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잇단 악재로 뒤숭숭한 모습이다.
정부의 철강제품 가격인상 자제 압박으로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8일에는 급기야 쇳물 생산 원료로 쓰는 사문석에 석면이 들어있어 위험을 노출시킨다며 비정부기구(NGO)에 의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검찰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동국제강은 연초 시작된 세무조사를 아직도 받고있다.
포스코의 아프리카 자원 비즈니스 결실과 신제강공장 공사 재개, 현대제철의 제3고로 투자 계획 등 개별기업 차원의 희소식도 없지않았지만, 업계 전체로는 안팎으로 피로도를 높이는 이슈들로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9일 "이럴 땐 그냥 조용하게 있는 게 상수"라며 최근 업계의 기류를 전했다.
특히 전날 있었던 '석면 함유 사문석 사용' 논란은 이런 썰렁한 분위기에 찬물을 한 바지 더 끼얹은 것과 같았다.
사문석은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 때 철광석, 코크스와 함께 넣는 부원료로, 철광석에서 철 성분을 제외한 돌(石) 찌꺼기인 슬래그를 잘 분리시킬 수 있게끔 유동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여기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됐으니 고로를 지닌 포스코와 현대제철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당장 문제가 된 경북 안동의 풍산, 신립광산 두 곳에서 사문석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해당 광산에서 화학시험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의 '비(非)석면' 판정을 받았기에 사서 써온 것이지만, 문제가 제기된 만큼 앞으로 별도의 객관적인 시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제철도 지난달 같은 문제가 있었던 충남 청양의 비봉광산 사문석은 입고를 중단했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풍산, 신립광산의 사문석은 그대로 쓰기로 했다.
생산 차질 우려에서다.
이처럼 두 업체가 전부 또는 일부 사문석 입고를 중단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대체할만한 부원료가 있어서다.
결국 이들 업체는 비용이 문제일뿐 해당 기능을 낼 수 있는 다른 부원료를 쓰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하는 게 억울할뿐 아니라 해당 광산들도 경영난에 빠지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업체들은 철광석과 유연탄뿐 아니라 전기로 원료로 쓰이는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오르면서, 자제해온 가격 동결의 빗장도 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의 압박에 따라 가격을 묶는 것도 원가 부담을 견딜만한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봉형강류 가운데 H형강 가격을 t당 98만5천원으로 올렸다.
전달 기준가격을 t당 5만원 올려 97만5천원으로 했지만 시황 할인을 적용해 93만5천원에 팔던 터였다.
포스코는 내달 말까지 열연강판 가격을 t당 90만원으로 동결한 상태지만, 지금의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지속된다면 2분기 이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동안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눌러온 것이라면, 이를 일시에 조정할 경우 그 오름폭이 작지않으리라는 짐작은 당연하다.
현대제철의 지난달 가격 조정 케이스가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과 3위인 스미토모(住友)금속공업 간 합병 추진 소식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합병 기업이 조강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넘버투로 부상하게 되면 아무래도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포스코를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와 서로 주식을 교차 소유한 제휴 관계이고, '덩치가 커진' 철강사들이 원료 공급사들에 우월적 구매파워를 높일 수 있으며, 일정한 구조조정 효과를 내면서 공급과잉 해소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