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GMO의 유해성과 관련한 충격적인 논문이 발표됐다. “GMO 옥수수를 200마리의 쥐에게 2년 동안 먹였더니, 4분의 3에 달하는 실험쥐에게 종양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논문은 “일부 종양은 탁구공만큼 컸으며, 쥐 몸무게의 25%에 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은 프랑스 깡(Caen) 대학 연구팀(세라리니 박사 주도)이 미국의 저명한 과학 학술지 ‘식품화학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에 제출한 것이다. 제목은 ‘라운드업 제초제와 라운드업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변형 옥수수(NK603)의 장기 독성 연구’(Long term toxicity of a Roundup herbicide and a Roundup-tolerant genetically modified maize)’다.
photo=세라리니 연구팀 논문
‘GMO 옥수수’ 2년 동안 먹였더니… 실험쥐 4분의 3에서 ‘종양’
세라리니 박사와 연구팀은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몬산토’사의 옥수수 GMO(NK603)를 대상으로 했다. 실험쥐는 총 200마리로, 10마리씩 20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실험쥐에게 GMO 옥수수를 2년 동안 먹였더니, 최대 탁구공만한 종양이 생겼다’는 실험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실험 대상으로 삼은 몬산토의 GMO 옥수수 ‘NK603’은 2001년부터 상업재배 되기 시작해 2011년 현재 세계 12개국에서 재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옥수수를 재배한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콜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이 몬산토 GMO 옥수수는 유럽연합(당시 27개국)과 기타 20개국에서 승인된 것으로, 세계 47개국에서 수입해 보급되고 있었다. 몬산토 GMO 옥수수를 승인한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유럽연합(당시 27개국) △미국 △일본 △캐나다 △남아공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콜롬비아 △싱가포르 △대만 △러시아연방 △브라질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우루과이 △한국.
NK603, 2002년에 식약처가 승인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2002년 12월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NK603) 안전성 평가자료 심사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photo=식약처 보도자료
식약처는 자료에서 “지금까지 섭취해온 옥수수와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판단됐다”며 이 GMO 옥수수를 승인했다. 이로 인해 2002년부터 이 GMO 옥수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GMO 옥수수는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몬산토’가 만든 것이다. 이 회사는 세계 66개국에 404개 ‘공장시설’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한국 지사인 (주)몬산토 코리아는 2009년 4월 6일 문제의 GMO 옥수수(NK603)와 또 다른 GMO 옥수수(MON89034; 해충 저항성 GMO 옥수수)를 섞은 교배종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요구했다.
이를 놓고 식약처는 2010년 1월 19일 ‘유전자 재조합식품 등 안전성 평가자료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심사위원 14명이 참석했다. 식약처는 참석자 전원 동의하에 “추가적인 안전성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때부터 우리는 단독품종 GMO 옥수수(NK603) 뿐 아니라, 여기에 다른 GMO 옥수수를 섞은 ‘교배종’ GMO 옥수수까지 먹게 됐다. 단독품종은 한번 유전자 변형을 시킨 것, 교배종은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끼리 다시 섞은 것을 말한다.
“실험 방법 틀렸다” vs “‘암’유발 연구 아니다”
깡(Caen) 대학 연구팀의 논문이 파문을 일으키자,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해 오던 기존 학계와 프랑스 보건당국이 반격을 시작됐다. 학계는 연구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한 그룹 당 적어도 50마리 이상이 필요한데, 실험에는 그룹 당 10마리를 이용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세라리니 논문 반박. photo=사이언스디렉트 홈페이지
이같은 기존 학계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훈기 교수는 “암을 연구할 때에는 최소 50마리 이상으로 실험 설계를 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깡(Caen) 대학 연구팀의의 실험은 ‘암’ 연구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깡 대학 실험결과는 ‘종양’이 발견 됐다는 것”이라며 “당시 연구팀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암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했다. “깡 연구팀도 당시 학계에서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해 반박을 했다”는 설명이다.
3개월 연구 vs 쥐의 평균수명(2년) 동안 연구
깡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는 유의미한 부분이 또 있다. 일반적으로 쥐를 대상으로 하는 GMO 위해성 연구 기간은 3개월에 그친다.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주로 GMO 생산기업 측이 연구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쥐의 평균 수명은 2년이다. 깡 연구팀은 쥐의 평균 수명인 2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GMO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지도 않았다. 깡 연구팀은 프랑스 정부를 포함해 각종 공공기관에 연구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좌절돼, 할 수 없이 개인과 독지가들의 자금을 끌어 모아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 들어간 비용만 320만 유로(2012년 당시 환율로 46억원)였다.
식약처 “유해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깡 대학 연구논문이 발표된지 두 달 뒤인 2012년 11월, 식약처는 ‘유전자재조합 옥수수 NK603 심사결과보고서(안)’을 발표했다. 단독품종 GMO 옥수수(NK603)에 대한 심사 보고서였다.
식약처 세라리니 논문 검토 결과. photo=식약처 보도자료
식약처는 여기에 깡 연구진의 논문에 대한 ‘검토 의견’을 달았다. 식약처는 “발암성 실험의 경우 군당 최소 50마리를 이용한 실험 결과의 통계학적 비교를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군당 10마리를 이용한 발암성 결과를 해석해…”라며 “유해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 신소재식품과에 이 결론에 대한 의견을 다시 물었다. 식약처 신소재식품과의 이우영 연구관은 “10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거치는데, 2002년에 승인된 NK603(단독품종 유전자 변형 옥수수)을 2012년 말에 재승인한 절차 안에서 해당 논문이 검토됐다”고 했다. 그는 “깡 대의 연구결과는 유럽식품안전청에서 ‘실험의 프로토콜이 잘못됐다’고 결론이 났고, 식약처의 검토 결과도 마찬가지”라며 “그 연구팀(깡 대학 연구팀)에서는 사료가 뭔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NK603이 종양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연구관은 “GMO 전체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식약처에서 승인된 제품의 경우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