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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라다이스 호
목포를 떠난 쾌속선이 정시에 출발했다.
가야할 바닷길은 먼 여정.
옥빛 포말을 두 줄기로 뿜어대며 무섭게 달린다.
가루진 물줄기는 수키로 후방까지 괘적을 이루며
아픈 과거처럼 쉬 지워지지 않는구나.
아, 평온한 바다. 잔잔함이 호수의 표면 같다.
육지와 점점 멀어지는 이별은
이정표 없는 바닷길을 가로질러
첫 기항지인 흑산도에 머물다 이내 곧 홍도로 향한다.
오랜 세월 목포에 거하였으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홍도.
매년 여름마다 갈 작정하였다가 포기한 그곳을 먼 발치에서 보았다.
‘나처럼 어딜 안 가본 사람이 또 있을까?’
기실 여행한다는 것은 외로운 항해다.
처음가보는 곳은 고독하며 쓸쓸함은 늘 두 배가 된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붙잡아두는 영혼은
떠나는 일이 혼자든 둘이든
내가 어디 있든지 회귀시킨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한 점 섬,
그 자체가 외로움이지.
어쩌다 큰 물줄기 사이에 두고 육지로부터 홀로인고.
그나마 인간이 몇 명이라도 기거하는 곳이라면 조금은 낫다.
위태한 바위와 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고목만 덩그라니,
버려진 아이처럼 슬프구나.
“저기 보세요. 외로운 형상이 그대를 닮았네요.”
“그래도 생각해 보세요
저 섬의 뿌리는 육지와 튼튼히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그대도
꼭 외로운 것만은 아니랍니다.“
한줌밖에 안 되는 육지의 토막들이 하나씩 뜸 하더니
보이는 것 이라곤 바다뿐이다.
멀리 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한 톨 모래알처럼 쏘아졌다.
2.도착
생각보다 큰 섬이다.
가히 살만하고도 남는 섬이다.
몇 년을 계속한 인공구조물 덕분에 상당한 파도는 프로텍션할 위용을 갖추었다.
보호막 뒤엔 우리가 자야할 펜션, 그리고 식당.
주위엔 슈퍼마켓 노래방 소주방 대체로 다 갖추어진 환경이
일박하는 데엔 전혀 불편함이 없을성싶다.
첫눈에 뵈는 멋드러진 풍광,
좌우측에 깎인 절벽바위와 방파제 그리고 등대 두 개.
밤길 그미와 걷기 알맞은 거리만큼 떨어져있는 낭만의 원천.
자연이 그려준 그림 한 폭이
만질 수 있는 삼차원형상으로 거기에 있었다.
덕실봉 가는 길은 좌우측의 기암절벽과
한없이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조망하는 코스다.
높지 않고 중간 중간 빼어난 경치를 간과할 수 없음이니 쉼과
사진과 감탄과 맑은 공기를 동무삼아 어느새 정상이다.
‘1968년에 학교 계단을 준공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폐교가 되었노라.’
이곳은 조개패총이 발견된 만큼 이미 신석기 시대 전에
인류가 기거하였지만 수 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류는 500남짓이다.
폐교의 흔적이 슬프다.
섬 속에 사라진 학교가 슬프다.
보이는 것은 모두가 무리에서 떨어진 외톨이라서 슬프다.
그러나 이 기억은 아름다운 편린으로 마치 노래 향수처럼 가고파처럼
애틋한 아름다움의 슬픔이다.
이곳에 고향을 둔 사람들은 무언가 우리와 다른 깊음을 가지고 있을성싶다.
3.가거도의 밤
밤이 되었다.
보름이라 밝은 달을 기대했지만 두꺼운 장막에 가려진 달.
달무리만 뽀얗다.
막연한 대상도 없이 젊음의 낭만을 가져보고자 했다.
어디에 있을까.
달이 밝고 하늘이 맑아 별이 또렷하다면,
해변에 나란히 앉아 큰곰자리 북두칠성을 찾아보고
작은곰자리 북극성
카시오페아,,
4월 밤에 잘 보이는 밝은 오리온자리, 황소자리를 바라보면서
별 이야기만으로도
밤샘할 수 있었을 텐데..
