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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 필자는 수석을 하기 전에는 산을 즐겨 찾았다. 수석 못지않게 등산도 재미가 있다.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정에 오르다 보면 마음이 담대해지고 너그러워 짐을 느낄 수 있다. 등산은 여러모로 건강에 좋은 취미생활이라 말 할 수 있지만 수석은 건강과 재미뿐만이 아니라 돌이라는 인연품을 가져와 항상 가까운 생활공간에 놓아두고 쓰다듬거나 관상하면서 "침묵"이라는 금언과 함께 그 이상을 체득한다. 돌의 생성과정과 생애를 생각하면서 '인고'를 배우기도 하고 돌과 대화의 경지에까지 들면 돌과 사람이 한 몸이 된다. 특히 무량한 돌밭을 걷는 것은 유년시절 소풍놀이에서 보물찻기 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대며 어떤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 행복감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지음도 필자와 더러 탐석행을 같이 하는 한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젊은 날 이름도 모르는 병마에 시달리며 한 때 묘자리까지 잡아놨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석을 시작하여 건강을 회복한 분이다. 그는 아예 배낭을 근무처에 걸어놓고 몸 컨디션이 좋지않으면 곧바로 배낭을 둘러매고 혼자서 훌쩍 돌밭으로 직행하기도 한단다. 사업에 실패한 다른 한 분은 의기소침하여 있던 터에 돌을 알게 되어 사업을 재기한 사람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나 위의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누구에게나 수석에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유한다. 최근엔 마치 교회 전도사처럼 탐석을 하면 축복을 받는다면서 간곡히 부탁할 정도다.
#때를 늦추지 말아라
누구나 생활전선에서 일하다보면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심신이 피로해지고 거칠어질 때가 있다. 이런 때에는 삶의 윤활유인 취미생활이 요청된다. 취미생활은 서예나 그림 또는 독서, 우표수집등 정적인 취미가 있는가 하면 등산, 운동, 수석처럼 동적인 취미생활이 있다. 특히 필자는 건강을 위해서는 정적인 취미생활보다는 동적인 취미생활을 가져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동적인 취미에서도 정서 함양에 크게 도움이 되는 수석취미를 권유해보고 싶은 것이다.
흔히 수석취미는 이것 저것 해본 취미생활의 마지막 취미생활이라는 말이 있는데 필자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수석취미는 연령에 관계는 없지만 일찍 수석에 입문하여 틈틈이 돌밭을 향할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수석취미는 돈이 많이 드는가?
한 마디로 대답하면 그렇지 않다. 요즘 필자의 경우는 동료 몇과 어울려 당일자로 가까운 강이나 바다로 다녀오면 보통 비용이 1회 3만 원 정도 지출된다. 사람마다 처한 경제상황에 따라 달리 말하겠지만 결코 많은 비용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필자의 경우는 수석받침(좌대) 제작을 좌대제작 전문가에게 의뢰하므로 연출 제작비용이 추가되지만 손재주가 있는 분은 자기가 스스로 자탐한 돌을 여러 가지 상상을 동원하여 직접 짜보는 것도 재미인 것이다. 여기서 수석초보자들에게 일러 둘 말은 좌대할 돌은 엄격히 선별하여 제작하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수석초보시 좌대제작을 남발한 점이 없지 않아 나중에 수석 안목이 높아지면서 남에게 선물로 주거나 버릴 때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 수석의 역사
인류가 탄생하여 석기시대라는 역사시대가 있는 바와 같이 돌을 생활도구로 사용해 온 일은 아주 오래이며 기묘하고 이상하게 생긴 바위를 보고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배석(拜石)신앙까지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돌도끼, 돌칼 등 돌을 도구로 사용하다 보니 점점 인류가 진화하면서 기이한 돌과 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것인데 중국의 가장 오래 된 지리서인 「서경」의 우공편(偶公篇)에 재미있는 일화가 많으며 송대(宋代)의 휘종 임금은 애석열 때문에 나라살림이 위태로울 정도였다는 말이 전하여 오고 있다
우리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당나라에서 화엄경을 배워 온 승전법사는 80개의 돌을 모아 불경을 가르칠 만큼 애석열이 높았다 하며 500년 전의 기록인 양화소록(養花小錄)을 뒤로 다산, 추사, 대원군에 이르기 까지 많은 애석 발자취를 남겼다.
