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가 24일 서울 옥수동 루터교회에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열었다. ⓒ 최진
분열된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기원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을 맞아 그리스도교 신자와 성직자, 수도자들이 모여 기도회를 열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교단으로 구성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한국신앙직제협)는 24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옥수동 루터교회에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열고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을 다짐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 컸다. 한국신앙직제협은 지난 18일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 담화문을 통해 500년 전 일어난 종교개혁의 의미를 분열과 갈등보다는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공동의 유산으로 삼자고 신앙인들에게 권했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천주교와 개신교, 성공회, 정교회, 루터회 성직자들은 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상징하는 벽돌을 통해 그동안 서로에게 가졌던 미움의 죄를 고백했다. 각 교계 성직자들은 사랑의 결핍, 증오와 경멸, 그릇된 비난, 편협, 권력 남용 등의 문구가 적힌 12개의 상자를 성전 제단에 내려놓으며 죄를 고백했고, 하느님께 용서의 자비를 청했다.
▲ 기도회에 참석한 성직자들은 ‘사랑의 결핍’, ‘증오와 경멸’ 등의 문구가 적힌 12개의 상자를 성전 제단에 내려놓으며 죄를 고백했다. ⓒ 최진
서방교회의 일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부터 서로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기도회 강론을 맡은 김희중 대주교(천주교광주대교구장)는 “교회를 개혁하려는 루터의 의도와는 달리 서방 그리스도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로 갈라졌다. 지난 500년간 개신교와 천주교는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기지 못하고 남보다도 가혹하게 서로를 적대시해왔다”라며 “복음과 신앙이라는 공동의 유산이 훨씬 많지만, 무엇이 서로 다르고 누가 더 우월한가에 치중했다”고 반성했다.
김 대주교는 “우리 안에 오만과 증오, 미움만이 가득하다면 하느님의 자비는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며 “500년 전 서방에서 갈라진 분열의 역사를 이 땅에서 우리가 고스란히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서방교회의 일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부터 서로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희중 대주교(천주교광주대교구장)가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서 강론을 맡았다.ⓒ 최진
그는 그리스도교가 서로 간의 화해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천주교와 개신교가 가지고 있었던 분열의 죄를 극복하고, 화해와 존중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한 모든 신앙인에게 화해와 협력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초대했다.
우리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제자의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강론이 끝난 뒤, 제단에 쌓였던 벽을 허물고 벽돌을 십자가 형태로 놓는 ‘화해의 실천’ 의식이 진행됐다. 분열의 죄명이 적힌 12개의 상자를 뒤집어 순서대로 쌓으니,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 담긴 십자가 그림이 나왔다.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과 일치했던 것처럼, 각 교회도 그리스도를 통해 일치를 이룬다는 뜻이었다.
▲ 강론이 끝난 뒤, 벽돌을 십자가 형태로 놓는 ‘화해의 실천’ 의식이 진행됐다. ⓒ 최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열리는 일치를 위한 기도회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제자의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세상을 정의와 평화, 생명이 넘치는 세상으로 만드는 그리스도인의 사역을 완수하자”고 말했다.
혹한의 추위가 이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도회에는 각 교회 신자들 300여 명이 참석했다. 신자들은 하느님과 일치를 갈망하는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갈라진 형제‧자매들에게도 향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