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언젠가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의 감독과 시네마 천국을 떠올리게하는 영상을 보며 내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결국 어찌된 일인지 보게되지 못했니만.... 순수함이란 무엇인지..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든 시선들은 아름다와 보입니다. 그것이 어떠란 안타까움이라하더라도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그리고 무엇에든 한 때 그러하였을 모든 사람들에게는... 나이가 어리든 그리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나이를 먹게되는 순수함은 삶이 그와 역행하기에 동경하는 그 무엇인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린 토토가 아저씨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페달과 함께 달리던 음악을 떠올리기 때문일까요? 어찌보면 너무일찍 그 재능을 다아 발휘 했을지도 모를 감독에겐 또 다른 무게로 다가서는 대중의 감상인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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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이탈리아 영화 "말레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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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나"가 보고싶었던 이유는 딱 두가지...
: 너무 너무 아름다운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과, 영화의 감독이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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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세페 토르나토레는 29살의 나이에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를 만들어냄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었던 괜찮은 감독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말에 대해서는 그리 반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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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레나"는 "시네마 천국"의 아류작, 혹은 "시네마 천국"에서 아직 다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감독이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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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레나"는 성인 레나토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고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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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열세 살이던 1940년 봄이 끝나갈 무렵,
: 나는 그녀를 처음으로 보았다...
: 그때를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 그날은 뭇솔리니가 프랑스와 영국에 선전포고를 한 날이었고,
: 내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갖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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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시네마 천국"에서 성인 토토가 알프레도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회상을 통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보면 두 영화는 너무나 많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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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두 영화의 시대적 상황은 2차대전 전쟁 당시이며, 영화의 배경은 낙후된 땅 시칠리가 무대이다.
: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의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던 것처럼, 말레나의 남편이 전쟁에서 사망했다는 통지서가 날아오는 것 등... 가족을 부양해야할, 한 집안의 가장의 부재를 통해서 주인공들의 현실이 하루하루 먹고살기 벅찬 가난함을 표면적으로 강하게 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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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의 가난한 현실은 영화라는 모티브를 통해서 분출되어지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가슴에 훈훈한 무언가를 안겨주지만, 말레나의 현실은 토토의 것보다 더 무겁고 막막하고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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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수많은 남자들의 노골적인 시선과 더불어 또 수많은 여자들의 질시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이라는 것을, 그녀가 남편의 사진을 끌어안고 춤을 추는 장면을 통해 알 수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과 공습으로 죽음을 맞게되는 아버지의 죽음은 결국 자신의 아름다움을 팔아 좌절에 절망을 더하여 자신을 한없이 추락시키는 길로 이어지게 된다.
: 관객은 말레나를 수많은 사람들과 다른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13살짜리 소년의 눈을 통해 전쟁이 가져다 주는 아픈 상처와 그로 인해 가기 싫은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그녀의 현실을 이해하도록 감독은 유도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은 전편 토토의 어긋난 사랑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던 것과는 그 느낌부터 다른 차원으로 아프게 가슴을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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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말레나" 속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서 감독은 관객에게 잔잔한 미소와 웃음을 선사하는 배려를 전편이나 후편이나 동일하게 전하고 있지만, 시네마 천국에서 나타난 비교적 순수하고 약간은 단순했던 사람들에 비해 말레나에는 탐욕스럽고 이중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차이점이 있다.
: 10년이 훨씬 지난 시간의 차이만큼 토르나토레 감독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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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살 소년 레나토의 육체적, 그리고 더 나아가 정신적 사랑의 정체성을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말레나라는 여인을 바라보는 레나토의 몽환적 시선을 통해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첫사랑의 가슴 시린 추억을 다시금 들춰보게 되고, 나아가 수많은 상처를 말없이 끌어안고 승화시키던 말레나의 슬픈 눈빛은 전편의 아류작이라는 작위적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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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마치 어디서 탈출하듯.
: 갈망... 순진함... 그리고 그녀로부터...
: 세월은 흘러 나는 여러 여인을 사랑했다.
: 그들은 내품에 안겨 자신을 기억할 것인가 물었고,
: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 나의 가슴엔 내게 물은 일이 없던 말레나 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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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레나토의 나레이션으로 마무리되는 "말레나"는 검열에 잘린 키스신을 바라보며 건조하게 변해버린 성인 토토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시네마 천국"에 비하면 한없이 비흡한 듯하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멀어져가는 말레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돌아보던 레나코 역의 쥬세페 술파로의 맑은 눈빛을 통해서 가슴시린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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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지막에 레나토는 늘 뒤에 숨어서 바라만 보던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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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나 부인,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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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 대사는 삶에 지쳐 허덕이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감독의 인정 어린 배려임과 동시에 "시네마 천국"이라는 명작을 만들었던 감독의 부담감을 함축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