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전격 사퇴했습니다. 전격 사퇴라고는 하지만 만시지탄 즉 너무 시기가 늦었다고 느껴집니다. 지난번 트럼프 후보와의 TV 토론후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사퇴한다고 했으면 얼마나 근사하고 멋졌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랬으면 아마도 미국 역사상 멋진 정치인의 한 명으로 기록되고 기억됐을 것입니다. 그 당시 힘든 선택을 했다면 얼마나 멋지고 미국의 양심과 정의를 위해 스스로 사퇴했다면 얼마나 영광스런 칭호가 붙여졌을까요. 바이든 후보는 그런 기회를 상실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대통령을 하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모범적인 그런 정치인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런 것인지 바이든 후보는 몰랐던 것입니다. 몰랐다고 보기보다 아마도 정치적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같은 당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사례를 무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단임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전세계에 선한 영향을 주는 인물 말입니다.
권력 최고자리는 정말 어려운 자리입니다. 이른바 상대적으로 무시당할 수 있는 아프리카 독재국가나 아시아 독재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대통령 자리는 대단하지만 실로 어려운 자리입니다. 하루에도 수없는 정보보고와 결단이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편하게 측근 그리고 벗들과 술 한잔 하기 어려운 자리 아닙니까. 러시아의 푸틴이, 중국의 시진핑이, 북한의 김정은이, 이란이, 테러집단이 언제 어디서 공격을 해올 줄 모르는 상황에서 편해보이는 자리가 편하겠습니까. 미국 국내문제는 어떻습니까. 인종갈등에, 빈부격차에, 마약 문제에, 총기사용 문제에, 난민문제에, 경제문제에 한시도 편하지 않은 것이 바로 미국의 최고 권력자 또는 최종 결정권자의 자리일 것입니다.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은 자리가 바로 미국 대통령이니 고통보다는 희열이 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바이든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바이든 후보는 정치경력이 무려 50년가까이 되는 사람입니다. 검사출신에 일찍 정치에 입문해 승승가도를 달렸습니다. 큰 키에 잘생긴 외모에 모나지 않은 성격에 그는 도전하는 것에 대부분 성취를 이뤘습니다. 그에게 패배 또는 실패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오마마 정권때 흑인 대통령이자 자신보다 20살이나 어린 최고 권력자아래에서 2인자 역할도 충실히 해낸 정치인이었습니다. 오마바 정권때 대통령과의 알력이나 갈등의 소지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는 정말 정치인으로서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바이든 그는 4년 대통령에 멈췄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대선전이 시작됐을 때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는 정말 미국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에도 길이 남는 인물로 기록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욕심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대권 욕심을 버리지 못한 이유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그의 아들이 사법적 경계선에 놓여 있어 아들을 위해서라도 권력을 잡아야 하겠다는 의욕을 가졌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대선가도에서 사퇴를 하지 않은 것은 바로 상대 선수인 트럼프때문입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때도 엄청난 저항을 했고 결국은 미국 역사상 상상도 안되는 미 의회난입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지 않았습니까. 그는 배후에서 의회난동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대선불복을 주장하고 이번 대선에서 패하면 내전도 각오하는 인물입니다. 대통령 당선때부터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히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인물이 다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니 바이든 입장에서도 물러날 수가 없었던 것 아닌가 판단됩니다. 미국은 전쟁의 역사입니다. 태생부터 전쟁의 연속이고 지금도 이런 저런 전쟁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 미국 문화속에 싸움을 건 쪽이 존재하는 데 싸움을 받은 쪽이 물러난다는 것은 인간적 남성적 측면에서도 용납이 안되는 것입니다.
바이든 후보도 자신의 나이와 능력이 갈수록 쇠퇴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젊었을때부터 미국의 위상과 미국민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데 트럼프라는 보도 듣지도 못한 부동산 재벌이 정치에 등장해 온통 미국을 돈의 개념속에 함몰시키는 작태를 묵과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돈으로 권력을 추구하려는 세력을 보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바이든 세력입니다. 바이든 후보의 생각은 바이든 가족들의 생각이요 바이든 측근들의 사고방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퇴를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비록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바로 그것이 패착이요 만시지탄의 근본인 것이죠.
바이든 후보는 얼마전 세번째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었다고 하는 이즈음 다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쇠약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며칠 병상에서 그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제 나는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이죠. 가족들과 최측근들도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는 진작 사퇴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며 따랐던 그의 가족과 그의 측근들의 눈초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들의 맹점입니다.
나라의 최고 책임자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시선이 집중돠어야 합니다. 가족이나 일개 측근들에게 고정되서는 엄청난 판단 미스를 가져오게 되어 있습니다. 시선이 협소해지고 편협해지는 그 순간 그는 지도자가 아니라 일개 파벌의 수장역할에 머물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상 그런 과거가 얼마나 많습니까. 충분히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그 순간 또는 권력을 떠나 정신적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던 대역사를 일시적인 판단 미스로 놓치고 패권을 상실함과 동시에 그를 따랐던 그의 생각을 높이 평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역사적 사건들 말입니다.
그래도 바이든후보가 전격 사퇴한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측근 생각에서 벗어나 미국의 미래와 미국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보입니다. 붕괴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마지막 기회를 제공한 것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의 이치가 돈과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그 단순한 논리를 실현할 마지막 기회를 바이든 후보가 제공했다는 그런 마음도 느껴집니다. 또한 권력자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자질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용퇴하는 그런 자세를 보여주고 그런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에서도 공감과 함께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사퇴는 자신의 눈에 머물고 자신의 수준에 멈춘 전세계 정치 권력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7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