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맘 때 쯤,
우리 동네 앞에는 해마다 풀씨(자운영) 밭이 있었다.
분홍색 꽃이 예쁘게 피고, 벌 나비가 꿀을 찾아 날아들고,
우리는 또 고무신으로 그 벌을 잡으며 놀기도 하고.
한 소쿠리 베어다 토끼, 염소를 먹이기도 하고.
갈아엎어 논으로 다듬어 모심기할 때까지는
우리들의 좋은 놀이터였다.
분홍색 풀씨 꽃, 노란색 장다리 꽃, 파란 하늘, 맑은 공기,
그 속에서 뛰어 노는 꼬마들‧‧‧‧‧‧지금 생각하면
한 폭의 수채화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다시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암만 생각해도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다시 천지개벽하면 몰라도.
아! 옛날이여.
일요일 낮.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신록의 싱그러움이 미세먼지 때문에 반감되었다.
‘코로나’보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할 판국이다.
며칠 째 공기가 이 모양 이 꼴이니, 이 일을 어쩌면 좋나 그래.
봄이면 봄마다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 특별한 건 아니지만
숨 쉬기도 불편하고, 시야도 흐릿하고, 그렇다고
하루 이틀 만에 좋아질 리도 만무하고.
참아내자니 예삿일이 아니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 어깨띠를 두른 유치원 꼬마들을 만났다.
어미 닭의 뒤를 졸졸 따르는 노란 색 병아리들처럼,
선생님의 인솔 하에 바깥나들이를 나온 듯했다.
조잘대는 꼬마들이 두르고 있는 어깨띠에는,
“아픈 지구는 싫어요!”라고 씌어 있었다.
“지구가 아프다고 누가 그래?”라고 물었더니,
한 녀석이 “선새미가요.”란다.
꼬마가 너무 귀여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이 나서 혼자 한참을 웃었다.
〈선생님〉을 〈선새미〉로 밖에 발음하지 못하는 지들이
뭘 안다고 어깨띠를 두르고 나섰을까?
지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기분이 씁쓰레했다.
정작, 똥(?) 싸지른 놈들은 따로 있는데‧‧‧‧‧‧
나 몰라라하고 있는데.
꼼짝않고 있는데.
- 끝 -
휴일 오후,
즐겁게 보내세요.
안녕!
첫댓글 아그들은 언제나 귀여워.
요즘 아가들 안 낳고, 온천천에 유모차에 강새이만 태우고 가는 넘들이 많아요.
지난 주말에(22-23) '23 박기범재단 장학생 협약식을 오크밸리에서 했습니다.
중고등학생 60명을 모아놓으니 꽃도 그렇게 예쁜 꽃이 없어요.
자연은 신록인데 사람사는 세상은 온통 단풍과 낙엽이니 참.
할배가 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올리버 쌤 유튜브를 보면 딸아이가 어찌나 예쁜지 안 빠지고 보게 되더라고요.
참 희한한 일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