지금도 비원에 가면 여러 개의 궁중정원석을 볼 수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의 애석 역사도 결코 짧지 않은 것이다.
#수석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자연 경관이 수려하여서 옛부터 금수강산이라 했다. 사람들은 그 자연 속에서 즐거움과 안락함을 느끼며 얽매인 생활에서 틈틈이 강으로 바다로 훌쩍 떠나가 맘껏 풍류를 즐기고 싶은 욕망이 때때로 일어선다. 그러나 현실이란 항상 분주하고 고닲은 것이어서 마냥 자연 속에서만 빠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므로 자연을 우리 생활 가까이 갖다 놓는 것이 이른바 수석인 것이다.
즉 아름다운 대자연을 축경하여 사람의 생활공간에 가져다 놓고 자유자재로 만져보고 들어보고 완상하면서 대자연을 실감하는 돌을 수석이라 말한다.
작은 돌 하나에서 금수강산 같은 경치의 미를 볼 수 있으며 삼라만상의 축경미를 볼 수 있다. 나이아가라 같은 폭포,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천야 만야 멀리 떨어진 풍경까지도 한 손 안에 만져보고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니 이 아니 놀랄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옛말에도 "돌은 굳고 덕을 가지고 있어 참으로 군자의 벗이 됨이 마땅하다. 항상 같이 하여 본 받을 것으로서 감히 미치지 못할 고상한 형상이다."라고 하였다. 예부터 사람들은 돌처럼 참되고, 변덕 없고, 영원하고, 단단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의 순수한 이치와 교훈을 배우려면 돌을 사랑해 보면 알 것이다.
<노을을 등진 남자>
송재 나석중
밤새 기도처럼 깨어 있어
내 머리맡 깊지 않는 잠을 지켜주던
초췌한 네 뺨에 내 뺨을 비벼 대는 순간
일출 같은 빛부신 아침을 영접한다.
만져주고 쓰담고 숨통과 숨통이 부닥쳐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응접하는 너의 진실
누구의 우정이 그만큼 그윽하고
누구의 사랑이 그만큼 그득하더냐?
거제 앞바다 도장포 절벽 아래
밀물에 떼굴떼굴 방황턴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네
세상의 온갖 것 격을 두고 외로울 때
노을 하늘 구름 비낀 하얀 포인트를 보고
"월하의 정취" 라 못내 이름 붙이다가
아무레도 한 사내 천근 같이 서있어
"노을을 등진 남자"라고
가만히 불러 본다.
# 모든 돌이 다 수석은 아니다
수석은 자연의 창조물이요, 신의 창조물이며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수석이 인위적인 조각품이나 공예품이 아니고 오직 자연의 섭리로 저절로 생겨난 천연의 돌이어야 하는 것이다. 취석한 수석의 불만족한 부분을 손을 대서 절단하거나 모래박스에 굴리거나 하면 돌의 원형에 인공을 가한 것으로 그때부터는 이 돌은 손댄 돌이라는 생각에 정감이 멀어지고 수석으로의 가치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석으로 갖춰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 점의 돌이 어떤 형상으로 되어져 본래의 실상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즉 곰 같이 생긴 돌을 보고 정말 곰 같이 실감나게 느껴져야 하는 것이고 사람의 얼굴 같이 생긴 돌을 보고 인상석이라고 하는데 얼굴이 쪼글쪼글 늙은 얼굴이거나 하회탈 같이 웃는 얼굴이거나 성난 얼굴이거나 근심하는 얼굴이거나 어떤 해학적인 얼굴이거나간에 정말 사람의 갖은 얼굴 중 어느 하나를 닮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사람이 실내 공간에서 자유자재 혼자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돌이어야 하며 뜰에 놓은 정원석 같이 큰 돌을 수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인데 이러한 수석의 형식을 갖추려면 산수의 경치를 연상시켜 주는 돌이거나 여러모로 기묘한 물형을 나타내는 돌이거나 아름다운 색채와 무늬의 조화로 그림이 그려진 것이거나 무엇이라고 금방 말 할 수는 없어도 환상적인 감동을 일으키는 돌들인 것이다.
