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지→해밀톤호텔 1.8㎞ 거리인데… 용산서장, 90분간 행적 묘연
이해인 기자입력 2022. 11. 4. 03:04수정 2022. 11. 4. 07:35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철 두 정거장 거리… 현장에 왜 늦게 갔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대응 업무를 했던 경찰관들을 감찰 중인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 발생 1시간30분 전부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행적이 묘연하다는 점에 대해 최근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감찰팀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청 특수수사본부도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2.11.2/뉴스1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서는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용산서장이 이날 오후 10시20분쯤 현장 지휘를 시작했다’는 상황 보고를 남겼다. 그러나 감찰팀은 용산서 기록과 달리 실제 이 총경이 참사가 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인근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1시 직후였던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후 내내 용산구 삼각지 인근에서 집회 대응을 하는 기동대를 지휘했다. 오후 9시쯤 각 집회가 끝난 뒤 그는 삼각지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식당에서 “이태원 현장 상황이 위험하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오후 9시30분쯤 식당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10시40분쯤 이태원 근처에서 차에서 내렸는데,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철 삼각지역을 기준으로 참사 현장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1.8㎞ 안팎이고, 보통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데 약 1시간30분이 걸린 것이다.
감찰팀은 또 그가 식당을 떠나 이태원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상황 지휘를 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거나 현장 경찰에게 무전 등으로 별도의 지휘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총경은 감찰팀에 “차가 많이 막혀서 도중에 내려 걸어가느라 현장 도착이 늦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허위 보고를 했을 가능성도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관끼리 주고받는 무전 등 통신 내용 등을 기록해 상황 보고로 남기고, 현장 관리를 하는 경찰관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한다. 그런데 용산서는 이 총경이 참사 당일인 29일 오후 10시20분 ‘차로에 있는 차량을 통제하고, 안전 사고를 예방하라는 취지의 현장 지휘를 시작했다’는 보고를 남겼다. 그가 오후 11시 넘어서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는 감찰팀 조사와 맞지 않는다. 그다음 지휘는 그로부터 1시간40분 뒤인 자정에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헌화하는 신임 용산경찰서장 - 임현규 신임 용산경찰서장이 3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이태원 핼러윈 참사’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임 서장은 전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에 부실 대응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되면서 신임 서장으로 임명됐다. /박상훈 기자
이 총경은 ‘윗선’에 대한 보고도 제때 하지 않았다. 그가 서울경찰청장에게 이태원 현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한 건 사고 발생 이후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36분이었다. 현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도 늦어진 것이란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 총경은 또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 내부에서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인 만큼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취지의 보고가 있었는데도 현장 대응을 더 강화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조치만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대 9기인 이임재 총경은 전남 함평군 출신으로, 전남경찰청 구례경찰서장, 서울청 4기동대장,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장 등을 거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