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pann.nate.com/talk/368862684
친구집 놀러갔다가 마음이 좀 상했는데 제가 너무
쪼잔한건지 싶어서 글로 써봅니다..
최근에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갔습니다. (둘째가
어려 밖에 나오기 힘들다고 초대함) 마침 남편은
출장인데 곧 돌아오니까 그 전에 보자고 해서 저와
다른 친구 1명이 초대 받았습니다.
친구가 이사하고 처음 가는 것이고, 첫째 때는
돌잔치를 했으나 둘째는 아직 코로나도 그렇고 따로
안한다고 해서 봉투에 현금 넣어서 준비했습니다.
아기 필요한거 사라고..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에 빈손으로 가기는
뭐하고, 간만에 모이니 기분좋게 같이 먹으려고
백화점에서 디저트를 사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저트인데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있어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안 찾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아기가 있어 못 나온다고 하니 커피
마시면서 같이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예약한 디저트
픽업해서 친구 집에 갔습니다. 같이 디저트로
먹으려고 사왔다고 말하고 건네줬고요. (정말 먹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같이 먹으려 사온걸 좀 강조했어요)
그런데 밥을 먹고(아기도 어리고 번거로운건 다들
별로라 배달음식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집주인이
계산함) 한참 얘기하고 놀다가, 디저크도 먹을겸
차를 마시자고 했어요. 마땅한게 없다고 해서
결국 나가서 커피를 마시게 됐는데, 조금 아쉽기는
했는데 상황이 그러니 그냥 별말 안하고 나갔습니다.
집주인이 밥을 샀기에 커피와 디저트 계산은 제가
했고요. 다른 친구 1은 계산할때 나서지 않는
편이지만, 따로 마음 많이 써줘서 아깝거나 하지
않아요. 괜히 친구끼리 계산하는 걸로 눈치보기 싫어
평소에도 간단한 식사나 차는 제가 사는 편이기도
합니다. (또는 엔빵)
준비한 봉투 주고 헤어져서 집에 왔는데 카톡이
왔더라고요. 준비해온 디저트를 못 먹고 갔으니 자기
가족들이 대신 맛있게 먹겠다고.. 제가 쪼잔한건지
장난끼 가득한 카톡을 보고 기분이 상했어요.
물론 생각 못했다가 뒤늦게 디저트 박스를 보고
가벼운 농담을 했을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카톡을 보니까 약이 조금 오른다고 해야 하나요?
오늘 나 뭐한거지?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친구한테
해준게 조금 아까워 졌어요..
이런 제가 너무 쪼잔한 걸까요?....
(+추가)
좋은 내용도 아닌데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민망스럽지만 여러 댓글들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들은 사회생활 하다 만난 친구들인데, 10년
정도 만난 것 같습니다. 댓글 보고 생각해보니..
비단 이번 일로만 마음이 상한건 아니라는걸
깨달았어요.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엄청 고구마
이겠다 싶네요. 앞으로 호구마로 살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1. 디저트는... 정확히는 케이크인데 핑계 같지만
홀케이크를 혼자 먹기 부담스러워서라도 잘 안
사먹게 되었던거 같아요. 5만원+정도 금액이고.
그날 친구가 배달한 음식은 떡볶이였습니다. (단품은
아니고 세트여서 이거저거 맛있게 먹었어요)
진심으로 가격대를 따져 서운한건 아니고, 떡볶이와
비교하고 싶지 않아 배달음식으로 기재했어요. 어느
댓글처럼 제가 식탐이어서 그런 것도 아니에요.
남의 밥그릇은 그 사람의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될때 빼고는 보는게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그냥
그날 카톡보고 마음이 참 꽁기꽁기 했어요.
2. 친구집 방문한날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돌쟁이
아기를 챙겨 카페를 간게 맞습니다. 집 근처로 가니
그런가보다 했고, 첫째는 시가에 가있어서
없었고요.. 시가랑 가까이 사는걸로 알아요.. 커피를
배달시킬 생각은 못했습니다.
3. 평소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생각과, 특히 메뉴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다른 사람들 의견에
따르는 편입니다. 상대방이 싫은데 예의상 제 의견에
맞춰주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그런 성격이다 보니 같이 먹으려고 사왔다는 말을
재차 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한번 말
한 것도 도착하기 전부터 생각 많이 하고 말한 거였어요..
4. 다른친구 1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제가 실직하거나
사정이 안 좋을 때는 먼저 불러 밥도 사주고,
힘들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친구예요. 저와 성향이
잘 맞아 편애하는 점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배울
점도 많고 만나면 마음이 편해서 좋아하는 친구인건
맞습니다.
5. 집주인 친구와 알게 되고 얼마 후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었습니다. 당시 저와 지역이 달라 퇴근
후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조문했어요. 다음날
출근이어서 버스 시간 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했고요.
(왕복 5시간 가량..) 저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많이 아파 같이 울기도 했어요.
그리고 친구 부친상 이후 몇년이 지나고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한창 심할때 돌아
가시기도 했고, 조모상이라 따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장례 치르고 일상 안부를 묻다가 조모상 이야기가
나왔는데 큰일 잘 치뤘냐 같은 예의상 말 같은게
없어서 서운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아버지가
작고하신 이후에도 친가에서 잘 챙겨주셔서 각별한건
주변 친구들 모두 알고 있었고요..
친구 결혼, 첫째 임신, 출산, 돌잔치, 둘째까지
서운하지 않게 나름 챙기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별 것 아닌..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사간 디저트로
이렇게나 마음이 상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나서서 계산한 밥값, 커피값,
생일에 보냈던 기프티콘.. 이런거 하나하나 아깝다
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어서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 하고 속상하기도 했어요. 줬던 만큼
받으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돌아오는 마음을 보자니
어쩔 수 없이 서운하고요.
따끔한 댓글들, 이해해주시는 댓글들, 위로
해주시는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친구를 욕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제가 마냥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털어놓으니 속이 좀 후련하네요.
덕분에 그동안 쿨한 척 했을 뿐 하나하나 마음에
남겨놓고 있던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이 친구와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이
들어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시간내어 여러 댓글 달아주신 분들 다시 한번
감사해요.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고,
다가오는 명절에 온 가족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근데 이게 되게 모순인게 둘째가 어려서 밖에 나가기 힘드니 집에서 모이자고 했으면서 카페는 갈 수 있는거야???? 건네중때 같이 먹으려고 샀다고 했는데 왜 안내줘.... .
케이크 5만원넘으면 부담스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