재적 가능성에서 현실적 가능성으로 농도를 더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동계 연합군사훈련이 공표되었다. 훈련 후반부에 핵공격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2월 15일 전후였다. 송영길이 말하는 젤렌스키의 3차 민스크 협상 거부는 2022년 1월 말부터 2월초 얘기다. 누군들 강대국의 군사위협에 무릎을 꿇고 싶겠는가? 그러나 러시아의 동계훈련은 2월 18일 끝나게 되어 있었다. 그 시기를 포함하여 하나의 전술로서 협상을 하겠다며 2-3개월 시간을 끌었어야 했다. 얼음덩어리 우크라이나 흑토대는 3월이 지나면 녹기 시작해 진흙밭으로 바뀐다. 자연스럽게 러시아 지상병력의 발목을 잡게 되어있다. 라스푸챠라고 한다. 탱크와 중화기의 신속전개가 어렵다. 호기는 그때 부렸어야 했다. 참으로 단순한 셈범인데 젤렌스키는 걷어찼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죽어나가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헐벗은 주민들, 어린아이, 여인들, 그리고 노약자들. 외국에서 들어오는 지원물자로 배불리는 젤렌스키, 그리고 부패 군장성과 관리들. 침공 600여일을 맞은 우크라이나의 참상은 러시아 푸틴에게만 책임을 묻기에 너무도 참혹하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빚어지는 21세기 인류의 무지와 무능, 잔혹함과 절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연관된 일이다. 지구는 둥글지 않는가 말이다.
송영길의 시선은 늘 우리 자신이다. 중동과 동유럽 대륙 그리고 다시 동북아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그의 탐구 대상이자 해야 할 일의 앞머리를 차지한다. 그런 글들이 칼럼과 함께 잘 배열되어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문명과 인종 그리고 문화충돌, 종교충돌, 나아가 핵무기 충돌까지 최악의 상황까지 상ㅅ아하게 만드는 오늘에 이르러 꼭 곱씹으며 읽어 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알게 된다. 한미동맹이든, 한반도 안보위기 혹은 화약고든 뭐든 지도자의 역량이 문제다. 그래서 2023년 10월 한국의 안보가 위태롭다.
이제 제1부 선전포고로 돌아가보자. 맹자시대부터,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바로 그 맹자께서 “잔적한 이는 왕이라도 몰아내야 한다”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송영길은 이재명으로부터 말문을 연다. 0.73% 차이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대선에서 이긴 사람이 법을 이용해서 기소하는 등 정치적 타살을 시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결국 좋은 정치란 화합에서 나온다”고 호소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에게 정쟁말고 무엇이 있는가. 국민의 한사람으로 비통한 일이다.”
송영길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어 “길거리 전사”로 마이크를 잡으면서 그토록 절절한가? 2장 “죽으면 죽으리라”는 이 책에서 반드시 들여다 봐야 하는 부분이다. 일부 여기에 옮긴다.
“프랑스를 가다
대선패배이후 송영길은 전국 사찰을 돌면서 묵언수행을 했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만 같았다......인천을 떠나는 날, 송영길은 울었다. 하지만 정치란 그런 것이었다. 이익을 떠나, 가능성을 떠나, 해야 하는 일이라면 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살길은 그가 국회로 들어와 당대표가 되는 것이 유일했고, 그렇다면 계양구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차분하게 계양구 여론을 수렴해보고 주변 의견을 들어보니 이재명 출마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선 역사상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서는 가장 많은 16,147,738표를 얻은 이재명을 제도권 밖에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이재명후보를 밖에 두는 것은 이재명을 지지한 많은 국민들 제도권 밖에 두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도 계양산과 계양구 주민을 생각하면 감사함과 죄송함에 눈물이 난다. 송영길의 원칙은 그때도 지금도 오로지 선당후사였다....비록 자신은 예상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이재명 후보의 당선으로 다시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으니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프랑스행 비행기를 탄다. 프랑스에서 겪어야 했던 그 아픈 시간들! 그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 송영길은 노무현을 떠 올린다:
“송의원, 정치의 요체가 뭔줄 압니까?”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말씀하신다. “배짱입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었다. “적과 싸워서 이기려면 적어도 한쪽 어깨 정도는 내어줄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적의 심장을 찌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나도 다치지 않으려고 하면 어떻게 적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파리 근교에서 번민속에 계시처럼 떠올랐다는 하나의 말씀, ‘죽으면 죽으리라’. 그리고 세월호의 사례를 든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가만히 있으면 다 죽는다. 사회의 무기력과 순응주의는 권위주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영속시키는 토양이다.”(102쪽)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잿빛 공포를 걷어내고 해방자로 돌아왔다, 검찰범죄 카르텔 전체주의에 투쟁을 선포한다. 위험하고 무능하며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그렇게 인식한다. 그 똑똑하다는 검찰이 요소요소 박혀서 카르텔을 행사하니 이 모양이다. 무능한 집단이 국정을 농단하기 때문이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행정을 토해 국정의 밑거름을 그려본 경험이 없다. 그 무엇도 생산하거나 창조하지 않는 조직이다......지금 시점에서 예전의 일을 판단해 죄의 유무를 가리는 일만 한다. 일종의 기생적 존재인 셈이다. 그래서 검사는 법과 정의와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자신이 심판자라는 오만함으로 모든 국민을 수사의 대상으로만 보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결국 무능한 대통령과 무능한 인사가 만나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104쪽)
‘탈당을 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송영길!’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아프다.....그런 그가 검찰과 싸우자는 주장만 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재를 위해 윤석열 정권과 가열차게 싸우는 한편, 미래를 위해 사람을 남기는 일 모두에 집중해야 한다. 인재를 찾고, 그들을 모은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103쪽)
민주당에 두 가지 역할을 얘기했다. 여전히 민주당을 뜨겁게 사랑한다. 그래서 불현듯 상상해 본다. 송영길, 이재명, 조국 세 사람이 함께 어깨 걸고 내년 4월 총선 민주당에서 원팀이 되는거다. 검찰 독재에 가장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으면서도 맞서 싸우는 세 사람 아닌가? 국민들과 지지자들이 지금보다 행복해지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