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심(良心)과 염치(廉恥)는 개인의 삶에서나 사회에서나 모두 중요한 가치이다. 양심과 염치를 통해 개인의 삶도 아름답게 되고 더 나은 사회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반면에 개인이나 사회가 양심과 염치를 잃어버리면 개인의 삶도 사회도 상스러워지고 팍팍하게 된다. 또한 개인이나 사회가 양심과 염치를 잃어버리면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 폐해가 작지 않다. 필자가 아는 K라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K와 A, B의 인적 사항과 관계는 다음과 같다. K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아산시에서 한 단체의 대표로 있는 남성이다. A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아산시에 있는 한 단체의 대표로 있다가, 이제 은퇴를 앞에 두고 있는 남성이다. B는 1990년대 중반에 공주시에서 한 단체를 설립하여 활동했던 여성이다. K, A, B가 근무한 단체는 모두 같은 총회에 속해 있다. A는 아산시에 있는 한 단체의 대표로 있으면서 1990년대 중반에 B가 공주시에 설립한 단체의 임시대표를 겸하였다. 그리고 K는 1995년도에 A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서 활동했고, 같은 해에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원에서 1년 동안 B와 같이 공부했다.
1995년, 공주에 사는 B가 아산에 있는 A의 근무지에 자주 모습을 나타냈고, K에게도 자주 찾아왔다. 그 당시 B가 하는 말의 요지는 ‘A가 자신에게 큰 악행을 저질렀으므로 A는 그 단체에서 물러나야 하고,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가 B에게 했다는 악행에 대해 B는 한동안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A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날짜, 장소, 당시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였다.
성폭행 사건 이후, B가 A에게 항의하기 위해 A의 근무지로 여러 차례 찾아갔는데 만날 수가 없어서, A의 집 문 앞에 가서 만날 때까지 기다린 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A에게 집 안으로 끌려 들어가 맞기도 했는데, 맞을 때 머리를 벽에 부딪히며 다쳐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또 어느 날은 A가 사는 아파트 출입문 앞에 앉아있다가 A가 밀쳐서 계단으로 나뒹굴었는데, A는 B를 그대로 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얼마 후 경비가 와서 피투성이가 된 B를 보고 119에 연락하여 구급대원들이 근처 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게 해 주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어느 날은 B가 A의 집 앞에 앉아 A를 기다리고 있는데, A가 근무하는 단체의 청년들 세 명이 와서 B를 강제로 끌고 가 승용차에 태운 다음 아산시내 인근에 있는 저수지로 끌고 가서 살해 위협을 했다고 하였다.
K는 B가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A의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항의하는 여성을 집 안으로 끌고 가서 때리고, 아파트 계단에서 밀쳐 굴러떨어졌는데 그냥 두고 가버리고, 청년들이 강제로 끌고 가 죽인다고 위협하는 납치 및 살해 협박 사건이 일어나고......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영화나 막장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 내용이 A와 B에게서 실제로 일어나다니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
후에 K가 A에게 이런 일들에 대해 묻자 A가 대답한 요지는 이러했다. <A가 집 안에서 B를 심하게 때린 게 아닌데, 어쩌다가 B가 머리를 벽에 부딪혔고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큰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도록 했다. B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날은 아파트 문을 나서는데 B가 문 앞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덤벼들어서 얼떨결에 밀쳤는데 계단으로 나뒹굴었다. 다쳤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고, 약속 시간이 임박해 있었기에 그대로 두고 아파트를 나가면서 정문 경비에게 가보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저수지로 끌고 가서 죽인다고 위협한 일은 내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고, 나는 단지 우리 집 앞에서 B를 데려가 달라고 했는데 그 청년들이 과잉행동을 한 것이다.>
A가 하는 말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그건 사람이 할 바가 못 된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사람을 밀쳐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는데 그냥 두고 갈 수가 있는가. 사람을 납치하여 살해 위협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연약한 여성이 청년들에게 납치돼 끌려가면서 살해 위협을 당할 때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B는 A에게 어떤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 상태로 몇 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B는 몸과 정신이 모두 망가졌다. 2000년이 시작되는 무렵, B는 자신이 하던 일을 접고 공주시를 떠났고, 그가 창립한 단체도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K와 B 사이의 연락이 끊기었다.