부연할 것은 요지음 강돌의 고갈화로 바닷돌 탐석이 왕성하고 주거의 형태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같은 주거의 집단화로 점점 수석의 크기도 작아지고 있는 경향인데 수석 크기가 대략 야구공에서 농구공 정도의 크기로 보면 좋을 것이다. 물론 야구공보다 더 작아도 수석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어느 수석 선배로부터 "순치달마"라는 말도 들은 일이 있다. 돌이 작기가 입술에 낄 정도로 작은 달마석이라는 말이다. 돌이 작아도 달마형이 얼마나 묘하고 완벽에 가까우면 그런 말이 나왔겠나?
# 수석이 갖춰야 할 3 대 요소
첫째는 질(質)
수석은 석질이 좋아야 한다. 석질이란 돌의 강도, 즉 돌의 단단한 정도를 말하는데 석질이 강하고 단단해야 돌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어 돌의 가치가 높은 것이다. 석질이 좋지 못하면 색갈이 바래지고 돌의 표면이 쉽게 상처가 나며 조금만 부딪쳐도 흠집이 생기므로 모오스경도로 4.5 도에서 6 도 정도가 알맞다 하는데 그정도란 실제로 못이나 유리 조각 같은 것으로 잘 긇기지 않는 것이면 석질이 좋은 편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석질이 약하면 책상 위에서 떨어져도 금세 깨질 수 있고 흠이 생기므로 돌의 조직밀도가 조밀하여 석질이 단단하고 강한 돌을 취하여야 하겠다.
필자가 처음 돌밭에 나갈 적에 사람들이 돌을 들고 갈구리로 텅텅 돌을 치며 돌 소리를 듣는 것을 보고 왜 저런가 했는데 그게 석질을 소리로 듣고 좋은 지 나쁜 지를 아는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돌에서 쇳소리가 맑게 나면 석질이 아주 좋은 것이라고 한다.
둘째는 색(色)
수석에서는 오석이나 묵석 같이 주로 검정색의 돌이 있고 흔히 쪼코석이나 부라운이라고 하는 갈색 계통의 돌이 있고 그린이라고 하는 푸른색등의 돌로 크게 구분하고 있는데 색감이 수마(물씻김)가 잘 되어 돌에서 윤기가 나고 확실히 살아 있는빛깔의 돌이면 돌에서 생동감이 나서 좋은 것이다. 기타 흰색이나 회색이나 분명치 못한 누르끼한 색 따위는 이내 싫증이 나기 때문에 취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째로는 형(形)
여러가지 사람의 형태의 얼굴, 포옹, 마리아상, 달마상, 사유상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온갖 짐승들 모양, 또는 기명석(그릇), 갖가지 선돌등 여러가지 돌의 형태를 말하는데 돌이 질과 색감이 좋지 못해도 형태가 뛰어날 때는 취하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수석의 3 요소 외에도 수석의 부드러운 선과 굴곡, 주름, 곰보 같은 파임, 여드름이나 좁살 같이 알알이 불거져 나온 돌의 살갗(표피)등이 오랜 세월 세찬 물의 흐름에 씻기여 맵씨 있고 아름다운 때깔을 지녀야 좋은 수석감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겠다.
돌이 거칠고 선이 날카롭거나 물씻김이 덜하여 뾰쪽뾰쪽 험상 궂다면 수석감으로는 기피하여야 할 것이다.
