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었을까.
한나절을 걸어오니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고, 그 흔적을 남기려는듯
붉은빛의 긴 꼬리를 남겼다.
그리고 그 꼬리마저도 금방 사그라졌다...
엄청난 더위를 자랑하던 대지는 서서히 식어갔다.
마치 한 생명을 앗아갈때처럼.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이미 공기는 차가워져 있었고, 일행의 몸은 혹독한 한기를 버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시작했다.
"낮엔 덥고 밤엔 춥고... 장난해?!"
"것도 몰랐냐? 사막은 원래 그래"
"그걸 알면서 오자그랬던거야?!"
"물론."
"아악!! 세이 , 너의 그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거야?! 대체!"
"물론 내안에서"
"너란 애란 참... 그나저나 이 추위 어떻게 안되냐?"
"글쎄..."
이미 밤이었다. 공기는 싸늘했고 모래는 얼음같았다.
"배도 고프다..."
"완전 거지꼴이군"
"그 레카인가 메카인가 뭔지는 왜이렇게 안나와?"
"그게 그렇게 가까웠으면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했겠다. 참으로"
"근데 진짜 장난이 아닌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맞춘듯이 일행은 하나하나 바닥에 주저 앉았다.
냉기가 뺨을 스쳐갔다. 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차가움...
"으윽... 앉지도 못하겠네"
흠칫.
순간 세이의 직감에 무언가가 잡혔다.
"...뭔가 있다"
"뭐?!"
"쉿"
검지손가락을 입에올린 세이는 날카롭게 주위를 살폈다.
"...숫자가 많아"
일행은 일제히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고, 서서히 무언가가 그들에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래바닥에서 느끼는 서늘함과는 무언가가 다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뼈가 오그다드는 싸늘함... 오싹하다라고 할까.
휘릭 휘릭.
급기야 이제는 소리까지 미세하게 들려왔다.
저벅저벅...
스르릉.
세이는 어느새 트루체이어를 소환해 들었고 보헤이도 검을 뽑았다.
제르니는 기도를 할준비를 했고, 안테는 그들 뒤에 있었다.
주변이 흐릿해졌다. 안개가 낀건가...?
"뭐야? 이거?!"
안개의 한쪽이 일그러지면서 일행을 밀쳤다.
아니 투명한 막이라고 해야지 옳을까.
한쪽으로 밀려난 일행은 잠시 중심을 못잡고 휘청거렸고 그 안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가했다.
"고스트(ghost)! 유령이다!"
몬스터의 정체를 간파한 안테의 목소리가 울리자 바로 제르니의 기도소리가 들렸다.
유령과 신은 정반대의 힘을 지녔기때문에 안개는 제르니의 기도에 주춤주춤 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별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안개는 다시 그들을 향해 다가왔고
제르니도 기도를 멈췄다.
"실드(shield)"
세이가 방어막을 형성했고 안개는 갑작스런 마법에 흠칫 하고는 뻗던 손을 거뒀다.
보헤이는 이때다 싶어 뛰쳐나가 안개를 베었다.
"됐다!"
보헤이의 일검에 흩어지는 듯 했떤 안개는 서서히 다시 원형을 갖췄고 화가 난듯 희미했던 색깔이
약간 붉게 변했다.
저벅저벅.
"이번엔 뭐야?!"
고스트를 해결하기도 전에 나타난 몬스터는 좀비(zombi).
죽은자의 시체가 육체만 움직이는 몬스터.
아마도 이 좀비는 한때 헛된 희망과 꿈을 안고 악마의 사막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중 하나겠지.
사람이었던 자였겠지.
그런생각을 하자 세이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하지만, 산자는 살아야 한다.
마음을 굳게먹은 세이가 트루체이어를 들어올릴때 보헤이의 한쪽 옷자락이 사락 소리를 내며
잘라졌다.
흠칫 놀라 쳐다본 곳에는 고스트들이 정체모를 웃음소리를 흘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끼히히히히...
발끝부터 소림이 돋는 소리...
"젠장! 홀리 라이트(holy light)"
좀비부터 없애는 것이 더 편할꺼라는 생각이 든 세이는 신성마법을 시전했고,
좀비들은 충격을 먹은듯 휘청거렸다.
"제르니! 힐(hill)을 써!"
"뭐?! 몬스터 고쳐줄일 잇냐?!"
"병신아! 저건 언데드라구! 일단 써!"
제르니는 의심스럽단 눈초리로 세이를 쳐다보다 마지못한 모습으로 기도를 했고,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졋다.
제르니의 표적이 된 한 좀비가 더러운 오물을 토해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놀란 제르니가 멈춘 사이 세이는 파이어 볼트를 사용해 그 좀비를 태워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한 단검만이 남아있었다.
그 자의 유품이겠지.
왠지 숙연한 마음이 든 세이는 그것을 줏어들었고, 페니아이르 옆에 차두었다.
그리고 다시 제르니와의 콤비플레이가 시작되었다.
한쪽에서는 보헤이가 열심히 베어내고 있었고 안테는 고스트들을 없애는 방법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젠장! 대체 얼마나 있는거야?!"
처음에 구역질을 호소하던 보헤이는 이제 아무렇지 않다는듯 좀비들을 하나둘 베어냈고,
제르니는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계속 해서 기도를 했다.
파이어볼트를 시전하기를 멈춘 세이는 다시 고스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고스트들은 쥐죽은듯이 조용히있었다.
