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와 남해의 구분점 오륙도
김 동 현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국가서 지정한 명승지 24호인 오륙도는 동해와 남해를 구분하는 기준점이므로 부산은 동해와 남해가 살을 맞대는 곳이다. 부산은 동해와 남해의 해안선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송정해수욕장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일몰을 즐길 수가 있다.
18세기 중엽에 편찬한 <동래부지(東萊府誌)>에 따르면 “기암절벽 바위섬이 동쪽에서 보면 6개, 서쪽에서 보면 5개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육지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보면, 세찬 해풍과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방패섬, 소나무가 무성한 솔섬, 갈매기를 노리는 독수리들이 모여든다고 하여 수리섬, 뾰족한 송곳처럼 날카로운 바위가 많은 송곳섬, 커다란 동굴이 있다고 하여 굴섬, 육지서 가장 멀지만 밭처럼 평탄하다고 해서 밭섬(1937년 등대가 설치된 후 등대섬) 등 6개인데, 방패섬과 솔섬은 아래 부분이 이어져 있어서 썰물 때는 섬이 5개로 변한다.
부산으로 오는 모든 선박은 오륙도를 지나야만 입항할 수 있기에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라는 가사가 있다. 옛날 밀수꾼을 잡던 경찰관과 세관원들은 오륙도 근처에 잠복하곤 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오륙도’를 ‘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자조적인 은어로 통용되기도 한다. 부산 향토주류업체인 대선주조가 1991년 ‘오륙도’라는 보리소주를 출시한바 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부산에는 영도와 가덕도, 오륙도에 유인등대가 있다. 태종대 남쪽 기암절벽 위의 영도등대는 1906년에 설립된 부산 최초의 등대이다. 1909년 말에 건립된 가덕도 등대는 붉은 벽돌과 미송을 사용한 서양식 건물이며 대한제국 황실 상징인 오얏꽃 문양을 새겨 넣었다. 군사지역이라 민간인 출입이 제한적이지만 건물 사방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일품이며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다. 1937년 바닷길을 밝히기 시작한 오륙도등대는 81년 간 등대지기가 관리하다가 2019년 4월부터 무인화로 바뀌었다.
요즘은 디지털화한 항법장치덕분에 등대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태평양을 드나드는 뱃길을 제대로 안내하기 위해 등대원이 상주하고 있다. 당당한 공무원 신분인데도 ‘등대지기’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이며 비하하는 것 같아서 ‘항로표지관리원’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다. 1988년부터 등대도 ‘항로표지관리소’로 명찰을 바꾸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0년 ‘사랑받는 걷기여행길’ 실태조사에서 부산 갈맷길을 제주 올레길에 이어 2위로 선정했다. 범어사 문화체험 누리길은 16위에 올라 있다. 문체부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걷기 코스와는 별도로 동해와 남해, 서해, 비무장지대를 거쳐 전국을 한바퀴 도는 4500km의 ‘코리아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그 첫 번째 코스로 2016년 동해안의 해파랑길을 열었다. 해와 바다를 벗 삼아 걷는 명품 여행길 ‘해파랑길’의 출발점은 오륙도이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동해안을 따라 관동팔경을 구경하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50코스 770km는 스페인 산티아고가 부럽지 않은 길이다. ‘해파랑’은 떠오르는 해와 동해안 바다의 파랑색, 그리고 ‘함께’라는 뜻의 조사 ‘랑’을 합해서 작명한 것이다.
코리아 둘레길의 두 번 째 코스인 남파랑길도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하여 해남 땅끝마을 토말탑까지 이어지는 90개 구간 1,470km로 우리나라 최장 명품길이다. 한류길, 한려길, 섬진강 꽃길, 낭만길, 순례길 등 5개 주제의 테마로 구성된 남파랑길은 한려해상과 다도해국립공원 끼고 있어서 역사와 문화, 음식, 풍광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 2020년 10월 31일 개통한 남파랑길은 남해안의 쪽빛(藍)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다. 남파랑길 끝 해남에서 서해안을 따라 인천 강화까지의 ‘서해랑길’과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DMZ평화의 길’도 이어질 예정이다.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함경북도 온성까지 1192km 도로가 7번 국도이다. 지금은 강원도 고성까지 484km만 이용 가능하다. 이 길은 러시아와 중국, 카자흐스탄을 거쳐 벨라루스까지 이어진다. 고산자 김정호가 포항 호미곶을 7번이나 찾아 반도의 동쪽 끝임을 확인했기에 7번국도가 되었다고 한다. 한반도가 호랑이 모습이라 호미(虎尾)는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또한 부산에서 여수, 고흥, 진도, 태안 등 남해안과 서해안을 거쳐 파주까지 1258km의 도로는 77번 국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람과 마주치는 걷기여행이 힘들게 되자 이 두 길을 자동차로 달리면서 동쪽 끝마을인 호미곳을 비롯하여 남쪽 끝인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와 서쪽 끝인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등 우리나라 땅끝마을 전체를 섭렵하는 드라이브 스루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연 많고 풍광 좋은 섬 트래킹은 보너스다.
또한 부산시는 부산의 대표 걷기 길인 700리 갈맷길에다 피란수도길, 산복도로길, 근대산업 유산길, UN평화의 길 등 도심 속의 역사문화유적지 300리를 새롭게 추가하여 ‘걷고싶은 1000리 길’을 만들고 있다.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걷기에 불편한 지하철 환풍구와 높은 턱의 경사를 낮추고, 명소의 유래와 비경을 알리는 해설프로그램도 설치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역사와 문화, 쇼핑,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걷기 프로그램을 매주 토요일 1만원 회비로 진행하고 있다. 남구의 평화로(다큐), 동구 타오르길(청춘물), 수영구 짝지길(로맨스), 중구 지름길(예능), 영도구 지림길(스릴러), 해운대구 영화축제길(영화) 등 6개 코스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문화해설가가 한 편의 연극을 보여주듯 안내해준다. 산과 바다, 마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부산은 걷기여행의 종합선물세트다.
그런가 하면 부산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남과의 접촉이 없는 홀로걷기에 좋은 트레킹 챌린지 코스 5곳도 새롭게 마련했다. 금정산,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 송정해변 갈맷길, 장산, 황령산 등은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에코 힐링코스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6월 유동인구가 밀집한 기존의 관광지와는 달리 안전하고 고즈넉한 언택트관광지 100곳을 선정했는데, 그 중 10곳이 부산에 있다. 교외의 탁 트인 야외공간에 마련된 아미르공원, 대저 생태공원, 기장 치유의 숲과 안데르센 공원, 회동수원지 등 세속과 등을 진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면 병원과 멀어질 수 있다. 특히 용수공급을 중단한 성지곡수원지와는 달리 부산시민의 상수원지인 회동수원지는 오래 동안 시민의 접근이 금지되었기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새롭게 조성한 맨발 황톳길, 편백림 산책로, 습지관찰 탐방로로 들어가면 무릉도원이나 다름없다.
2017년 기장 해파랑길에 문을 연 아난티코브 리조트는 유명 관광지나 휴양지로 멀리 떠나는 대신 인근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를 주도하는 부산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기장의 한적한 만(Cove)에 5400평이나 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급 휴양시설 힐튼호텔과 아난티펜트하우스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를 해외에서 보낼 수 없게 된 관광객들이 대거 부산으로 몰려들어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호캉스 장소로는 파라다이스, 힐튼, 파크 하이야트, 롯데 호텔 등이 인기가 높다.
< 여고동기 카페에서 모셔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