# 수석의 종류
* 산수경석(山水景石)
우리가 흔히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산수가 아름다운 자연을 일컷는 말인데 조그마한 돌 하나가 그런 산수경을 닮았다면 책상 앞에서도 앉아서 대자연의 경치를 음미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의 풍경은 깊은 골짜기와 낭떠러지, 유연히 뻗어내린 산맥과 능선, 호수, 폭포, 굽이치는 시냇물등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를 돌에서 발견하는 것이 수석을 하는 기쁨인 것이다. 그래서 수석은 발견의 미학이라고도 말하질 않는가!
산수경석에는 산형, 섬형, 바위형, 폭포, 호수.평원, 토파, 단층석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다음 기회로 미뤄 본다.
* 형상석(形像石) 또는 물형석(物形石)
돌 전체가 어떤 무엇을 닮았냐는 것인데 예를 들면 사람 ,새, 온갖 짐승, 탑, 초가, 성모상, 불상 등 열거하면 한이 없는 것이다.
물형석은 너무 실물과 같이 꼭 닮으면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을 살 수 있고 한 번 보고 단순하게 끝나지만 무엇인가를 암시적으로 상징해 주는 근사함이 있어야 돌을 보면 볼수록 기묘하고 재미가 있어지는 것이다.물형석은 자연의 형상으로 추억과 동경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돌이면 좋고 현대미술의 세련된 감각으로 추구하려고 하면 미학탐구등 상당한 조예가 있어야 할 것이다.
* 그림돌(문양석, 색채석)
그림돌이란 돌의 표면에 갖가지 문양이나 그림이 기묘하게 그려지거나 새겨진 돌을 말하는데 그림은 나무, 곤충, 새, 사람, 온갖 짐승, 꽃, 산이나 숲, 달과 별, 태양, 노을, 구름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만치 많은 것이다.
그림은 구도가 맞고 색이 선명하고 돌의 표면 색과는 뚜렷하게 구분 되는 색깔로 회화적이고 우아한 색채를 띠면 좋을 것이다.
그림이라 해도 대포나 칼 같은 살상무기나 정서를 해치는 그림보다는 시정이 솟아날 수 있는 순수 자연적인 그림으로 돌의 전면에 그려져 있어야 하며 돌도 모가 나던지 삐뚤어지지 않고 앉음세가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가공한 그림돌이나 연마한 색채석은 수석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 추상석(抽想石)
추상석이란 딱 꼬집어 어떤 물건과 닮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과 감동을 고조시키는 돌로 아름다움이 뛰어난 돌이라 하겠다. 형태와 색이 조화로워서 안정감을 주며 선과 색의 변화가 자연스러워 딱이 어떤 사물과 닮지 않았어도 훌륭한 수석감인 것이다.
추상석은 어느 정도 수석경험을 지난 후에 감상할 수 있는 돌인 것이다.
# 왜 수석(水石)이 아니고 수석(壽石)인가?
중국에서나 일본에서는 水石이라고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壽石이라고 표기 하는데 그건 옛부터 "석수만년(石壽萬年)" "수석노불(壽石老佛)" "노태수석(老苔壽石)" 등의 전래된 표현에서 물수자(水) 대신 목숨 수자(壽)를 사용케 됐다고 보는 것이며 실제로 수석을 하다보면 돌은 생명이 없는 무기물에 불과하지만 돌밭에서 돌을 취하여 수반이나 좌대에 돌을 연출해서 물을 뿌려보거나 돌을 쓰다듬다 보면 돌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것인데 그건 수석을 해보면 알 수 있는 신비인 것이다.
수석생활에서 양석(養石)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돌밭에서 처음 가져온 돌을 생돌이라고 하며 가져온 돌을 햇볕을 쬐고 물을 주거나 비와 눈을 맞게하다 보면 돌이 양석되어 깨끗해지고 돌 표면을 쓰다듬다 보면 고태미(古態美)가 풍겨 한 점의 돌에 축적된 부언부동(否言否動)의 돌의 내력을 응접할 수 있게 돼 영원불멸의 아름다음과 생명력이 휘도는 감동에 젖게 되는 것이다.