다시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A는 그가 속한 총회의 임원 선거에 후보로 나서게 되었다. 2013년 3월, B가 TV에서 A의 총회 임원 출마에 관련된 뉴스를 보고 A에게 전화해서 A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였고, A는 K에게 그 상황을 말하고 B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그 며칠 후에 A와 B, K가 유성에서 만났는데, A가 B에게 잘못했다며 용서를 구했고, B가 받아들여서 화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B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A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성금을 모았으며, B는 서울에 있는 어느 상담아카데미에 등록을 하고 다니게 되었고, A는 총회에 후보 등록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B를 찾아가 A와 B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내용을 언론에 내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B가 크게 분노하였는데 다음 날 그것을 알게 된 K가 겨우겨우 B를 다독여서 잠잠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하루하루가 조용하게 지나가지를 못했다. A와 B에 관련된 소문이 총회에 적지 않게 퍼져있었고, 그에 대해 A가 변명하면서 B와 K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에는 A가 말하기를 ‘B가 미쳐서 헛소리한 것’이라고 했다는 전갈이 오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실과 다른 말들이 들려왔다.
어느 날은 총회 누리집 게시판에서 “A가 전주에 와서 총대들을 모아놓고 말하기를, B라는 사람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어 상담학 공부를 할 수 없는데, K가 B를 돕는다는 빌미로 사람들을 속여서 금품을 갈취하고 있다고 하니 이에 대해 해명하시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서 K가 A를 만나 항의하니 A가 말하기를 총대들이 B와 관련된 이야기를 물어보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었다. K가 내 입장은 생각하지 않느냐 하니, A가 말하기를 K는 호남 지방에 가서 활동할 일이 없을 텐데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했다고 한다. K는 그런 A를 보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한다. K의 항의에 따라, A가 총회 누리집 게시판에 <B는 현재 대전시 월평동 00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고, K가 B를 빌미로 사람들을 속여서 금품을 갈취한 사실이 없습니다. 00단체 A>”라고 올렸고, K는 더 이상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끊이지 않던 중에, A가 K에게 찾아와 <A가 근무하는 단체가 속한 지역 단체장이 전국 총대들에게 2회에 걸쳐 자기 지역 후보자 지지를 부탁하는 서신을 보낼 수 있다. K가 그 단체장에게 전화하여, ‘A와 B 사이에 관련된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K는 그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모르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라고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K는 A의 부탁을 거절하였고, 그다음 날 지역 단체장에게 전화하여 A가 요청하는 그런 내용을 서신에 넣지 말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총회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K가 B에게 들은 것과 그동안 본 것을 말하였고, B가 K에게 통화하면서 말한 성폭행 당했다는 내용의 녹음파일을 전송하였다.
그즈음 총회에 A의 가족 신상에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가 유포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지, A는 결국 총회 임원 후보를 사퇴하였다.
A는 후보 사퇴 전후로 <A와 B 사이에 관한 이야기는, K가 단체를 설립하면서 A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 재정지원을 부탁했는데 안 해줬더니 앙심을 품고 꾸며낸 것이다.>라는 말을 자기가 근무하는 단체 구성원들과 A 주변 사람들에게 하였다. 이에 대해 K는 A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한다. K가 2001년 가을에 단체를 설립하면서 A에게 재정지원을 요청한 적도 없고, 2003년과 2004년 2년 동안 월 10만 원씩 A 단체로부터 K 단체가 후원 받은 것 외에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A의 거짓말로 말미암아 K는 일의 내막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었고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A와 B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질 경우에 일으킬 파장을 염려하여 가급적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요즈음 A의 은퇴를 앞에 두고, A가 근무한 단체 안에서 A의 예우에 관한 문제로 단체구성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그런 와중에 A와 B의 이야기가 다시 소환되고, 그러면서 A가 또다시 B를 정신병자로 매도하고, K에게 또다시 화살을 돌린다는 말이 K에게 들려온다고 한다.
K가 말했다.
"십여 년 전에 A가 총회 임원 선거에 나섰다가 후보 사퇴를 한 이후로, 사람들이 제게 와서 A가 이러이러한 말로 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달해도, A와 B 사이의 일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일으킬 파장을 염려하여, 말을 전하는 그 사람들에게나 전후 사정과 제 입장을 간략히 이야기하고, 문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으려고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러다 보니 B의 아픔과 억울함을 푸는 일에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B의 망가진 삶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B에게 참 미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부터라도 B가 아픔을 풀고 남은 인생을 좀 더 평안히 살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A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저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그에 합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합니다. A가 직장에서 은퇴하는 이 시점부터라도 진정으로 B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반성하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K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A는 참으로 양심과 염치를 상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그것도 한 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A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은 사람들도 참 안됐고, 그런 A를 대표로 모시고 수십 년 동안 함께 활동해 온 그 단체의 구성원들도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우리 사회가 양심과 염치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상, 살만한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출처 : 아산포커스
https://www.asan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