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제3회 이오상 사진전, '순간과 지속'
유형 : 대전 사진전
날짜 : 2024년 7월 30일~8월 7일
관람시간 : 10:00~18:00, 전시마감일 : 10:00~15:00
장소 : 갤러리 탄(TAN), 대전 서구 문정로148(탄방동, 굿앤월드 빌딩 502호)
문의처 : 갤러리 탄(TAN) 042)489-8025
[작품소개]
사진은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시간 동안 렌즈를 통과하는 빛이 이미지 센서에 담긴 결과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찰나(순간)의 시간 동안 빛을 받은 경우나 임의의 긴 시간(지속) 동안 빛을 받은 경우 모두 오직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시간의 차이는 결과물인 사진에 분명하고 드라마틱한 차이를 가져온다. 이번 전시작품은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차이에 의해 그 결과물로 나타나는 사진을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적 명제인 “순간과 지속”의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사진 예술의 지평을 확대한 작품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오상 - 순간과 지속_#03, 100x100cm, Pigment Print, 2023
[작가의 말]
사진을 시작했을 무렵. 제주에 가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찾곤 했다.
고 김영갑 작가의 사진에서는 제주의 바람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 살아 있었다.
오랫동안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완벽한 구도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프레임 속 피사체가 순간적으로 박제된 ‘잘 찍은 사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또 하나의 잘 찍은 사진’이었다.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는 표상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재현할 수 없거나 비가시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이 현대 예술의 핵심이라고 하였다. 예술의 지향점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숭고함 그 자체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있다. 예술은 단순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거나 학습화된 의미를 찾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들의 감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정지된 사진에서 시간을 볼 수 있을까?
한 장의 사진에 시간을 담을 수 있을까?
그동안 의식적으로 피사체에 조화와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완벽한 화음의 교향곡을 듣는 느낌의 아폴론적 사진을 찍고자 노력했었다면, 조화와 질서에 연연하지 않고 무의식적인 카메라 워킹을 통하여 황홀과 도취의 디오니소스적 사진세계를 추구해 보았다. 이제 비로소 그동안의 아폴론적 묘사에서 벗어나 디오니소스적인 몰아의 세계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다.
이오상 - 순간과 지속_#09, 90x135cm, Pigment Print, 2023
[작가소개]
이오상, Lee Ohsang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였다. 초기 풍경, 정물 위주의 사진 작업 중에서 특히 ‘매화’ 사진을 포트폴리오로 하여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사진-인문학 수업을 통해 학습한 현대 미술과 포스트 포토그래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컴퓨터를 활용하여 빛 정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 센서에 담긴 사진을 새롭게 해석한 ‘The Secret Color’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이 작품들로 2023년 부산국제사진제 자유전에 참가하였다. 현재 다양한 사진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창작 활동을 꾸준히 매진하고 있다.
E_mail: posung68@naver.com
Instagram: lee_ohsang
개인전
2022.4.19.~24. 대전예술가의집, "梅"
2022.4.11.~16. 대전예술가의집, The Secret Color: disassemble and reconstruct
2022.9.13.~27. 2023부산국제사진제 자유전, The Secret Color: disassemble and reconstruct
이오상 - 순간과 지속_#13, 100x100cm, Pigment Print, 2023
[기타]
평론
제3회 이오상 개인전에 부치어
-시간의 지속과 순간-
이정희(사진평론가)
1. 기억에 관하여
현상과 기억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마음은 기억으로부터 오는 것일까? 오래전, 스치듯 마음을 흔들고 간 시가 있었다. “어떤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아주 낯익은 얼굴이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그녀가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그녀는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 들풀이었는지도 모른다.”1) 기억이라는 것, 기시감이라는 것은 참 아득하고도 신비로운 일이다. 기억이라는 아름다움은 덧없음을 딛고 빛난다. 기억은 섬광처럼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순간 찰랑거리며 마음에 들어서기도 한다. 기억이란 언제나 무언가 실마리를 따라 들어온다. 마들렌 한 조각이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11권의 책을 가져왔고, 구름이 거기 없었더라면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마리’에 대한 기억은 영영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은 잠들거나 숨어 있다가 문득 다가온다. 기억을 깨워 오늘의 시간 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언제나 이미지다.
