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11편)
/ 모네타
일요일 오전내내 핼스 클럽에서
걷기운동과 GX를 한 그 여자는
사우나에서 땀을 빼
오래된 노페물을 제거하고
뜨거운 레몬탕에서 늘어지게
긴 휴식을 취한 후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 여자의 오후 시간은 아무도 없어
늘 자신만의 시간
오뉴월에 축 늘어진
천방지축 개팔자처럼
거실 쇼파에 다리를 뻗고 누워
습관적으로 TV를 켠다
오후 2시의 뉴스가
발랄한 여자 아나운서에 의해
진행되고
국내외 잡다한 소식들이
귀에 들어 온다
그 여자는 심한 운동 탓인지
눈이 감겨오고
막 선잠이 들려고 하는데
아나운서의 백화점 세일이
일주일간 경쟁적으로 진행되어
비싼 옷을 싼 값에
구입하기에 절호의 찬스란
말을 듣는다
옷이라면 늘 그 여자의 관심사
그 여자는 번뜩 눈을 뜨고
거실 쇼파에 놓여진
일간 신문을 들고 열심 찾는다
일간지 중앙에
전면 백화점 세일 광고가
눈에 들어오고
그 여자는 서둘러 외출을 준비한다
세일도 시작 날부터 보아야지
늦으면 좋은 물건들은
먼저 온 사람들이 업어가고
나머지 찌스레기들만 남게된다
그 여자는 옷을 입고
아주 멋진 핸드백을 들고
고동색 선글라스를 끼고
백화점으로 부리나케 간다
여기저기 매장마다
물건들이 쌓여 있고
경쟁적으로 세일판이 열려있다
그 여자는 맘에 들고 값비싼
물건들이 있는지
여기저기 매장을 둘러보며
몸에 대 보기도 입어 보기도
한다
그러다 맘에 드는 옷이 있으면
가격이 비싸
사기가 너무 부담스럽고
싼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여자의 눈이 높아서
그런 것은 진짜 아니고
모든 고객들 지갑을 왕창 한꺼번에
털려는 상술때문이다
그 여자는 3시간이상
매장을 서성이다 마침내
울상을 짓는다
너무 비싸 능력부족인 것을 통감
그래서 누가 그 여자한테
선물해줄 사람은 없나
머리를 열심히 회전시켜 본다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나지만
빈손으로 돌아서기엔
너무 아쉽다
그 여자는 백기사를 찾다
그 남자를 생각한다
잠시 망설이다
갖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한
그 여자는 아주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상냥하게
품위를 잃지 않고 말한다
‘어제는 바쁜 모양이지요
밤새 전화를 기다렸는데
전화 안 오는 날은 기다림에
하루가 길어져요
오늘은 바쁘지 않는가요‘
‘예 미안해요
어제는 대학 동창모임이라서
전화드리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오늘은 선약이 없어
한가해요 지금 어디죠?‘
그 남자의 그 말에 반가워
그 여자는 활짝 핀 얼굴로
숨도 안 쉬고 대답한다
‘여기는 백화점인데여
세일한다 해서 와 보았어요‘
‘그럼 맘에 드는 옷을 샀어요?
계절에 맞는 멋진 옷요‘
그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글세요, 사고 싶은 물건은 있는데
너무 값이 비싸서요‘
‘어떤 물건이 얼마나 비싸서
그렇게 망설여요’
‘야외 나들이용 초록색 사파리를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요‘
‘그래요 그럼 제가 어제의 일
사과도 드릴 겸 사 드릴께요
제가 지금 구좌로 돈 넣어드릴테니
백화점 1층 현금인출기에서 찾아
옷 사세요‘
그 남자의 배려로 멋진 옷을 산
그 여자는 쇼핑백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백화점 문을 나선다
다음 주 초딩동창들과
가사도로 놀러갈 예정이다
좋아서 싱글벙글 가을 하늘이
자기 모습과 꼭 같다
그 여자는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 서로를 세일해서
만나 인연을 맺고
감미로운 사랑과
서러운 이별도 맛보는데
자기와 그 남자는 절대로
세일없는 완전한 사랑을 해야지
굳게 맹세를 한다
그 여자는 또 생각한다
70% 세일해서 만나는 인연들은
영과 육은 없고
일회용품 사랑이어 금방 깨져
형체없이 사라지고
50% 세일해서 만나는 인연들은
영은 없고 육만 있어
황무지같은 사랑이어
시린 바람만 불면 낙엽되어 떠나고
30% 세일로 만나는 인연들은
영과 육은 하나가 되지만
감정의 융합이 없어
사소한 오해로 별리의 아픔과
한만 맺힌다고 생각한다
그 여자는 그 남자와
오래된 지기같은 연인이고
1년을 입어도
10년을 입어도 질리지 않는
명품 옷처럼
변함없이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오해의 산이 생기면
쉬지 않고 넘어 오르고
불신의 강이 흐르면
정성드려 배를 만들어 건넌다
기쁠 때는 늘 그 남자에게
기쁜 모습으로
슬플 때는 늘 그 남자에게
슬픈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원하고 그렇게 했다
철부지같은 그 남자
약내숭이면서 애교많고 현명한
아름다운 그 여자
그 남자의 단점은
그 여자의 현명함이 가려주고
그 여자의 단점은
그 남자의 너그러움이 덮어주고
함께 화합하여 부르는 노래는
늘 고운 심원의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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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70% 50% 30% 쎄일해서 사는 (生) 인생,제인생은 몇%로 사는지....?
잘 읽고가요^^
늘 행복이 함게 하시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