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터스 퓨진(Augustus Pugin, 1812~52)은 요절했음에도 새로운 교회 유형에 대한 이론 연구, 집필, 작품 활동 등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건축가였다. 작품 활동은 교회 건축을 포함해서 예배당, 실내 장식, 제단, 스테인드글라스, 성구, 성의, 기독교 서적 디자인 등 기독교와 관련된 다양한 예술 분야를 망라했다. 교회 건축의 경우 개별 건물에 국한하지 않고 교회가 공동체의 중심이 된 작은 마을 단위도 설계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이후 발생한 문명의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중세 가톨릭 정신의 부활밖에 없다고 믿으면서 구체적 방안을 건축과 예술 차원에서 다각도로 모색한 것이다.
대표작은 세인트오거스틴 교회(St. Augustine's, 램즈게이트, 1845~52)였다. 교회의 기능을 성단소, 여성용 예배당, 네이브, 아일, 공양제단, 탑 등 여섯 부분으로 단순화시켰다. 이는 교회의 제식도 변화한 19세기 사회에 맞게 단순화시켜야 된다는 뜻이었다. 또한 작은 마을에 교회와 학교를 겸한 건물로서 램즈게이트의 도시 규모, 이 교회가 담당하는 행정구역의 범위와 규모, 교회에 요구되는 기능 등을 고려한 처리였다. 교회의 전체 구성도 전통적인 바실리카 유형이나 라틴 크로스를 깨고 사각형의 조합으로 처리했다. 여섯 부분을 담당하는 사각형 단위는 크기가 거의 비슷했다. 재료는 지역에서 나오는 부싯돌을 사용해서 검소함을 실천했으며 화강석을 이용해서 주요 부분의 윤곽에 띠를 둘러 최소한의 장식을 확보했다. 실내는 목조 트러스를 노출시켜 천장 구조를 짰고 벽면은 역시 지역 재료인 위트비 석재를 이용하여 애슬러(ashlar: 돌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모나게 깎는 기법)로 처리했다.
러스킨 고딕과 올 세인츠 교회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은 화가, 미학자, 예술품 수집가, 저술가 등 미술평론을 중심으로 다방면의 활동을 벌인 인물이었다. 건축가는 아니었으나 건축이 주축이 된 미학 사상과 기독교 사상을 통해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건축 분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러스킨 고딕’이라는 경향을 탄생시켰고 성기 빅토리안 고딕을 정신적으로 이끌었다.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터너의 낭만주의와 라파엘전파의 중세주의 등 예술에 깃든 순수 이상에서 찾는 작업을 평생 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