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0층에 살던 어린 아이는 학교 옆 문방구의 창을 통해 쌓여 있는 장난감의 상자들을 보며 주머니 속의 동전들을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학교 철문 앞에 후즐근히 때낀 남방을 입은 주름살 있는 아저씨가 종이 박스 안에 모아둔 병아리들을 보다가 백원짜리 다섯개를 내밀었다. 오백원짜리 생명을 두 손에 쥐고 집에 가는 길은 이상하게 먼 것 같고 엄마는 왜 이런 것을 사왔느냐 호통을 칠 것 같아 집에 가는 발걸음이 자꾸 더뎌지고 책가방은 어서 집에 가자고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려 등을 툭툭 밀어내고 손 안에 삐약거리는 소리는 언제부터인가 쌔근쌔근 잠든 것이 그나마 안심이 되어 멈춰서서 잠시 두 손을 열어 노란 병아리를 쓰다듬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에 가서 손에 병아리가 있는 것을 엄마가 보면 안되니 서둘러 가방을 벗고 그 안에 병아리를 책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잠깐만 조용히 하면 돼. 가방을 닫고 초인종을 누르면 문 여는 소리, 아이의 목울대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 엄마는 현관에 들어서는 아이를 보며 또 흙장난 하고 먼지도 털지 않고 왔다며 인상을 찡그리고 현관에서 툭툭 바지를 털고 재빠르게 방에 들어가 가방을 열고 병아리를 꺼냈는데 기특하게 잠을 자고 있고 선생님이 내준 숙제부터 하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책을 꺼내는데 책 사이에 병아리가 깔긴 것으로 보이는 허옇고 푸르딩딩한 똥이 책 앞에 묻어있고 서둘러 휴지로 책을 닦고 버리지 않았던 작은 장난감 상자를 찾아 자고 있는 병아리를 눕히고 상자를 다시 닫는다. 오늘은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 날, 엄마는 친척집에 다녀온다고 집 잘지키라고 하고 아이는 그동안 조마조마하던 것이 휴우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현관문을 잠그고 다시 방에 가 병아리가 자고 있는 장난감 상자를 열어 병아리를 쓰다듬으니 삐약삐약 소리를 내고 그런데 다시 현관문이 달칵 거리는 소리가 나고 엄마가 문을 열라는 소리를 한다. 병아리야 울지마. 엄마한테 걸리면 안된단 말야. 아이는 병아리를 들고 베란다로 쿵쾅쿵쾅 달려가 베란다 문을 연다. 아이의 엄마가 뭐하는데 안여냐고 성질을 낸다. 아이는 현관문을 재빨리 보고 병아리를 베란다에서 밖으로 날린다. 병아리야. 날아라. 아까도 내 말을 잘 들었으니 너는 잘 날 수 있을거야. 휙휙 날다가 엄마가 다시 나가면 들어오면 돼. 다시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면 엄마가 현관에서 엄마방에 지갑 가지고 오라고 하며 뭐하는데 문을 안열었냐고 나쁜짓 했냐고 묻는데 아이는 순간 몸이 찌릿 하고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아 냉큼 아니라고 말하며 안방으로 뛰어가서 지갑을 엄마에게 주고 엄마가 나가는 것을 보고 베란다로 다시 뛰어가서 병아리를 기다리지만 병아리는 그 작은 날개로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엄마가 아파트를 떠나고 있는지 보려고 아이가 고개를 밖으로 빼어 아파트 현관에서 나가는 엄마 모습을 보려 하는데 현관 옆으로 노란 것이 보인다. 병아리가 힘들어서 땅으로 갔나봐 엄마한테 들킬텐데. 아이는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가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올라오는데 오늘따라 엘리베이터는 자꾸 늦게 올라오고 버튼을 마구 눌러도 엘리베이터가 빨리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는 자꾸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병아리를 찾으러 뛰어나가지만 병아리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맨발로 병아리를 찾다가 혹시 집으로 되돌아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집으로. 그러나 병아리는 오지 않았고 아이는 다시 베란다에서 현관을 내려보는데 현관에 내려가 있던 병아리는 다시 봐도 없고 눈을 비벼도 없고 병아리가 엄마때문에 도망간 것 같아 끝내 아이는 울음이 나오고 멀리서 고양이 두마리가 왜옹 왜옹 다투는 소리를 내고 도망갈 병아리를 사지 말고 자동차 장난감을 살걸 아이는 자꾸 오백원이 아쉽고
|
첫댓글 괜찮네요. 다만 호흡이 왜 이렇게 긴지. 의도적 설정은 아닌듯 하고. 한 문장의 길이가 과하게 길어 집중을 흩으려 놓는다는.
호흡을 길게 하는건 의도적이었습니다만 간혹 아이가 말하는 부분에서 호흡이 끊겨서 그 부분이 스스로 실망 스럽습니다 *-_-*
다만 중반부에 엄마는 현관에 들어서는 아이를~~에서부터..~~ 다시 상자를 닫는다. 같은 부분은 심리의 묘사가 아닌 상황의 묘사만으로 아이의 심리를 나타내는 부분이라 아이의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이 긴호흡의 도움을 받는듯 합니다. --초반 두문장은 개인적으로 , 굳이 길다는 느낌이네요.
시의 제목을 정하실 때 조금 더 신경을 쓰셨다면 좋았겠습니다. 가수 신해철(넥스트)가 부른 / 날아라 병아리 / 와 제목도 같고,, 주제도 조금 비슷한 것 같고 그렇습니다. 노랫말은 댓글에 모두 들어가지가 않아서 답글로 남겼습니다.
신해철의 노래 제목을 그냥 쓰긴 했습니다만 주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