<그지없이 가는 길>
송재 나석중
소나무가 우거진 낭떠러지 아래는 언제나 반달처럼 굽이도는 바다가 어김없이 크고 작은 돌밭 하나를 경작하고 있는 것인데
어둑하고 후미진 곳에서 다리 부러지고 팔 부러진 외로움이 산을 넘지 못해 그리움을 끌어당기며 둥글둥글해 지는 것인데
그게 다 해와 달과 별들이 손 한 번 잡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저만치서 그리워만 하고 있는 이유인 즉
때로 잠 못 들며 멀리서 불러내는 소리 따라 공중을 걷듯 그지없이 내가 가는 길이라.
#수석은 어디에서 나오나?
금광에서 금을 캐고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것처럼 수석도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고 수석 산지가 따로 있는 것인데 수석감의 돌이 나오는 곳은 대체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강
강돌은 강가에 널려 있는 돌밭에서 취할 수 있는데 요지음은 호우나 장마가 지난 다음에 돌밭을 찾아보면 수석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강의 수많은 지류나 계곡에서 갖가지 돌들이 강으로 굴러 내려와 모여쌓기 때문에 물씻김이 좋은 돌들을 탐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강돌 중에서는 남한강 돌을 그 석질의 단단함과 다양함과 물씻김에서 제일로 쳐주고 있다.
*바다
육지가 항구처럼 안으로 굽어 들어온 해안에 파도와 모래의 출렁임으로 닳고 닳은 볼품 있는 돌들이 많은데 최근에는 강돌의 고갈화로 바닷돌의 인기가 날로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닷돌은 강돌의 수석개념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는 바 돌이 주름지고 마른 것보다는 적당히 살이 쪄서 구형의 선돌이나 화려한 색채 문양석이 일품인 것이다. 바다에서 수석감이 될만한 돌은 얼이나 균열이 나지 않은 견고하고 굴곡의 변화가 부드러워야 한다.
* 산
산돌은 글자 그대로 산에서 발견되는 기묘한 토중석을 말한다.
토중석은 산 뿐만아니라 밭이나 평지에서도 출토 되는데 암층이 땅 속에서 땅 밖으로 노출되어 햇볕과 비바람에 깎이여 묘한 수석감이 되는 것이다. 산돌은 대부분 강돌이나 바닷돌보다 물씻김 상태가 부족한 면이 있고 거칠어 금세 싫증이 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이다.
* 돌의 뒷처리
돌밭에서 취해온 돌들은 이끼, 조개껍질, 물때등의 잡물이 붙어 있으므로 말끔이 청소를 하고나서야 본래의 수석의 자연미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탐석해온 돌들을 따뜻한 물이나 연한 비눗물에 한나절쯤 담갔다가 잡물이 불린 다음 돌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수세미나 칫솔 따위로 때를 씻어낸다. 매끄럽게 수마(물씻김)가 잘 된 돌은 손질하기가 쉽지만 피부가 요철이나 구멍이 있는 돌은 닦기가 까다로우므로 돌 표면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굴곡과 주름 틈새에 끼어 있는 잡물은 송곳이나 이쑤시게 같은 걸로 조심스럽게 파내면 된다.
바닷돌은 조개껍대기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조개껍대기는 물과 빙초산을 희석시켜 하루 이틀쯤 담가 놓으면 조개껍질이 흐믈흐믈 떨어져 나가는데 깨끗이 씻은 후 소금기 제거를 위해 적어도 2ㅡ3일은 물에 담가 놓아야 한다.
돌을 삶아내는 방법은 돌의 색의 변화와 표면의 손상이 우려되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될 수 있으면 마당이나 옥상에 돌을 널어놓고 햇볕이나 비바람을 맞는 양석과정을 거치면 돌이 깨끗해 진다. 간혹 오래된 돌때를 제거하기 위해 수산, 염산, 질산 따위의 독한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품처리는 돌의 손상이 초래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 주의 하여야 한다.
