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필자의 사촌동생이 긴긴 방황기를 마치고 품절된다. 언니 된 도리로 선물하나 하나 해주자 싶어 ‘뭘 받고 싶냐?’ 물었더니 ‘식기건조기’를 사달라더라. 순간 ‘얘 미친 거 아니야?’ 욕이 튀어나왔다. 우리의 친분상 허용되는 최대 한도는 20만 원인데 돈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식기건조기를 요구하다니. 분노해 험담을 날리는 필자를 보며 친구가 한마디를 날린다.
‘식기건조기’인지 ‘식기세척기’인지 확인해보라고… 그제야 깨달았다. 사촌동생이 원한 것은 식기건조기였구나.
▲ 식기세척기(오른쪽)/ 식기건조기(왼쪽)
세상에는 두 가지 식기 관리기가 있다. 식기세척기와 식기건조기. 무슨 차이냐 물으면 하나는 그릇을 세척부터 건조, 살균까지 해주는 친절한 이모님이고 식기 건조기는 식기 건조와 살균만 해주는 덜 친절한 이모님이다.
기능에 따라 식기살균건조기, 식기건조기, 식기살균기로 불리기도 하는데 보통은 식기건조기로 퉁쳐져서 불린다. 식기건조기는 2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도 구매 가능하지만, 세척기는 이 가격으로 턱도 없다는 게 소비자에게 가장 와닿는 특징. 오늘 구매가이드 주인공은 부담 없이 내돈내산할 수 있는 식기건조기다.
주방 삼신가전으로 떠오른 식기건조기! 왜?
▲ 존재만으로 안심되는 살균건조기(출처: 쿠진나이프케어 살균건조기)
요즘 주방가전이라 하면 식기세척기, 음식물 처리기, 식기건조기를 들 수 있다. 식기세척기와 음식물 처리기는 귀찮은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납득이 되는데, 식기건조기의 인기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식기건조기를 쓸까?
▲ 주방에서 대장균/살모넬라균/리스테리아균/이스트 곰팡이균이
많이 발견되는 곳(출처: NSF Internationa)
미국 비영리 인증기관 NSF Internationa에서 가정집 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정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부엌 싱크대였다. 특히 식중독 유발 세균인 비브리오균이 20만CFU/g, 살모넬라균 8만CFU/g, 대장균은 자그마치 150만CFU/g 이상 검출되었는데 이는 변기물 속 세균의 130대에 달하는 양이다.
'매일 설거지하고 청소하니까 괜찮아~' 과연 그럴까? 다양한 식자재를 손질하는 부엌은 온갖 세균 번식의 온상이다. 특히 부엌은 24시간 내내 습해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며, 식중독균에 오염된 재료를 손질하면 도마, 칼 등의 주방도구가 교차오염될 수 있다. 식중독 균은 보통 60℃ 이상 온도에서 20분 이상 가열해야 사멸하기 때문에 단순 뜨거운 물로 세척한다 해도 살균된 가능성은 적다.
무엇보다 싱크대 최고의 반전 빌런, 수세미가 있는 한 싱크대는 청정 지대가 될 수 없다. 한 방송에서 수세미를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한 달 내내 사용했더니 검출된 세균이 2억 2000만, 대장균은 56만CFU/g이었으며, 이 수세미로 설거지한 그릇에서는 세균 530CFU/g, 대장균 20CFU/g이 검출됐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수세미를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리면 세균이 99% 이상 죽는다(단 스테인리스 수세미는 사용 금물).
그러나 수세미 하나 관리한다고 싱크대가 청정 지역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싱크대는 언제든 세균 특별구역으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때문에 가정 내 음식물 섭취가 잦고 음식물 부패가 쉬운 여름에는 단순 식기 보관만으로도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식기를 보송보송 건조해 주고 살균까지 해주는 식기건조기가 주방 3신 가전에 합류한 것이다.
식기건조기, 어떻게 사야 할까?
▶구매포인트1. 어디에 쓸 것인가?
식기건조기는 용도에 따라 수저 전용, 칼·도마 전용, 각종 식기류를 다양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분류된다. 특정 식기류 전용 제품이더라도 구조와 크기가 맞으면 숟가락, 젓가락, 칼, 행주도 추가로 건조/살균이 가능하다. 예산과 설치 공간이 적당하다면 가능한 모든 주방 도구를 관리할 수 있는 식기건조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내부에 각 도구에 맞는 전용 슬롯이 있으면 식기 전면이 고루 살균될 수 있도록 수납할 수 있으며, 파손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용도별 식기건조기 특징
▶구매포인트2. 어디에 놓을 것인가?
