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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시인선39 (원용수 시집)
『백조의 기분』
979-11-92613-77-2 / 122쪽 / 130*210 / 2023-08-31 / 12,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첫 시집「무지개 여행」에 이은 원용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형상 시인선 39번째 시집이다. 세상을 향한 무한한 긍휼의 마음을 지닌 팔순의 시인이 써 내려간 착하고 진솔한 시 78편이 실려있다.
“성성한 백발이어도/ 이웃과 함께/ 꼿꼿이 서서 들판을 지킨다// 춤사위는 꽃에게 주고/ 온몸으로 흔들흔들/ 가을을 어른다// 흘러가는 노을 뒤에서/ 강한 척해도/ 저 혼자/ 흐느낄 때가 있다”- 자시 「억새」 전문
여든다섯의 자칭 “할아비” 시인은 일상, 가족, 동식물, 자연, 사물의 모습에 투영한 천진하고 달관한 노년의 감성을 편안하고 따스하게 시로 그려내었다. 어떤 난해함도 현학도 없는 시는 편 편이 담백한 묘사와 순수한 서정으로 맑은 시의 감성을 만끽하게 한다.
■ 저자 소개
원용수 시인
- 호는 안석(安石), 경북 울진 출생
- 강릉사범, 방송통신대학 졸업
- 월간 ≪한맥문학≫에 수필, ≪문학예술≫ 시 등단
현재
- 한국문협, 대구문협,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 대구펜클럽,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 형상시학회 회원
- 형산수필, 달구벌수필 동인
- 수필과지성 아카데미 원장 역임
수상
- 제14회 매월당문학상
- 영호남수필 문학상
- 국민훈장 동백장
작품집
- 수필집 『능수버들』
- 시집 『무지개 여행』, 『백조의 기분』
■ 목차
自序
1
각시붓꽃 / 둥근 소원 / 백조의 기분 / 삼베 이불 / 수리점에 들다 / 소요유 / 알밤 / 애첩, 사과나무 분재 / 촌놈 / 물닭갈비 / 흔들의자 / 출판 후기 / 운명 / 신처용가 / 양반병 / 신경통 / 오매불망 / 탈각 / 봄나물
2
버킷리스트 / 환한 밥상 / 포옹 / 청도라지 / 장수매 / 새우잠 / 당신 먼저 가이소 / 뇌춘 / 대장봉 / 한탄강 잔도 / 돌에도 말씀이? / 재생 / 사문진 팽나무 / 순치 / 설방우 내 고향 / 공중그네 / 따뜻한 보시 / 따뜻한 조우 / 호박의 임신 / 환절기
3
개꿈 / 걱정이 태산 / 겨울 속으로 / 결벽증 / 고니 사랑 / 공존의 늪 / 구문소 / 그림자 밟기 / 길을 선점하다 / 김장날 / 누님 가시고 / 망실 / 만만한 아저씨 / 만년송 / 물난리 / 집 없는 토끼 / 초례봉 / 운문사 처진 소나무 / 할미 할아비 바위 / 박수받는 할머니
4
골프공은 선생님 / 우승 트로피 / 골프장 개구리 / 노익장 / 만 보 / 휴일 당번 / 맨발 데이트 / 홀인원 인증서 / 한나회 / 앞과 뒤 / 산란하는 잉어 / 여름밤 / 역주행 / 일념 / 적응 / 허교 / 백년해로 / 효부열전 / 허리띠
|해설| 착하고 진솔한 시_ 양재일
■ 출판사 서평
“할아비 백조가 가족 십여 명을 거느리고 봉무공원에 내려앉으려다 냇물이 얼어서 그만 앉지 못하고 어기적어기적기어 나왔다. 지난겨울에 와서 먹었던 붕어를 먹으러 가족들 데리고 왔다가 할아비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낭패를 당한 할아비가 내 처지 같구나. 아비 없는 손자가/ 반지하방을 비워주어야 할 판이라 잠이 오지 않는다.// 시베리아 추위를 피해 한반도 대구에 왔다가 강물이 얼어서 낭패를 당하다니. 그들은 낙동강 쪽으로 갔으니 겨우내 살 수는 있겠지. 흰옷을 입었던 우리 민족을 닮은 그들이/ 무탈하기를 빈다// 조류인플루엔자 조심하길 곱은 손 모아 빌고 또 빌어본다” (「백조의 기분」 전문)
먼저 노년의 일상과 심정을 되새겨보는 시편이 있다. “연애라야 뭐 별거 아니요// 소나무를 만나면 소나무를/ 마눌을 만나면 마눌을/ 포근히 안아주는 거지요/ 서로 듣는 심장 소리에/ 찾아온 늙음이 몰라 후다닥 달아나지요”(포옹), “제대로 되는 운동은/ 눈꺼풀 들어 올리기와 숨쉬기 정도// 맨손체조가 안 되니/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데/ 마음인들 제대로 움직이겠나// …// 그래도 가벼운 배드민턴공 하나/ 입으로 훅 불어/ 구순의 꽃담 너머로 넘기고 싶다”(「순치」),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 닮은 누님/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징검돌 보폭마다 민들레꽃 놓아두고/ 누님은 훌쩍 떠나셨다// 가로등도 없는 길/ 꽃등 하나 저 혼자 밝다”(「누님 가시고」) “아서라/ 아흔까지 만 보나 지키자”(「만 보」) 등 건강을 잃어가고 숱한 이별을 맞이하는 노년의 가운데에서도 웃음과 사랑의 감정을 잃지 않은 시인의 싱싱한 마음을 진솔하게 시로 그렸다.
