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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美감청 의혹에 “사과 요구 계획 없다”
전주영 기자입력 2023. 4. 13. 03:01
김태효 “많은 부분 제3자 개입
美 악의 갖고 했다는 정황 없어”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현동 신임 주미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감청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를 먼저 외교 쟁점화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감청 의혹에 “배후 세력이 있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공감한 만큼 야당 주장대로 미국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거나 진상 규명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했고, 유출 문건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의견이 일치하는 만큼 논란이 마무리되는 단계”라며 “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식 사과를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 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엔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 어제 제가 한마디로 (말)했고 거기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반응했다. 전날 김 차장은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할 게 없다”며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한 것이니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대부분 문건이 진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 수사 결과와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 관련 문건이 위조됐는지에 대해서도 “외교의 영역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에너지 등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위협이 안보 위기로 전개되지 않도록 대응 태세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에너지 분야 사이버공격 대응태세 점검회의’를 열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https://v.daum.net/v/20230413045100024
'美 도‧감청' 의혹에 "악의 없으면 도청 아니냐"…여론 악재 겹친 與
CBS노컷뉴스 오수정 기자입력 2023. 4. 13. 04:51
"문건 완전한 거짓말" "도청 모든 나라 다 해" 공세 방어 총력전
국빈방문 지지율 반등 기대했던 與, 여론 악화 전전긍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국민의힘은 사실관계가 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세를 취하는 야당을 향해서는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다"며 역공을 펴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기대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가 오히려 여론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기조"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의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는 공식 입장에 발맞춘 여론전도 이어갔다. 육군 중장 출신 신원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문건은 완전한 거짓말로 내용 자체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걸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왜 틀렸다는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각국 도청은 모든 나라가 다 하고 있다. 단지 공개를 안 하고 있을 뿐"이라며 "(문건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정보는 없고 자유 진영에 대한 것들만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이 정보는 가공이 됐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질의는 대통령실에 대한 방어에 집중됐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도청 관련 문건 대부분이 미국과 우리의 우방국들이었다.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에서 고의로 가짜뉴스를 퍼트려 정보전을 전개하려는 목적으로 벌인 일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나"라고 질의했고, 태영호 의원도 "자료 중 어떤 게 사실이고 위조인지 밝히는 것 자체가 중대한 기밀 유출이 될 수 있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위조인지 밝힐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방어전에 총력을 쏟고 있는 여당이지만 여론 악화는 부담이다. 당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발언에 "악의가 없으면 도청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예고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한미동맹을 흔들고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다"며 역공에 나섰지만, "논란의 원인을 뭉뚱그리고 반격을 하려니 각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했던 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논란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도‧감청 의혹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다. 한 초선의원은 "지지율 반등 모멘텀으로 대통령 국빈방문 하나만 바라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악재가 또 겹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결국 이번 도청사건으로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X2(2배) 부스터를 달았다"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배알도 없었다고 두배로 욕먹을 것이요, 결과가 좋으면 이번 사건을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해 잘 무마해서 그렇다고 할테니"라고 비꼬았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한국 관련 내용
정부의 성급한 결론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외교통일위위원장을 역임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회의에서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한미 국방 장관 통화에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의견 일치를 봤는데, 그럼 일부는 진짜란 것인가. 발표를 보면서 안타깝다고 느꼈다"며 "대통령실에선 불법 도청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확정적으로 얘기하는데, 미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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