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자살한 최진실, 간통죄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옥소리는 생년월일이 같다. 1968년 12월24일에 태어났다. 키와 몸무게도 공히 163㎝ 45㎏이다. 88년 고교를 졸업한
이들의 어머니 성명에는 모두 ‘숙’자가 들어있다. 무명시절 카탈로그 촬영장에서 처음 만나 서로 유사한 구석을 맞춰보고 금세 친구가 된 것은 당연했다. 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는 사실
앞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연예계 데뷔과정 또한 똑닮았다. 옥소리는 태평양화학 CF-영화 ‘구로아리랑’-MBC TV ‘베스트셀러극장-꽃자리’를 거치며 차츰 얼굴을 알렸다.
최진실은 삼성전자 CF-영화 ‘남부군’-MBC TV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으로 스타덤에 다가갔다. 심지어 한때 친하게 지낸 남자스타의 성씨도 동일하다. 최진실은
변진섭(42), 옥소리는 변우민(44)과 가까운 사이였다. 90년대 중반까지 두 미인은 승승장구했다. 객관적인 미래는 온통 장밋빛이었다. 최진실, 옥소리에게 출생시까지 물었다.
이어 유명 역술가에게 사주풀이를 청했다. “46세까지 인기상승이 지속된다. 특히 46세부터 10년 사이에 큰 재화를 쌓는다. 다만, 48세에 남편에게 액이 있을 것이 우려된다.”
“대기만성이다. 46세 이후부터 순풍에 돛단 격이다.” 앞의 것은 고 최진실, 뒤는 옥소리의 운세다. 이 땅의 도사는 크게 3종이다. 역술인, 무당, 그리고 풍수가다. 여기에 기를
수련했다는 계층이 보태지는 추세다. 온갖 예언이 쏟아진다. 정확히는, 미디어가 그들의 주장을 받아 옮긴다. 은유 뒤에 숨어 말과 글자 장난을 일삼기도 한다. 이현령 비현령, 황희
정승의 검정소 누렁소 식으로 경우의 수를 늘어놓고 명상, 고심하는 척 한다. 초능력을 지닌 도인에게는 매스컴이 필요 없다. 도인은 이기적이다. 자기 한 몸을 위한 정신수양 끝에
눈부신 경지를 맛보는 데 족할 따름이다. 인쇄매체나 방송을 통해 자신을 알린 다음 돈을 받고 점을 봐주는 절대다수 신통방통자는 신비상품이다. 성철(1911~1993) 등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인간들은 허투루 참언한 적이 없다. 옥소리, 최진실의 케이스가 바로 사주불여관상이라며 내게로 오라고 손짓하는 관상가도 있겠다. 그가 관상쟁이로 드러나면 풍수가가
헛기침을 할 것이다. 멀쩡한 선조 묘까지 옮기게 된다. 후손 못 되라고 저승에서 사악한 기운을 뿜어대는 조상은 있을 수 없다는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체력 저하가 육신의 질환을
부르듯 흥분과 기대가 지나치면 마음 한 켠에 허한 구석이 생기게 마련이다. 도사는 바로 이 구멍을 파고 들어와 똬리를 튼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면서도 인편에 거액을 찔러주고 굿판을
벌여 찜찜함을 달래는 까닭이다. 최진실 관련 예견 가운데는 “남편에게까지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대길 재물운”이라는 언급이 있다. 전 남편 박철(40)에게 한 번도 생활비를
받지 못했다는 옥소리의 경우에는 “말년까지 재복을 누린다”는 덕담이 남아있다. 조성민(35), 내연남인 팝페라가수 정모(38)를 떠올리며 지켜봄 직하다. 그런데, 당시 이 역술인은
오연수(37)더러 “30세 이후에 출가해야 흉을 피한다”고 했다. 오연수는 27세때 한 살 많은 손지창과 결혼,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로또복권 등장과 동시에 도사는 정리됐다.
숫자 6개도 못 맞히는 보통사람들에게 천기누설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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