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생산하는 대형 스포츠 차량을 기다리다 못해 국내 소비자 2만 명이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분기 현대차 국내외 판매량이 줄어 국민들이 모두 걱정하는 판에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특히 일본이 반도체 조립에 필요한 소재를 수출 규제하는 바람에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는 와중에 들리는 소식이어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대형 스포츠형 차량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누적 계약 물량만 10만여 대 가까운데 약 3만 5천대는 고객들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남은 6만 5천대를 생산하는데 1년여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고객 2만여명이 계약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아 한 달에 8천 600대를 생산해 5천대를 미국에 보내고 3천 600대를 국내에 보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4공장이 이 차량을 생산한다. 그런데 다른 공장에서도 생산해 물량을 공급하기로 노사가 협의했지만 4공장 노조 대의원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국내외에서 계약 취소가 이어질 판이다. 노조 집행부까지 제 2공장에서 분산 생산하는데 동의했지만 4공장 노조원들이 "생산량을 2개 공장이 나눠 가지면 4공장 근로자의 특근 일수가 줄어 임금이 감소한다"며 이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취소 소동은 알바 없고 `물들어 올 때 한 몫 챙기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는 일이다.
일본 기업이 쥐고 있는 반도체 소재 부품 3개 때문에 우리 반도체 기업이 긴장할 정도로 국제 부품시장은 얽히고 설켜 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현대차가 부품 전부를 국산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 핵심 부품이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에서 생산되는 것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반도체 소재 부품 수출규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일 일본이 우리 자동차 생산에 결정적인 부품 3~4개 수출을 규제한다고 치자.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도요다 자동차 근로자들은 창사 이래 파업을 한 적이 없다. 우리 보다 기술이 앞서 있지만 국가와 회사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부품 몇 개만 외국이 움켜쥐면 당장 생산에 영향을 받을 현대차 근로자들이 서로 `제살 뜯어 먹기`에 빠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