▲ 좁은 주방이라면 제품의 크기, 위치를 꼭 고려해야 한다(출처: 샤오미)
식기건조기는 용도에 따라 크기가 분류된다. 수저 전용 건조기는 스탠드형으로 흔히 사용하는 수저통 사이즈다. 칼·도마 전용 건조기는 가로 평균 사이즈가 400mm 내외며 슬림 해 공간 차지가 적다. 그릇까지 수납 가능한 식기건조기는 크기가 흔히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식기건조대와 비슷하다. 크기가 달라도 겨우 몇십 mm 차이기 때문에 식기건조기 크기는 용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식기건조기는 그릇 건조까지 가능한 제품이 좋지만, 장소가 협소할 경우 전용 건조기를 고려해보자. 싱크대는 좁지만 주방에 창문이 있어 통풍이 잘 되거나 햇볕이 들어 자연 살균이 가능한 구조일 경우 세균 증식이 큰 칼·도마 전용 살균기만 들여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식기건조기 구매 전 공간 체크 리스트>
1) 주방 내 설치 공간과 구조를 확인한다. 식기건조기는 대부분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거치형이기 때문에 설치 면적은 필수로 확보한다.
2) 상부 개폐형 덮개를 쓰는 제품의 경우 덮개를 원활히 여닫을 수 있도록 싱크대와 상부 수납장 사이 높이가 충분한지 확인한다.
3) 콘센트 위치가 전원 연결 및 깔끔한 배선에 무리 없는지 체크한다.
4) 벽걸이형 살균기의 경우 전열기에서 멀고, 물이 튀지 않는 곳인지 확인한다(세입자의 경우 벽에 못을 박아도 되는지 집주인에게 반드시 물어본다).
▶구매포인트3. 어떻게 살균하고 건조하는가?
▲ 열풍건조와 UV살균으로 작동하는 제품(출처: 매직쉐프)
식기건조기는 살균 방식에 따라 휴대용 살균기에 많이 사용되는 UV살균 방식, 열풍 혹은 자연풍으로 고온 건조해 살균하는 방식, 오존을 이용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열풍건조 후 UV이나 오존을 이용해 추가 살균·관리하는 식기건조기가 많이 쓰이며, 특히 열풍건조 +UV살균 조합이 압도적으로 많다.
▲ 쿠쿠전자 CDD-A9010S
고온 살균 - 살균기 내부를 70℃ 이상 가열해 팬으로 순환하거나 아예 뜨거운 공기를 주입해 식기를 건조하는 동시에 각종 세균을 사멸한다.
▲ 쿠진 나이프케어 시즌2 COZ-1000UV /
락앤락 칼도마살균블럭 LHS001KEK / 한일전기 HUD-8200
UV 살균 - 미생물과 바이러스 분해 효과가 있는 UV-C를 사용해 식기에 묻은 각종 세균을 박멸한다. UV건조만 가능한 제품의 경우 반드시 식기를 완전히 건조 후 사용해야 한다.
▲ 벤하임코리아 VDD-250M
오존 살균 - 산소원자인 오존의 산화력을 사용해 각종 미생물과 세균을 죽인다. 살균력이 매우 뛰어나 0.01ppm 농도로 대부분 세균을 1분 내 사멸하며, 산소에 의해 분해돼 잔류물이 남지 않는다. 또한 대상의 위치와 상관없이 360도 살균이 가능해 식기류를 살균할 때 좋다.
▶구매포인트4. 어떤 부가 기능이 있는가?
모든 제품이 그렇듯 부가기능 1~2개에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진다. 혹여 건조, 살균 성능이 기대 이하더라도 다른 부가기능이 좋으면 이는 구매자에게 성공적인 선택으로 남을 수 있다.
칼갈이 - 보통 칼 전용 제품에 탑재된 기능으로 칼 보관 슬롯에 연마석이 있어 칼날을 갈 수 있다. 제품에 따라 수동, 전동 방식으로 작동된다.
선반(홀더) - 식기들을 수납할 수 있는 선반으로 보통 식기류까지 사용 가능한 제품에서 제공되며 스테인리스 소재가 많아 세척이 편하다.
PET필터 - 식기류 주변을 부유하는 미세먼지를 포집해 걸러낸다.
디스플레이 - 건조 및 살균 시간과 사용 모드 정보를 화면을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마 - 살균기 슬롯과 맞는 전용 도마를 제공해 더욱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보통 도마 전용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옵션이다.
TIP. 식기건조기 청소법
1) 먼저 구연산과 미온수, 수세미, 마른 수건, 스프레이 용기를 준비한다.
2) 식기건조기 전원을 분리한 뒤 수납 선반, 물받이통, 수저통 같은 구성품은 따로 빼둔다.
3) 미온수 100mL에 구연산 4~5g을 희석한 뒤 스프레이 용기에 담는다. 그 후 식기건조기 내부에 칙칙 뿌려준다. 이때 램프에는 분사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수세미로 내부를 구석구석 닦은 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5) 청소를 끝낸 후 덮개를 열어 제품 내부를 환기한다.
6) 수납 선반 같은 기타 구성품은 세제를 사용해 세척한 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진 곳에 두어 건조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김명신 kms92@danawa.com
글, 사진 / 강은미 news@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