술과 과식에 취한 무리들은 흐린 달처럼 허우적대고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은 흔히 보이는 내가 사는 그곳과 닮아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아무 하일이 없었지,
그래서 그냥 방구석만 지키지 않았는가.
그날들처럼 그냥 숙소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시공이 다른 처지에 그 옛날의 낭만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
켐프파이어, 얼마나 두근거리는 설렘인가.
내 나이 아직 젊다면....
‘달무리 지는 창문을 열면 싱그런 바람
꽃내음 속에 춤추는 여인 아름다워라
황홀한 달빛 꿈에 잠기면 다시 또 보이네.
축제의 밤
축제의 노래 함께 부르던 즐거운 날에
스치듯 만나 잊을 수 없던 그리운 여인
가버린 여인 눈에 어리면
다시 또 보이네
축제의 밤
언제나 다시오나 그리운 축제의 그 밤
금물결 달빛 속에 춤추던 그리운 여인
사모한 마음 서글픈 정은
가실 줄 모르네
그리워서
가버린 여인 눈에 어리면
다시 또 보이네
축제의 밤
언제나 다시오나 그리운 축제의 그 밤
금물결 달빛 속에 춤추던 그리운 여인
사모한 마음 서글픈 정은
가실 줄 모르네
그리워서.‘
(트윈폴리오 축제의 밤)
4.선상 일주
절벽바위를 따라 오르는 낡은 계단은 오랜 풍파 속에 많이 낡아있었다.
염소와 나트륨에 충만한 바닷물의 침식으로 시멘트 구조물은
처음의 원료로 분리되고 큰 바위는 깨어짐의 반복으로 맨 아래는
세석이 되어 쌓여있었다.
모질게도 억척스런 생명의 나무들 몇 구루를 가슴에 내어주고
솟아오른 장엄한 바위 절벽은 경외스럽구다.
인과법칙이 분명 작용했을 터,
대부분의 씨앗은 바람에 날려 바다로 가버리건만
어느 솔씨 하나있어 바위틈새 떨어져 뿌리가 내리고
바위는 뿌리를 위하여 금이 가고 부셔진다.
지금도 계속되는 크랙들이 그리 멀지 않은 세월 뒤에는
모래가 되어 흘러내림을 예견하는데, 기하학적 선 그음과
추상적 선 그음이 불란서 루블에 걸려있는 현대화가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신비롭기만 하다.
언젠가 불란서 루불의 껍데기만 오전 내내보았었다.
다 보려면 삼 개월 걸다는 인류 최대의 문화보고.
오늘 그 보다 심오한 바위조각과,
삼차원 선들의 신비들을 그냥 눈길 한번 주는
지나침으로 대신한 우리는 정녕 무식한 피조물일 뿐이다.
정상엔 현대식 화려한 등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불을 밝히기 위한 발전기도 거대하고 등대의 반사경도
여느 것 보다는 대형이며 관리인의 주거지는 신식 주택이다.
창문너머로 뵈는 책상위에는 컴퓨터가 즐비하고 대장의자는 회전의자,
절대로 외로운 등대지기모습은 아니구나.
바람을 등 뒤로하고 소나무 묘목을 줄지어 심고 있는 사람들,
소년병같은 붉은 뺨을 가진 어린 경찰들.
이곳은 국토 최전방이다.
젊은 선장이 탄 우리 배는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너울에 요동치는 배를 두고 분주했다.
낚시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설마!
채 5분도 못되어 낚아 올린 고기 두 마리.
방금 전까지도 억센 생명력으로 거친 파도를 거슬렸던
싱싱한 그들은 몸무게가 대략 3~5킬로 정도는 되 보였다.
뱃전엔 탄성이 나오고 모두는 몬도가네가 되어있었다.
“초고추장하고 쇠주 사와, 배에서 묵자.”
너울이 인다.
수확의 기쁨만큼 두려운 파도가 뱃전을 두드리고
한동안 우리는 공포에 숨죽여야했다.