왜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세이는 곧 자신이 친 방어막이 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아!"
"뭔데?!"
"저 유령들... 이 실드를 뚫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래?"
얼굴에 튄 오물을 닦아내던 보헤이가 반가운듯이 말했고 뒷마무리를 지은 제르니도 옆에 다가왔다.
기다려봐"
제르니는 방어벽한구석에 가더니 허공에 무슨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룬어...?
한바퀴를 빙돌고나서 글자들끼리 이어지자 빛이 한번 번쩍 나더니 곧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고스트들은 한발짝 더 방어벽에서 멀어졌다.
"뭐야?"
"결계야. 처음써보는데 생각보다 잘됫는걸?"
만족한듯 웃음을 흘리던 제르니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입을열었다.
"이대로 돌파하면 되는건가?"
"그럴지도..."
세이가 중심이 되어 한발짝 움직이자 실드도 따라 그림자처럼 움직였고,
일행은 뛸듯이 기뻐하며 세이를 뒤따랐다.
유령들도 슬금슬금 그들의 뒤를 뒤쫒았지만 차마 실드에는 손대지 못하는 것 같았다.
투캉.
한참 걸음을 옮기는데
둔탁한 소리가 났고 뒤를 돌아보니 방어벽 안에 뭉클뭉클한 무언가가 들어와있었다.
일행의 눈이 일제히 커졌고 순식간에 무기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그 물체는 도리어 겁먹은듯 슬금슬금 뒤로 도망갔다.
하지만 밖으로 나갈수조차 없었다.
"뭐야?"
[......]
"너뭐냐고?"
[사... 살려주세요]
"!!!!"
실체가 없다고 생각한 그 물체는 서서히 형체를 갖추더니 한 꼬마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반투명했던 모습도 거의 선명했고 몸은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어떻게 들어왔지?"
[튀... 튕겨져 들어... 왔어요]
"튕겨져?"
[어른들에게 치여서...]
"어른들?"
유령소년은 손가락을 들어 밖을 가리켰고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고스트들 사이에서 뭔가 파문이 일어났다.
자신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결계에 대해 어떻게 저 소년이 들어갔는지 의문이 들겠지.
"흠... 좋아 소멸시키진 않겠어. 다만... 우릴 따라와줘야겠어"
사람이 죽는것은 육체가 활동을 멈추는것. 그뿐이었다.
하지만 영혼자체는 소멸하는것. 소멸한다면 그것으로 끝. 다시 태어날 기회도, 다시 죽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법칙.
[예?]
"넌 악마의 사막을 잘알지?"
[그... 그거야]
"안내역할을 해줘. 우리는 레카이를 거쳐 페니오난으로 갈거다"
[레카이요?!]
"그래."
[하... 하지만...]
"싫다는 거냐?"
순식간에 세이의 레리아가 유령소년에게 향했다.
그러자 또다시 밖에서 파문이 일었고 유령소년은 놀란듯 검을 바라봤다.
[이... 이건!]
"문제라도 잇나?"
[레리아... 그렇군요... 알았어요. 길안내를 해드릴게요]
세이는 뭔가 맘에들지 않는다는듯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도 레리아를 아는군..."
[물론이죠. 유명한 검이니까]
"유명해?"
[예. 하지만... 이 이상은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갑작스레 단호해진 유령소년에 세이는 더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느꼇고 다시 눈길이 소년을 향했다.
"이름은?"
[레이소아 제이아 쥬플리시아드...]
"뭐라고?!"
[레이라고 부르세요]
"제이아... 쥬플리시아드라고?!"
[그런데요?]
"세... 세이안디... 제이아 쥬플리시아드 님은..."
[!!그분을 어떻게 아시죠?]
"당연히...나... 나는... 내가 페니샤트리의 27대 왕족...
페니오나르의 성을 가진... 이나라의 주인이다"
[어떻게!!]
"하. 재밋는 인연이군"
세이는 헛웃음을 지었고 유령소년, 아니 레이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렴풋이 짐작만 하는 다른 일행은 잔뜩 물음표를 달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봣다.
자자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_-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유령들을 무조건 나쁜놈들로 할려고 했는데
어쩌다 스토리가 이렇게 변해버린건지...
여튼 오늘도 짧군요. 낭패입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하이드리스(Hidris) -제25장-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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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1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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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유후>0< pularstar님, 사랑해요♥ 언젠가 폭탄......[빠악]
아앗,happy time님 반가워요- ㅎ, 아 꼬리를 남겨주는 분들이 늘어날떄마다 얼마나 만족을 느끼는지ㅠ_ㅠ. 이게 바로 작가의 묘미라는거군요=_=.ㅎ... 폭탄이라... 하하 어떤게 폭탄일까요-;
pularstar님 진짜 예상치 못한 전개군요.... 재미있네요... 그리고 완결편이 기대되네요...
pularstar님! 뒤늦게 25장 읽게 됬네요! 언제한번 날잡아서 폭탄으로 올려주세요~~ >ㅁ<
대체 폭탄이 뭘까요=_= 상당히 궁금한 pular.... 대 사건이 터진다는건 알겠지만. 어떤전개가 폭탄일라나; 연애소설은 폭탄내기 쉽던데 말이에요=_=;;;
ㄴ ㅑ ㅎ ㅏ ㅎ ㅏ ~ 폭탄....재밌겠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