그리운 사람과 가족을 향한 마음을 그린 시편은 언뜻 담담하지만, 혈연을 향한 짙은 애정으로 눈물샘을 터트리는 감동을 안겨준다. “발바닥은 뜨거워지고/ 무릎은 자꾸 굽혀져도/ 엊그제 손자 본 내 어깨/ 장하다고 보듬어 줄/ 달님 손길 그립습니다”(「둥근 소원」),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삼베//…// -모기 뜯을라/ -배탈 날라/ 어머님 살금살금 꿈속에 드십니다//…// 삼베 이불 덮으면/ 목침에 기댄 팔순의 숨결도/ 쌔근쌔근 애기랍니다”(「삼베 이불」), “방금 세수한 아내/ 청도라지꽃이다//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날 기다리는 아내// 마악산 산기슭 사동에서/ 처음 만나 모셔온‘/ 아내는 청도라지였다// 첫날밤/ 족두리 벗기던 손톱이/ 지금도 아릿하다”(「청도라지」) 등 ’엄마’와 ’아내‘에 대한 극진하고 애틋한 사랑을 그린 시가 그러하다.
“저릿한 문장/ 온몸으로 쓴 편지”(「각시벗꽃」)라는 표현에 걸맞은 심금을 울리는 구절을 편 편마다 담은 시인의 시는 인간은 물론 만물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가득하다. 꽃, 나무와 동물 같은 생명은 물론 자연물을 대하는 시인의 눈길에는 생명존중과 자연사랑이라는 소중한 공존공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아내가 이상하다/ 아프다는 허리는 펴지고/ 두 눈은 반짝인다// 집에 오자마자 산나물 삶은 아내/ 이웃에 나누러 다닌다/ 됐다/ .아직은 괜찮구먼”(「봄나물」), “나무지팡이에 물 한 병 들고/ 팔순 넘긴 기묘생 토끼할머니 …// 턱밑까지 숨이 차올라도/ 물병 속 절반의 물은 남겨두었다가/ 길가 할미꽃 목 축여준다// 바라보는 서로가 거울인 듯/ 흰 머리카락 날리며 나누는 웃음”(「박수받는 할머니」), 등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자비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저 찔레꽃 덤불 뒤에 가서/ 급한 볼일 보려는데/ 망 좀 봐 주실래요?/ 예, 그러지요// 독거노인 천 영감님 병원 모셔가서/ 진료 마칠 때까지 도와주실래요?/ 예, 그러지요// 내일 황금복지관 점심시간/ 배식 도와주고/ 설거지도 해 주실래요?/ 예, 그러지요// 무료봉사 단체 모임/ 돈만 드는 이사 맡아 달래도/ 예, 그러지요// 참, 쉽고/ 만만한 아저씨 맞다// 그래도/ 복지관 공짜 점심 안 먹고/ 코로나 지원금도 안 받는다”(「만만한 아저씨」)
양재일 시인은 원용수 시인의 시에 대해서 “이분의 시에서 한 줌의 권위 의식도 없는 이웃집 아저씨나 할배 하회탈 같은 미소를 느낄 수 있고 때로는 피란길에서 어머니의 손을 놓쳐버린 아이들처럼 울 수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분의 시는 화장기가 없는 민낯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백조의 기분』이 독자에게 주는 순수하고 착한 시의 감성을 느껴 보기를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