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조정 ‘눈치’ / 정희연
사무실에서 나와 콘크리트로 된 마당을 지나 시험실, 안전교육장, 건강관리실을 지나면 함바다. 사모님이 음식솜씨가 좋아 밥 걱정은 하지 않는다. 적게 먹어야지 다짐을 하며 식판을 들고, 눈치를 본다. 두 개의 밥솥에 하나는 잡곡밥 다른 쪽은 흰쌀밥이다. 멸치볶음, 고추장아찌, 호박나물, 배추김치, 갓김치, 황태국 그리고 제육볶음이 오늘 저녁 상차림이다. 국과 고기앞에 서면 늘 고민이다. 또 고기가 듬뿍 담겨버렸다.
오후 다섯 시 30분에 저녁을 먹고 여섯 시가 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하지만 내 진짜 하루는 여기서부터다. 빨리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이시간이되면 에너지가 바닥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마감으로 정했다.
사무실과 숙소는 같은 건물 한 공간에 있다, 문 하나만 열면 숙소다.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남, 녀 화장실이 있고 그 다음으로 방 다섯 개와 세탁실이 있다. 시공사 직원들은 반대편 건물 숙소 동을 사용한다.
“하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 들어갑니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분명한 목소리로 퇴근을 알린다. 사실 그 시간에 마음 놓고 들어가려면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머리에서 발 끝까지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면, 쌓였던 피로가 씻겨지고, 흩어졌던 힘이 다시 모인다.
침대 머리 옆으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책상이 있다. 인터넷 서점인 밀리의 서재을 연결해, 휴대폰으로는 오디오북을 듣고, 태블릿으로는 오디오북을 따라 책을 읽는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산 노란색 비파이브(B5) 노트에는 중요하거나 기억해두고 싶은 것을 적는다.
숫자는 어떤 것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80점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90점은 내게 맞지 않는 옷이고 60점 또한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점수에서 안정을 찾곤 했다. 자격증 시험도 그랬다. 평균 60점 이상, 한 과목이라도 40점 미만이면 탈락이다. 완벽할 필요도 없고 낙오하지도 않으면 되는 조건, 그렇게 80점은 내 삶의 기준으로 굳어졌다.
공사 현장에서 귀찮다는 이유로 안전모를 챙기지 않고, “누군가 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과 점검표의 작은 빈칸 하나를 무시하는 것이 쌓여, 결국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았고 신뢰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회는 그 공백인 20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 책임은 내게 돌아왔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습관은 현장에서는 작은 균열을 덮어버렸고, 그것은 또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사람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간다. 사회적 위치가 낮을수록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지 않는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눈치를 피하려면 상대보다 한 발짝 앞서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조금 더 먼저 나설 때 눈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눈치는 사회, 조직, 공동체에서 살아가기 위해 익혀야 하는 감각중 하나다. 때로는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으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나를 의식하게 된다. “조금 더 느긋하게 살 순 없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미리 움직여 끝내는 것 그렇게 행동할 때 내 마음이 편하다.
첫댓글 사회생활에 적당한 눈치는 필요하겠죠? 근데 저는 자격증 시험을 64점 맞아 통과했다고 좋아했는데요. 하하!
합격은 60점이나 100점이나 똑같이 합격이지요.
사회생활도 시험도, 적당한 눈치랑 운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장 적절하게 합격하셨네요. 축하드려요.
주위 사람과 보조 맞추며 하는 사회생활이 때로는 쉬우면서도 어렵지요. 묵묵히 지키는 자리 정말 어려운데 선생님은 해내시는군요. 그성실함 존경합니다.
눈치라는 것이 한 번 시작되면 끝이 없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살아있어서 눈덩이처럼 커져요.
글 속에서 보여지는 선생님의 이상적인 자기관리 태도, 본보기가 됩니다.
듣고, 읽고, 쓰는...
가히 모델입니다.
흐트러지 내 모습을 잡기위한 거였습니다.
습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선생님께 많은 걸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내게는 80점도 높은 점수예요.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희연 선생님 참 대단해요.
사실은 저 점수보다 훨씬 낮은데 글로 미화(?)하다 보니 80이 되었네요.
실은 훨씬 낮아요.
80점은 편안한 점수, 박수를 보냅니다. 함바, 현장, 제게는 낯선 단어지만 그 분위기는 짐작이 갑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하루 습관으로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실천하는 선생님이 대단하세요.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계획적으로 지내시며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 하시는 선생님을 뵈며 많이 배웁니다. 같은 문우라서 참 좋습니다.
함께 글을 나눌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선생님의 깊고 따뜻한 시선에서 늘 배움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