2. 빛이 만드는 시간성
빛은 구체적이다. 빛이 비쳐들면 모든 것이 자명해지고 마음이든 물(物)이든 그 섬세한 결과 층은 한층 더 선명해진다. 작가 이오상의 빛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사이’를 비춘다. 춤추는 여인들의 빛은 그렇게 명징하지 않다. 그러나 마음과 몸의 사이가 그리 멀지 않듯이 분절된 시간을 하나로 잇는 빛의 환영들은 우리를 또 다른 내러티브의 세계로 데려간다. 빛이 있음으로 사방이 생겨나고 사물이 눈을 뜬다. 빛은 스스로 발광하는 자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물리적 실체로서 신성을 구현한다. 세계의 신성은 빛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빛으로 부여되는 사물은 날마다 생성되고 마모되고 다시 무언가로 변용된다. 그러므로 모든 실재는 부동이 아닌 흐름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物)의 변화를 따라나선 작가는 그의 대상과 세계를 빛과 시간의 이미지로서 바라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그러하듯이 길가의 나무도 그것들이 관계한 땅과 하늘과 바람과 맞닿아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일렁이는 바람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새였다가 구름이었다가 다시 어둠이 된다. 빛으로 스며드는 물아일체의 순간이다.
3. 시간과 빛이 만드는 변용
시간의 지속은 변화와 생성의 흐름을 의미한다.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세계는 변화하고 움직이면서 심층을 이룬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속과 순간’이란 타이틀을 통해서 시간과 빛에 연루된 삶의 이면을 이야기하려는가 싶다. 그가 포착한 사물의 윤곽선들은 대부분 경계가 흐려지거나 조형된 빛의 물결을 이룬다. 그의 이미지들은 개별자로 존재하기보다 이어지고 번져가는 빛의 흐름이다. 가까이에서 바라볼 때 그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볼 때라야 그들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다. 가장 풍요로웠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의 인상파 화가 모네의 작업은 시간과 빛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연작을 보여준다. 시간과 빛의 흐름에 따라가는 모네의 이미지 역시 경계가 흐리다. 빛의 번짐으로 표현되는 뚜렷하지 않은 그의 이미지들은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가는 삶의 덧없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덧없는 운명을 넘어 우리가 우주적인 어떤 숭고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다. 시간과 빛이 만나 이루는 이 미묘한 변화는 고독한 존재론적 위기를 커다란 우주적 존재로 변용시켜주는 순간으로 이끈다.
4. 동일하지 않은 세계
무한히 변화하는 세계는 동일하지 않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이 모든 현상은 순간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것을 느리게 잡아내는 것이 셔터타임이다. 광학의 세계는 인간의 눈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시간과 시간의 ‘사이’를 잡아낸다. 분명한 논증의 세계에서 살다 온 작가에게 베르그손(Henri-Louis Bergson)과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긍정에 찬 시선은 무한한 예술의 세계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 주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스며든 베르그손과 니체의 창조적 사유는 그의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해주었다. 분석적 태도를 요구받는 과학계의 연구자로서 살아왔던 지난 시간 덕분에 그는 이미지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많은 혼란을 경험하였고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의 프레임에서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가 만난 새로운 미의 세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창발의 사건 같은 것이었다. 선비의 꽃-매화라는 소재에서 미적 환상을 재현하였던 첫 전시에서 2번째 전시인 네거티브 판타지에 이어 이번 3번째 전시에서는 완연한 사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적 틀에 익숙했던 그가 추상적인 시간성을 이미지로 환원하기는 쉽지 않았다. 덕분에 그의 이번 전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질문의 과정이기도 하다. “생명이란 엔트로피의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노력”이라 하지 않던가! 작가에게 이미지의 세계는 엔트로피의 법칙 아래 날마다 변화하며 나아가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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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진은영, 『시시하다;그녀(배용제)』, 예담출판사, P.34, 2016.
이오상 - 순간과지속_#18, 100x100cm, Pigment Print, 2024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