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456)
개구리
오노 도후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손재주가 있었는데,
특히 글씨 쓰는 솜씨가 뛰어났다.
그 자신이
쓴 서예 솜씨에 스스로 감탄했다.
자신의
재능에 도취해 있을 때 이름난
서예가의 작품을 접했다.
놀랐다.
‘사람인가 신인가?’
그 작품에
비하면 자신이 쓴 글씨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휘갈겨 쓴 낙서에 지나지 않았다.
털썩 주저앉아
땅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토하고 그를 찾아가
제자가 되었다.
가뭄에
논물 대듯이 먹을 갈고 갈아 붓을
휘갈겼다.
오른손이
마비되면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갔다가
풀기를 되풀이했다.
스승은
오노 도후의 글씨를 보고 잘 썼다 못 썼다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그렇게 자꾸 써라” 그 한마디뿐이었다.
장맛비가
좌르르 좌르르 퍼부었다.
온몸이
진득거리고 마음도 축축하게
젖었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지?
내가
명필이 될 수 있을까?
스승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오노 도후는
자신이 글씨를 쓴 종이를 모두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스승에게 말 한마디 없이 집을
나섰다.
소나기는
끊임없이 내리고 개울은 흙탕물이 거세게
모든 걸 휩쓸며 흘러내렸다.
그때
오노 도후는 발걸음을
멈췄다.
개울에
작은 바위가 거친 물살 속에 잠겼다
솟아나기를 거듭하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그 위에 앉아 물살을 버티며 늘어져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오노 도후는
아예 우산을 쓴 채 쪼그리고 앉아 개구리를
내려다봤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무모한 시도를 계속하는
개구리를 보며 오노 도후는
“에라,
이 어리석은 놈아.
아예
격류에 떠내려가다가 바위에 머리를 박아
편하게 죽어라” 하고 말했다.
그러다가
오노 도후는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개구리가
자신의 처지와 흡사했다.
눈을
크게 뜨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발버둥 치는
개구리를 침 삼키며 지켜봤다.
한 줄기
바람에 버들가지가 좀 더 가까이 쏠리자
개구리는 팔짝 뛰어 버들가지를 잡았다.
오노 도후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그래,
저런 미물도 목숨을 걸고 발버둥 쳐 살아가는데
나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 봤는가?”
그 길로
스승 곁으로 가 잘못을 뉘우치는큰절을
올리고 연습에 매진했다.
오노 도후는
피나는 노력 끝에 명필의 반열에 올라
궁중 서예가가 되었다.
궁중에서
사용하는 병풍 글씨와 공식적인
기록물을 그가 썼다.
헤이안 시대
(平安時代) 삼대명필 삼장의 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때까지
일본의 서체는 중국의 왕희지 필체를
모방한 것인데,
삼장은
과감히 중국풍 필체에서 탈피하여 일본 서체
조다이요(上代<69D8>)의 토대를 구축했다.
오노 도후의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봤다.
화투의
비광(雨光)을 보면 관복을 입은
사람이 우산을 쓰고 있고
냇물이 흐르는
가운데 개구리가 주저앉아 있는데 거기에 등장한
사람이 바로 우노도 후다.
오노 도후의
개구리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서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오노 도후
(894∼967년)는 지금의 나고야(名古屋) 옆
아이치현 출신이다.
화투에
여러 설이 있지만 일본에서 건너와 우리나라에서
만개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정설이다.
2월은 매화,
3월은 벚꽃, 5월은 난초, 6월은 모란, 하오나 아이치현의
장마철이 왜 11월인지는 모를 일이다.
일본 화투에서는
11월이 비(雨), 12월이 오동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비와
오동이 뒤바뀌어 11월이 오동, 12월이 비가 되었다.
화투가
일본에서 생긴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에서
화투는 범국민적 놀잇거리가 아니다.
화투 놀이를
할 줄 아는 일본인은 우리나라에서 마작을
하는 사람만큼이나 드물다.
일본은
일찍이 16세기에 포르투갈과
교류했다.
포르투갈
상인들과 선원들의 카드놀이(Carta)에서
유래한 것이 ‘가루다’인데,
트럼프 카드가
일본 상류사회에 쏟아져 들어오며 도박이 만연하자
막부에서 카드놀이를 금지했다.
카드의
대체품으로 등장한 것이 꽃과 새가 그려진 하나 가루다
(花ガルタ)로 하나 후다(花札)의 원형이다.
근세에
대마도 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들고 들어온
하나 후다가 바로 화투다.
하나 후다는
종이를 몇 겹씩 포개어 붙여서 투박한데 195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화투를 잽싸게 플라스틱으로 날렵하게 만들었다.
화투는 고스톱이다.
쓰리고, 흔들기,
피박, 설사, 싹쓸이 등 화려하게 진화했지만 하나 후다는
일본에서 거의 절멸되었다.
첫댓글 좋은 정보 얻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