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새아파트로 이사와서 방마다 커튼을 새로 달았다.
안방과 거실과 작은방에 달아놓은 이중 커튼을 여닫을 때마다 레일에서는
'자르르르 자르르르' 하는 얌전한 소리가 난다.
여름 내내 닫지 않았던 그 커튼은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저녁이면 창문을 가려준다. 그리하여 아침까지 해가 뜬 지도 모르고
푹 자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작은방에는 여전히 레일에서 차르르르 차르르르
경쾌한 소리를 내는 커튼이 달려 있다. 속지도 없이 바깥 풍경이
살짝 보이는 엷은 천으로 만든 오래된 커튼...
그 커튼이 있는 방에 들어가면 오래된 냄새가 팍팍 나를 반긴다.
이사오면서도 버리지 않고 가져온 오래오래된 책들이 있는 방.
다른 곳은 다 닫아두어도 열려 있는 때가 많은 그 작은 방.
책상 위에 역시나 오래된 노트북이 있는데, 어찌나 속도가 느린지
켜 두고 바깥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게 한다.
아주 빠른 새 노트북을 샀어도 그 느린 노트북은 여전히 책상 위를
차지한다. 오래오래 전의 사진들도 듬뿍 안고 있기에 네가 감히
나를 버리겠냐 자신만만하다.
첫댓글 소엽 선생님 글이, 재밌어집니다.
제 노트북도 10년이 넘었는데 느려지거나 렉인가가 걸려서 자주 노트북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수필을 써서 첫 상금으로 산 것이어서 '네가 감히 나를 버리겠냐,' 자신만만합니다.
자르르르 자르르르 소리가 얌전한 소리군요.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되어 익숙한 것이
더 마음이 편하더군요.
사람도 그렇고...
그래서 아마도 이곳에 늘 오나 봅니다.
수필을 써서 첫 상금으로 산 노트북이어서
정말 버리지 않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