수석의 석질이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이 다를 것이고 또 약물 처리할 돌과 동질의 돌을 우선 약물시험을 해본 후 안정성을 실험한 결과에 따라 약물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약물처리를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될 수있으면 약물처리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러 돌때를 벗기는 한계를 넘어 약품으로 자연석을 부식시켜 본래의 돌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모양의 돌로 둔갑시키는 일도 있는데 이는 자기 양심도 속이고 타인의 눈도 속이는 행위로 참다운 수석인이 취할 행동은 않인 것이다.
<봄날 돌에 이름을 붙이며>
송재 나석중
봄이 누구에게나 그냥 봄이겠소
봄을 맞으려면 먼저 봄을 아파 봐야 하나 보오
봄인데도 등에 한기가 스미고 목에 땀이 배고 삭신이 우오
오늘은 유달리 황사가 우울한 날
돌은 나의 조용한 주막이어야 하오
그녀의 잎술 같은 와인 한 잔 목축이면
돌의 오래된 몸에서는 음악이 켜지고
안고 싶은 수만 꽃들이 춤을 추오
감히 때묻은 사람이
돌에 이름 붙이는 일 당키야 하겠냐만
돌이 내게로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돌에게로 가 돌을 연모한 지가 벌써 여러 해
외람되나 부를 이름 하나 없어서야 되겠는가
말을 하지 않으며
말을 다 하는 돌이여
오, 기도하고 싶은 성소여
# 수석의 연출
흔히 수석은 발견의 미학이오 연출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강이나 바다나 돌밭에서 취해온 돌들을 수석답게 진열하여 완상하는데 이용하는 것이 수반, 모래, 좌대, 물, 화대, 지판, 등이 이용 되는데 이러한 연출에 사용되는 부대물이 돌과 조화를 이루어 돌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것이 수석의 연출인 것이다.
애석생활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분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수석 연출 솜씨를 보면 알 수 있다. 갖가지 수석은 그 특징에 따라 수반이나 좌대에 연출하는 것이 결정되는데 수석의 모습을 가장 훌륭하게 나타내 보이는 연출 능력이야말로 돌에 쉽게 빠져드는 지름 길이다.
* 수반 연출
수반은 동수반에서 부터 자기수반, 마불수반, 푸라스틱 수반 등이 있고 타원형과 직사각형 등이 있는데 수반은 오랫동안 사용하여도 잘 파손되지 않는 자질이 좋은 것이라야 하며 기품이 있어 돌과 수반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수반의 색갈은 검정색, 밤색, 푸른색, 흰색 등이 있는데 대체로 묵직하고 두터운 맛이 도는 밤색이면 무난하다.
수반에 연출할 돌은 주로 산수경석이다. 수석을 수반에 앉혀놀 때는 돌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서 돌과 조화가 잘 되는 수반을 선택하여야 한다. 네모진 돌은 타원형 수반에, 둥글거나 길쭉한 돌은 사각수반에 놓는 것이 좋다. 입석이나 육중한 돌은 운두가 깊은 수반에, 평원석처럼 돌의 높이가 낮고 긴 것은 운두가 낮은 수반에 연출하는 것이 상례다.
수반에 돌을 앉혀놓을 때는 수반 안에 모래를 깔고 그 위에 돌을 놓거나 모래 없이 물만 채운 수반에 그냥 놓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모래를 채우고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모래는 돌의 크기와 돌의 표면에 따라 그 굵기가 다른 것을 선택하게 되는데 보통 좁쌀 알만한 모래가 많이 사용되며 모래 색갈도 돌의 색갈에 따라 금모래, 은모래. 검정 모래 등 다양하나 금모래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수반의 크기는 돌의 3배 정도면 좋은데 돌에 비하여 수반이 너무 크거나 작으면 조화가 맞지 않아 완상미가 떠러지게 되는 것이다. 수반에 수석을 앉혀 놓고 물을 뿌려 보면 돌의 본 모습이 선명하게 살아나 보는 이의 기분도 금세 유쾌해 지는 것이다.