‘고기 신이 노했나봐!’
이것은 순전히 다가올 귀향길 위험에 비하면 작은 전주곡에 불과했다.
잠시 불안한 회장님이 선착장에서 기다렸고,
우리는 살생하여 득한 바다의 노획품을 자랑스럽게 사진으로 남기더니
허기진 아귀처럼 생살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5-28)
‘살생하지 말라, 모든 생명에는 불심이 있으니 죽이지 말지어다’
(법5계중 1계)
불사의 성인이 가르친 절대 진리는 상반되는 현상이 늘 궁금하다.
5.포세이돈의 분노
절대 진리인 운동량보존의 법칙, 또는 등가의 법칙에 따라
그간의 즐거움을 한 시간 동안에 되갚는 시간이었다.
구조상 절대 전복되지 않을 괘속선이지만 죽을까 두렵고
수직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뱃놀이는 공포스럽고 괴롭다.
이대로 3시간을 가야한단 말인가?
그간 항만공사에 임하느라 비슷한 경험이 많지만 매번 유쾌하진 않았다.
놀람의 괴성이 속에,
구토의 괴로움을 말없이 참아내는 모습이 가련하다.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것은 일종의 기도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최대한 차분히하고
두가지 공포중 절대로 배가 전복하리란 걱정을 버린다면
일정시간은 견딜만 합니다.'
‘보라, 그대들이여, 눈물은 영원하지 않으며 즐거움 또한
무한하지 않도다.‘
‘술 마시고 즐겼던 환희를 이 바다에 버리고 갈지어다.’
철 덜든 어린 딸이 외박하고 돌아오는 날 아침, 엄한 아버지의
꾸지람처럼 분노하는 바다의 신 넵튠의 회초리가 사정없다.
다행히 한 시간여만에 잠잠해졌다.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잘 참으셨습니다.
6.맺는 말
작은 섬(여)
‘온 세상에 싸움이 멈추고 여기에 고요한 평화만이 내려 와 있다.
온 세상에 다툼이 멈추고 사랑과 이해가 여기 내려 와 있다.
온 세상에 욕심과 욕정이 멈추고 마음을 텅 빈자들이 여기에 내려와 있다.‘
배 창밖으로 무심히 지나치는 여,
3,300개 중 1,100개가 신안군에 있다던가?
대부분은 아무도 안사는 무인도다.
처음부터 가라앉은 심경의 발걸음이었다.
섬으로 향하는 등 뒤에 인장력 강한 고무줄이 팽팽하였다.
그 팽팽함의 마지막 끝을 놓지 않고 있는 원천은 예서 말할 수 없다.
아니 영원히 말할 수 없다.
7. 감사하는 마음
비싼 배삯 등 아무리 계산해 봐도 그 비용으로 이렇게 잘 먹고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노래방값도 너무 저렴해서 놀랬습니다.
맥주마시고 안주 먹고 두 시간동안 악쓰고 5만원이라니~
무쟈게 살기 좋은 관광집니다.
오시는 길 멀미에 힘드셨던 여성휀님들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되
마음만 안타까웠습니다.
오랜만에 나오신 님들 그리고 첨 나오신 님들, 반가웠습니다.
늘 느끼고 이장을 통해 용서를 빌지만 늙어서 말만 많은
저와 친구들에게 다정히 대해주신 분들께 정중한 사과 말씀 올립니다.
네 식구 뿔뿔한 지역 중 이곳의 하나인 저는 저녁거리가 마땅치 않아
목포에서 저녁까지 잘 먹고 왔습니다.
지금 주위엔 혼자 떠드는 티비말고는 적막이랍니다.
오늘 본 섬처럼 그러합니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는 새날,
정겨운 모든 회원님들의 힘찬 하루를 시작하시기 기원합니다.
특히 멀미에 힘드셨을 회원님들의 빠른 컨디션회복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고 많은 분들께서 함께 하시여 다정 "축제의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애님 기억이 다시 새록거리시겠습니다. 숙소는 어디셨어요? 비취호텔?
역시,산애님글대단합니다 산풍
오랜만에 산애님글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