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

[금수강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

            “우리는 일하고 싶다!”

참여정부로 출범한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을 맞이한 날이 엊그제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사회적 양극화는 노동자, 기업, 지역, 학력에 이르기 까지 양극화 현상은 하루가 다르게 확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에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와는 다르게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사회의 화두는 단연 ‘양극화'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양극화’의 본질가운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가운데 자리함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850만 명을 훌쩍 넘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비정규직 공화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처지이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이중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한다.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수시로 계약해지를 강요받고 있는 현실은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더욱더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우리사회의 화두로 자리한 양극화 3년과 그 본질을 꽤뚫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취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놓인 현실을 객관적이고 보다 올바른 시각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접근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이들이 겪어야 하는 이중적인 고통이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을 앞서 현재 불법,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는 농성장을 찾아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 보았다.

1. 일용건설노동자“우리는 일하고 싶다!”

인천 송도지역은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는 지역이다. 얼핏 보면 황량한 벌판 같기도 하지만 높이 솟구친 타워크레인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공사가 한찬 진행 중인 곳에 파란 천막을 치고 농성중인 건설노동자들이 있다. 얼기설기 엮은 천막 입구엔 여러 상황을 알리는 피켓들과 ‘우린 일하고 십다.’라는 문구가 무척 인상 깊게 보였다.

천막농성장은 평균적으로 3~4명이 수시로 돌아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막을 지킨다고 한다. 이날 농성장에는 예고 없이 찾았는데 다행히 인천지역 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어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천막 농성을 시작한지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보여서 물었더니 벌써 87일째 이곳에서 숙식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이렇게 오래도록 문제해결이 어려운 점은 건설현장에는 불법하도급 다단계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도의 공사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발주처"이고 ‘웰카운티’ 공사현장은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장산건설이라는 하청업체 내에 팀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 다단계 계약은 공정별 전문건설회사에 하청과 재하청을 주고결국 노동자들을 하청의 총 책임자로 하여 공사계약을 맺어 산업재해, 임금체불 ,근무형태의 모든 문제를 현장의 노동자인 팀장들에게 전가 시키고 형태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발주처인 인천도시개발공사의 현장에는 감독이 전무한 가운데  발주처와 시공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하청업체와 현장노동자들에게  원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저희 100만 건설노동자들과 이번에 사측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의 요구한 것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일터로 돌아가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사람답게 대우해 달라는 겁니다. 전국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일터환경은 이루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변변한 식당조차 없어 바람 불면 쇳가루와 돌을 섞어서 밥알을 씹어야 합니다. 비오면요 빗물에 밥 먹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보장되지 못한 것이 지금 한국사회에 처한 건설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조병규 지역건설위원장은 백 만 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현실이 이렇게 피폐해 감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러한 제도적, 법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에서 이러한 불법 부당한 하도급 다단계 계약에 대하여 일벌백계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야당이 이런 의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저희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서 농성을 하게 되면 생계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해고자 복직문제나 생계는 어떻게 이어가고 계십니까?”

“해고자 복직 문제는 지역 노동위에 부당해고 신청을 낸 상태입니다. 아마도 이달 쯤 어떠한 결정이 내려오질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원청업체인 대우나 하청업체들이 승복할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지금 현재도 지노위에 제출한 부당해고 신청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생계문제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가정파탄에 이른 분들이 많다고 했다. 해고된 분 가운데에서 어떤 분은 5년 동안 부었던 월 7만 원짜리 적금을 깼고 한분은 처갓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임시방편으로 가 있다고 했다.

기계소리들이 가끔 들리는 농성천막을 나서며 지난 해 서울에까지 올라와 투쟁을 벌였던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생각났다.

그들이 주장했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몸에 붙인 몸 벽보는 그때 비추어진 그들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농성이 그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울산 건설플랜트의 문제는 미흡하지만 시민사회단체, 지자체, 기업,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낸 사회적 합의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별개로 문제 해결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체인 대우건설이나 도시개발공사가 노동자들과 협상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 부분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한다.

지금이라도 일터로 돌아가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와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는 그들의 주장에 관련단체와 사용자측이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풀어가는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김선화]

비정규직 철폐 서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