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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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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한용운]님의 침묵
雨里 추천 0 조회 947 09.05.30 10:0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루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金)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珊瑚)가 되도록 천국(天國)의 사랑을 받읍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 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義)가 무거웁고 황금(黃芩)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福)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梧桐)의 숨은 숨결이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光名)과 평화(平和)을 좋아하십니다. 약자(弱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慈悲)이 보살(菩薩)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僕從)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이별은 미(美)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質) 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美)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영원히 이제 그 님을 보내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편안하십시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봉하에서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려가고 바지를 걷어부치고 땀을 닦는 농부대통령  등

    자연인으로 돌아와 행복한 미소와 손짓을 날리던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울고,

    울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울고, 상복아닌 검정 전투복을 입은 전경들과 방패에 첩첩이 둘러싸여 채증을 당하면서도

    혹여 무슨 일이 터질세라 전전긍긍해야하는 마음으로 인해 눈물나고, 마지막 가는 영결식마저도 겨우 생색내기로 길 열어주는

    옹졸한 누군가를 인하여 마음 아파 울고...... 노란 물결을 보면서 모두 우리 모두는 샛노랗게 변한 태양을 보면서

    해바라기처럼 영구차를 바라보면서, 가신 님을 아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미안함으로,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뜯으며 울었다.

    그러나 이제 님은 가고 살아남은 자들은 비겁하게 또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언론플레이에 또 마음을 도둑질 당하면서 설왕설래 긴가민가 하면서 어리석어질 것이다.

    그래서 운다 내일이면 제각각 바쁘게 자기 일에 열중할 우리들을 인하여......

    20090529JR

     

    29일 서울광장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노제가 진행중인 가운데

    서쪽 하늘에 무지개가 떠 마지막 가시는길에 시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수용기자 l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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