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도 스테파노 신부
연중 제2주일
이사야 62,1-5 1코린토 12,4-11 요한 2,1-11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 복음에서는 카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사건이 선포됩니다. 예수님과 성모님, 제자들이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만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제 생각엔 아마 예수님과
제자들이 잔치에 신이 나서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잔치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무심한 듯 말합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들 예수님에 대한 성모님의 신뢰가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모님의 신뢰에 응답하여 예수님께서는 물독에 물을 가득 채우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번째 기적을 행하십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포도주를 맛보고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라며 포도주의 맛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 사건에 참여하고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티브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마술쇼도 아니고, 또한 사람을 고치거나 사람을 되살리는
거창한 기적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물을 술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베풀어 잔치를 흥겹게 하신
것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어떤 행위나 특별한 동작도 없이 하인들을 시켜 물을 가득 채우고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어느새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베푸신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수님의 첫 기적치곤 초라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은 우리들이 참으로 하느님께 바라야 할 기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부귀영화나 명예를 바라는 기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적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화된 것처럼 나 자신이 철저히 예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는 삶,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바라야 할 기적입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는 아들 예수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기적 사건의 동반자가 되셨습니다. 나에게 변화의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성모님과 같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시기에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또한 말씀에 대한 믿음입니다.
하느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그 말씀을 실천한다면 올 한 해 성모님에 대한 엘리사벳의
다음의 말씀이 나에게도 울려퍼질 것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대전교구 허병도 스테파노 신부
2025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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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근 모세 신부
연중 제2주일
이사야 62,1-5 1코린토 12,4-11 요한 2,1-11
내려놓음으로 전해 받는 은총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십니다. 이 사건을 묵상하면서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은총은 언제나
더 좋은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때로 우리가 손에 쥔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경 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을 돌아보면, 아브라함은 익숙하고 안전한 고향을 떠나라는
부르심에 응답했습니다. 손에 쥐고 있던 안정감을 내려놓았기에, 그는 축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야곱은 달랐습니다. 그는 평생 무엇인가를 붙잡으며 살아갔습니다.
장자권, 사랑하는 가족, 재산까지 모든 것을 움켜쥐려 했던 그가 마침내 하느님 앞에
자신을 내어 맡긴 순간, 그는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습니다.
내려놓음으로써 비로소 하느님의 축복이 그의 삶에 드러난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성경 인물들에게도 되풀이됩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주저하며 자신의 부족함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에 응답했을 때,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위대한
도구로 쓰임 받습니다. 요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해 도망쳤지만, 그의 완고함을 내려놓자
닫혔던 니네베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회개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역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집과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묵상해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2독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주십니다.”(1코린 12,7)
하느님의 축복과 은사는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선물입니다.
아브라함의 순종은 그의 후손들에게 축복이 되었고, 모세와 요나의 변화는 백성과
도시를 살리는 길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붙잡고 있는 불안, 욕심, 고집을 내려놓을 때,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를 통해 흘러갑니다. 빈 항아리에 물이 채워져 포도주로 변하듯, 우리의 마음을 비울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더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은사와 축복을 돌아봅시다. 그 은사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임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맡기고 내려놓는 지혜를 청합시다.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마산교구 임태근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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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요셉 신부
연중 제2주일
이사야 62,1-5 1코린토 12,4-11 요한 2,1-11
카나의 혼인 잔치
이 혼인 잔치 장면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사람은 ‘예수님의 어머니’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는 예수님과 제자들과 함께 잔치에 와 계십니다. 그리고 포도주가 떨어져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시에는 혼인식과 같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만 체면이 서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매우 큰 문제였습니다. 성모님은 아들인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도록 요청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대답은 어머니를 힐책하는 듯
들립니다. 그럼에도 성모님은 일꾼들을 불러 단호하게 일러둡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성모님의 말씀은 기적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게 하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혼인 잔치의 일꾼들뿐
아니라 복음을 읽는 우리에게까지 가르치는 것도 성모님의 이 말씀입니다.
요한복음서에서 성모님은 예수님의 현존에 올바르게 응답하는 것은 그분을 신뢰하고
그분 말씀에 순종하는 것임을 가장 먼저 보여주신 분이십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께서 함께하시는 듯 대했음에도, 예수님의 말씀이 지닌 힘을 신뢰하십니다.
그리하여 성모님은 예수님이 일으키신 첫 번째 기적 사건에서 참된 신앙이시며
제자들에게 모범이 되십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에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라고 한 것은
예수님의 ‘때’가 이루어지리라는 것, 장차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영광스럽게 되실
것을 예견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땅에서 들어 올려지실 때’
성모님은 예수님 제자들의 어머니가 되실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카나의 혼인 잔치 기적은 예수님 십자가 사건의 전조가 됩니다.
그리고 물이 변하여 된 포도주는 우리를 위한 선물이 되신 예수님 자신을 나타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는 혼인 잔치의 일꾼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요한 2,5)
인천교구 김재영 요셉 신부
2025년 1월 19일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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