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의『명상록』의 심오한 의미는
이 책의 그리스어 원제목에서 숨어있다.
원제목은『타 에이스 헤아우톤ta eis heauton』이다.
이 제목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그 자신(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부탁하고 싶은) 것들’이다.
그는 이 일기를 자신을 위해 기록했다.
“2000년이 지나 우리가 그의 일기를 읽는 사실을 안다면,
그는 소스라치게 놀랄지 모른다.
자기수련을 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기를 ‘내 자신을 위한 책’ 정도로 책 제목을 잡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는 책 제목을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 자신’(헤아우톤)에게 썼다.
자신을 1인칭으로 여기지 않고. 3인칭으로 여겼다.
왜 그는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했는가?
우리의 마음속엔 자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내 자신’(myself)과
그런 자신을 정복해 자신이 수련을 통해
구축해야 할 숭고한 자신인 ‘그 자신’(himself)이 있다.
‘내 자신’은 과거의 나, 욕심으로 가득한 채, 유기해야 할 나이고
‘그 자신’은 미래의 나, 나를 초월한 나, 내가 되고 싶은 나,
융의 ‘슈퍼 에고’, 그리고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
우파니샤드의 ‘푸루샤Purusha’다.
아우렐리우스는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한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수련하여 도달해야 할 ‘우주적인 자신’
혹은 ‘신적인 자신’을 ‘그 자신’이란 3인칭으로 사용했다.”
-배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