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겨울, 빌리 빈(오클랜드 어슬레틱 단장)은 리그 MVP(제이슨 지암비)와 1번타자(자니 데이먼), 마무리투수(제이슨 이스링하우젠)를 동시에 잃었다. 이듬해에도 찬바람과 함께 1번타자(레이 더램)와 마무리투수(빌리 코치)를 떠나보냈다.
강추위는 올해도 마찬가지. 빈은 다시 전년도 리그 MVP(미겔 테하다)와 리그 최다세이브의 마무리투수(키스 폴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빈에게 있어 스토브리그는 위기이면서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비록 브라이언 캐시먼(뉴욕 양키스 단장)이나 테오 엡스타인(보스턴 단장)에게 주어지는 두터운 수표책은 없지만, 날카로운 눈으로 매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4번째 마무리투수
99년 트레이드마감시한을 하루 앞두고 빈은 지난 2년반동안 82세이브를 거둔 주전마무리 빌리 테일러를 뉴욕 메츠에 내주고 '실패한 유망주' 제이슨 이스링하우젠(현 세인트루이스)을 데려왔다. 이스링하우젠은 이후 2년간 67세이브를 거두며 오클랜드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01시즌을 끝으로 이스링하우젠이 FA자격을 얻었다. 빈은 그를 잡지 않았다. 아니 잡지 못했다. 그리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비록 3년간 100세이브를 거두긴 했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빌리 코치(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데려왔다. 이듬해 코치는 44세이브로 부활했다.
2002시즌이 끝나면서 코치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어 대폭적인 연봉상승이 예상됐다. 이에 빈은 코치를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주고 역시 마무리투수인 키스 폴크(현 보스턴)를 데려왔다. 당시 폴크는 99년 이후 최악의 부진으로 셋업맨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폴크는 43세이브로 코치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하지만 가난한 오클랜드가 FA자격을 얻은 폴크를 감당해낼 수는 없었다. 빈이 택한 4번째 마무리는 아서 로즈(34). 지난 2년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로즈는 올시즌 4.17의 방어율로 크게 부진했다. 비록 통산 17세이브에 불과할 정도로 마무리 경력은 미천하지만, 예년의 구위만 회복한다면 3번째 잭팟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과연 매년 반복되고 있는 마무리 교체는 이번에도 성공을 거둘 것인가.
▲공포의 좌투라인
왼손투수는 지옥에 가서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각팀의 주포들이 왼손타자로 채워지고 있는 요즘, 왼손투수는 귀하디 귀한 존재다.
70년대 초반 오클랜드가 월드시리즈 3연패를 달성할 당시 선발마운드에는 켄 홀츠먼-바이다 블루의 왼손 듀오가 있었다. 현재는 배리 지토(25)와 마크 멀더(26)가 있다.
오클랜드는 공격력 보강을 위해 또 다른 왼손 선발투수 테드 릴리를 '동맹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보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팀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14승을 거둔 마크 레드먼(29)을 영입해 다시 왼손 선발투수를 3명으로 늘렸다.
불펜에도 왼손투수가 가득하다.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로즈를 비롯, 리카르도 링콘(33) 크리스 해먼드(37)는 언제든지 상대팀의 왼손대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시 데려온 마리오 라모스(26)까지 가세해 준다다면 무려 7명의 왼손투수가 가동된다.
아직 스토브리그에서의 전력보강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오클랜드의 지구 라이벌인 시애틀 매리너스에는 왼손투수가 제이미 모이어(선발)와 에디 구아다도(불펜) 2명 뿐이다.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선발 제로드 워시번 단 1명, 불펜엔 아무도 없다. 동부의 강자들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왼손 선발투수가 전무한 실정이며, 불펜요원도 각각 1명씩 밖에 없다.
그야말로 왼손투수를 싹쓸이한 셈이다.
반면 지난해 양키스는 왼손 선발투수를 상대로 25승12패를 기록했으며, 시애틀도 27승18패로 선전했다. 애너하임(27승24패)과 보스턴(20승20패)도 5할은 넘겼다.
과연 오클랜드의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좌투 강화책'은 이들을 상대로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내년 시즌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