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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주 증시는 비교적 큰 폭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반도체와 운송장비, 제약바이오 업종이 상승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주(4월 10~14일) 코스피지수는 5영업일 연속 올라 2570선을 돌파했다. 한 주 동안 코스피지수는 3.2%, 코스닥지수는 2.6% 상승했다.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에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고,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룹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번 주는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다. 국내 주요 기업 중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곳은 없지만, 미국 주요 기업은 본격적인 어닝 시즌에 돌입한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사들이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는 국내 관련 기업이 향후 발표할 실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어닝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당장 실적이나 실적 전망 가시성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증시가 안도 랠리를 이어갈 만한 새로운 동력이 나오기보다 일부 업종과 테마에 제한적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개인 투자자는 올해 증시 주도주 역할을 한 2차전지 관련주가 반등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대거 몰린 2차전지 업종은 12~13일 이틀 동안 큰 폭 하락했다. 차익 실현, 손절 물량이 나오고 조정 과정에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차전지주의 등락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지난 4개월 동안 2차전지 업종이 국내 증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 주에도 2차전지주의 흐름이 증시 흐름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 투자 고려해볼 만”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가 2490~2590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강세를 보인 증시가 다소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미국 은행 리스크가 다른 부문으로 전이될 경우 주식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나 미국 전반적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수요 둔화를 반영한 기업 이익의 하향 조정 과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도 몇 가지 있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경기 부양과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기대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주의 경우 업황 개선 기대가 클 뿐 아니라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주가 상승 폭이 컸고 이로 인해 밸류에이션 부담감이 커졌다”며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가 투자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가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삼성전자가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표한 반도체 감산(減産) 결정이 화학 업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내구재 재고가 감소하면서 이후 가동률도 상승할 것”이라며 “전방산업인 PC와 스마트폰, 의류 등의 생산이 확대되면 중간재인 화학 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상상인증권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LG화학, 롯데케미칼, 효성첨단소재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2차전지주, 성장 전망 여전하지만 가격 너무 부담”
이번 주 증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다. 특히 올해 가장 주목받은 2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가 2월 이후 줄곧 오르다가 지난 12~13일, 이례적으로 큰 폭 조정을 받았다. 14일 반등했지만, 반등 폭이 0.6%에 그쳤다. 지난주 장 중 한 때 80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60만원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높은 충성도를 보이던 개인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단기간 너무 급등한 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를 포함한 2차전지주 상당수가 실적이나 기업가치로 주가를 평가하기 어려워질 만큼 과열된 상황”이라며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린 개인 투자자들이 이전과 같은 매수세를 유지하지 않는 이상 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