* 좌대 연출
좌대 연출이란 나무 받침을 만들어 그 위에 돌을 안정되게 얹어 놓는 것인데 좌대에 연출할 돌들은 물형석, 문양석(그림돌), 색채석, 추상석들이며 아무 돌이나 좌대에 올리므로서 수석미를 감소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는바 이 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좌대는 필자의 경우 손재주가 없어 좌대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장인에게 의뢰하고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좌대는 제 손으로 직접 조각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바람직하다 하겠다.
좌대 제작시 유의할 점은 무엇보다 안정감 있게 좌대와 돌이 서로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조화로워야 하며 여러모로 돌을 비추어보아 좌대보다 수석이 가장 돋보이는 모양세로 앉혀 놓아야 하는 것이다.
좌대에 쓰이는 나무로는 흔히 값 싸고 칼질이 쉬운 나왕목, 마디카, 피나무, 향나무 등이 널리 사용되는데 요지음은 대추나무, 흑단, 괴목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좌대 재목으로는 단단하고 윤기가 나는 재료이어야 하는데 좋은 재목으로는 괴목, 대추나무, 흑단, 참죽나무, 호두나무, 벚나무, 감나무, 밤나무 등이 있다.
좌대는 너무 유별나게 하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우면 좋고 조각이 끝난 좌대는 색칠을 입힐 때도 너무 화려하면 안되고 돌의 빛갈과 형태에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보통 밤색계통을 칠하면 무난하다.
부언컨데 좌대는 돌이 좌대에서 겉돌거나 쓰러지거나 하지 않도록 돌이 좌대에 이가 딱 맞아서 안정 되어야 하며 견고한 재료로서 돌보다 좌대가 화려하면 돌이 좌대에 치어 완상미가 감소되므로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수석(壽石)>
송재 나석중
그대, 돌 하나
만삭의 자궁 천둥 치고 지축을 흔드네
스스로 살아가는 길이란 나그네 길
낭떠러지에서 헛디뎌 발 하나 부러지고
절뚝거리면서 넘어지면서 또 부러지네
몸으로 부딪치고 엉엉 울면서 맨땅에 뒹굴면서
눈물도 마르고 물 바닥에 밟히면서 너덜너덜 헤진 손으로 물살을 짚네
불쑥불쑥 날을 세우던 증오심 덩어리 허우적거리면서
등골은 패이고 닳고 닳아 여기 뼈만 남았네
그게 다 닿지 못한 인연 하나에 눈멀고 눈 빠진 것인데
몸뚱인 구멍 몇 휑뎅그렁
닦은 세월은 천년이고 만년이고
모두 하나님이 숨 한 번 쉰 사이
시방 닿은 손 안에
비 맞은 날개처럼 파르르 떨고 있네
그대, 돌 하나.
#재미 있게 돌을 모으는 요령
돌은 강돌이나 바닷돌이나 한쪽으로 치우쳐 취석하는 것보다 다양하게 섬렵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또한 경석이나 문양석 등 어느 한 부분만 선호한다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편식하는 꼴이 되어 결국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과 같다.
돌은 아래와같이 테마 별로 모으면 재미있다.
* 십이지(十二支)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蛇),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십장생(十長生)
해, 산, 물, 돌, 구름, 솔,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문자석(文字石)
아라비아 숫자 1에서 10까지를 모으거나 한자의 一에서 十자까지 모이기 등 문자석 모이기도 다양하다.
*인상석(人相石)
사람의 얼굴은 웃는 얼굴, 성난 얼굴, 찌그러진 얼굴, 우수에 젖은 얼굴. 생각하는 얼굴, 해학적인 얼굴, 주름진 얼굴, 동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군자(四君子)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을 모으는데 특히 난석을 취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남근석(男根石)이나 여근석(女根石)
여러가지가 있어 웃기고 재미난 돌이다.
*선돌(線石)
선돌은 특히 바닷돌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다양한 곡선미가 해석(海石)의 진수라고 볼 수 있다.
