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 덕에 소폭 상승했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이 매물을 내놨지만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5000억원 가까운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 지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1%대 강세로 장을 출발한 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한 후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연 7%를 넘어서면서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3% 넘게 폭락했다. 한때 7.40%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7.21%로 장을 마감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도 국채 금리가 7%를 웃돈 후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전례가 있는 만큼 공포심이 증시를 압박했다.
증권업계에선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공포가 재차 불거지면서 단기적으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옵션만기가 겹쳤다는 점 역시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탈리아로 문제가 확산된 만큼 이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 됐고, 당장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 이라며 “이탈리아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얼마나 큰 규모로 빨리 나오는지에 따라 주가 낙폭도 결정되겠지만 저점이 이전 저점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차 지지선은 반등폭의 50%를 되돌리는 수준인 1800선 내외로 추정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대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고, 정치 변수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며 “내년에 3000억 달러에 이르는 이탈리아 국채가 만기에 도달하지만, 현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자금 규모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탈리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김 팀장은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경우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며 “2009년 말 그리스 재정 위기가 처음 제기된 이후 유럽의 대응은 시장 혼란이 가중될 때야 요구하는 대책을 내놓고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가 유럽 재정위기의 궁극적인 해결책을 생각보다 빠르게 도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점쳤다.
일각에선 현 시점에선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상단을 제약할 재료 정도로 간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채권금리 스프레드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이탈리아도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는 자연스럽다” 면서 “이탈리아 문제가 새로운 저점을 만들 것이란 보수적인 판단은 현시점에서 어울리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