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방
냄새 풍기며 한 끼의 식사를 얻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여기저기 널 브러져 잠을 자고 있는 모습,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노숙자,
대학로는 노숙자들의 집결소 같습니다.
그들을 바라봅니다. 저들도 한때는 어엿한 직장인이며
가장 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쪽방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우리나라가 가난했던시절, 불과 얼마전입니다.
남산 기슭이나, 창신동 일대, 봉천동 재개발 지역,
난곡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서울 시내가 보이는 산 꼭대기에
판자집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붙어 있습니다.
한 사람 발뻗고 누우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방,
그 방마저도 다달이 내야 하는 월세가 없어 대학로에서
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느 날, 노숙자들과 쪽방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한 자선 사업가가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쪽방에 살았던 일용 근로자였습니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몇몇 동료들이 공동묘지에
같이 갔는데 그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몰려 있었습니다.
장례 절차에 쓰이는 한 아름의 화환에 모두 시선이 가 있길래
자선사업가는 의문이 갔지만, 그냥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사업가는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물었지요.
그런데, 도리어 한 노숙자가 "선생님, 우리가 죽어도 저런
화환을 꽂아 주실 건가요?" 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동료의 관위에 놓였던 화환이 너무도 부러웠던 것입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한 번도 인간 대접을 못 받아 본 사람들은,
당연히 죽어서도 그 누구에게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거지요.
그들에게 아름다운 화환은 색다른 세계였을 것입니다.
"물론이지요, 제가 목숨 다하는 날까지 여러분에게 화환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자선사업가가 말했더니
그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또 한번은 그들에게 특별 행사를 행했습니다.
뷔페 식 음식을 차린 후, 위로 잔치를 열어 주었던 것이지요.
그랬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음식이 많이 남아,
맛이 없어 안 먹냐고 물었지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위에서 받아 드리질 않네요, 그렇습니다.
이 사람들은 오랜세월을 식은 된장국물에
김치 몇조각으로 연명해왔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여기 있는 음식 모두 먹을것 같은데요.......
너무 느끼해요..........죄송해요...".
그 날 그 자선사업가는 남은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주며
나중에 먹으라고 싸 주었지만, 가슴이 아팠습니다.
실컷 먹고 싶었던 음식 앞에서도 맘대로
그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만큼 배를 굶주려 온 사람들......
사업가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겐 음식도 중요하지만,
잠 잘때 만이라도 편히 쉴 수있는 쪽방이라도
있었으면 더 소원이 없겠다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제 그들의 삶도 바뀌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