*기명석(器皿石)
그릇석이라고도 부르는데 여러 종류의 항아리, 고기(古器) 등 그릇 모양의 돌들도 재미 있고 바닷돌의 여러가지 기명석으로 장독대를 연출해 보는 것도 향수적인 감흥을 충분이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과일석
사과나 복숭아 등 여러 과일 모양의 돌이다.
*달마 및 사유석(思維石)
생각하는 사람의 형상이나 달마의 여러 형상들을 여러 점 모으는 것도 재미나다.
<검은 돌>
송재 나석중
까마귀같이
오직 검은 고집 하나만으로도
취하고 싶은 돌
쌓이고 쌓인 세월
일도양단하면
피도 검겠네
대자연 한 몸에 담아
그러고도 몸 줄이고 낮추어
꾹꾹 눌러 퇴고 끝난 한 편의 시다
긴 말씀 눈으로 듣게 하여
세 치 은장도 같은 혀로
돌이 된 내 속을 벤다
#수석감상의 즐거움
수석은 대자연의 축경을 우리 생활 가까이에 두어 만져보고 관상하는 것인데 조그만한 돌 한 점에서 금수강산같이 여러 개의 봉과 계곡과 폭포와 호수까지 있는 돌이라면 그 돌에서 우리는 실제 계곡을 올라 산 정상에 이르는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폭포 소리도 들리고 호수에 낚싯대라도 띄워 신선처럼 노니는 상상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꽃이 그려진 그림돌을 보면 꽃의 향기와 벌 나비가 날아드는 연상도 가능하며 수림석을 보면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연상하여 시 한 수라도 읊으며 거닐고 싶은 충동 또한 일어날 것이다.
마리아상을 닮은 형상석을 만나면 항상 간구하고 싶은 위안을 느낄 것이요 달마상 같은 돌을 보면 세상 욕심에 연연하지 않는 교훈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흔히 수석취미생할을 오래하다 보면 돌과 대화한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과학적으로 무생물인 돌과의 대화란 수석미에서 체휼하는 상상의 세계에 몰입하므로서 가능한 것이다. 일상의 삶에 찌들다 보면 감성이 메말라서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수석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정서적으로도 심성이 고와지고 부드러워져서 미묘하고 아름다운 수석세게에 감동케 되고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펼치게 되는 것이니 이러한 마음을 갖다 보면 허욕이나 거칠고 악한 마음씨를 버리게 되고 어느새 관용과 참음과 양보와 배품의 미덕으로 품성화 하게 되는 것이므로 어느모로는 수석생활이란 마음을 닦는 도의 길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수석인 헌장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자연에서 왔고 또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은 생명체의 보금자리이며 생활의 자원이고 영원한 환경이다.
그 자연의 신비 속에서 인간은 문명을 깨닫고 문화질서를 영위한다.
일찌기 우리의 선조는 자연의 조화 속에서 인성을 다듬어 인격을 형성하는 심오한 철학체로서의 수석을 발견하였다.
바로 이러한 선조의 고매한 문화를 오늘에 이어 받은 우리 수석인들은 정성을 다하여 그 뜻을 참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1. 수석인은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앞장선다.
2. 수석인은 수석을 통한 인격도야에 힘써야 하며 가정과 사회에 모범이 된다.
3. 수석인은 한 가족 한 형제로서 사랑을 나누며 어려운 일 즐거운 일을 함께 한다.
4. 수석인은 남을 평가하거나 수석을 평론할 때 예의와 겸손을 다한다.
5. 수석인은 주변과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을 의무로 한다.
6. 수석인은 수석문화를 통한 아름다운 정서의 인류화에 노력한다.
7. 수석인은 국제연합 지구환경보존강령 및 대한민국 자연보호 헌장을 준수한다.
# 맺는 말
그간 6회에 걸쳐 초보자가 듣기 쉽도록 개략적인 수석이야기를 펼쳤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수석에대한 정보가 날로 확창되어 수석에 대한 관심도 점증하고 젊은 수석인들도 나날이 돌밭을 찾고 있는 편입니다. 그간 제 글을 읽고 몇 분이라도 수석계에 입문 생의 축복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