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삼화고속 광역노선 가운데 하나인 1400번 버스
삼화고속에 소속된 인천과 서울 간 광역버스 기사(승무원)들은 종종 승객들과 마찰을 빚는다. 배차간격이 공식적인 운행정보에 비해 지나치게 길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후텁지근하거나 몹시 추운 날이면 승객들의 불만은 더 커진다. 승객 개개인들이야 버스에 오르면서 한 마디씩 던지는 것이지만, 버스 승무원들은 정거장에 설 때마다 똑같은 불평을 들어야 한다.
그나마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는 승객들의 불만을 견딜 만하다. 저녁을 넘긴 늦은 시간대가 되면 술에 취한 승객이 심한 욕설과 함께 불평을 늘어놓는 일이 간혹 있다. 승무원이 사과를 하더라도 이들의 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런 일을 자주 겪는 날은 승무원들도 인내심이 한계치를 넘어 승객과 말다툼으로 이어지곤 한다. 누군가 중재에 나서서 말싸움으로 끝난다면 다행이지만 다짜고짜 차를 세우라며 주먹다짐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승객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는 단지 지루한 기다림 때문만은 아니다.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는 하차태그 후 30분 이내에 환승을 해야 교통카드 환승할인이 된다. 그런데 배차간격이 늘어져 30분을 넘기게 되면 승객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원망은 고스란히 버스 승무원에게로 쏟아진다.
그런데 배차간격이 늘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버스 승무원들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승무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임의의 ‘감차운행’ 때문이다.
임의 감차운행이란 버스 노선마다 면허를 인가받은 버스 대수보다 적게 배차해 감회운행하는 편법을 말한다. 버스회사가 감차운행을 일삼는 이유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선 하나가 분담해야 할 운송양은 일정하다. 그런데 그 노선에 인가된 버스의 배차 대수를 줄이면 버스를 운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비(인건비, 유류비 등)를 줄일 수 있고, 딱 그 만큼 이윤이 늘어나게 된다.
임의 감차운행은 탈법행위이다. 운송사업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거해 이용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편의성, 정시성, 안전성 등을 고려해 운행노선 면허차량대수 전체를 운행해야 한다.
[표1] 면허 대수와 영업소 배차현황 비교. 1200번의 경우 평일 면허 대수가 15대임에도 불구하고 7월9일
평일에 실제 배차된 대수는 9대다.
“감차운행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 나대진 지회장은 감차운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입석 승객을 태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좌석은 권리입니다. 감차운행 때문에 입석을 이용한다면 그 얼마나 불편한 일이겠습니까? 더구나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경우 입석승객을 태우는 것은 불법입니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감차운행으로 침해당하는 승객의 권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죠.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감차운행의 또 다른 문제는 승무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 승무원들은 정해진 근무일수를 채우지 못해 생활임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하더라도 버스업계에서 삼화고속의 임금 조건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것저것 공제하고 대략 150만 원 정도를 가져갑니다. 다들 나이가 4, 50대에 들어선 사람들이고,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승무원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 임금으로 생활이 되겠습니까?”
임의 감차운행은 사측이 비용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나대진 지회장은 깊은 우려를 내비쳤다. 또, 인천시가 삼화고속의 감차운행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화고속지회는 삼화고속이 흑자노선을 매각하려고 하자 이를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며 투쟁을 선포했으나, 사측이 매각 노선 소속 근로자 25명 전원을 계속 고용하기로 해 파업 이틀 만에 합의한 바 있다. 현재는 정년연장, 광역버스 격일제 등을 놓고 교섭 중이다.
[사진2] 노조가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감차운행 신고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