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7.水. 맑음
오늘은 집에서 피자를 구워먹었다
피자를 구우면서 빨간 피터의 고백을 생각했다
피자를 먹으면서는 추송웅을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빨간 피자의 고백이란 요리를 만들고 싶어졌다
막상 닥치니 피자 굽기가 별 거 아니었다
아내가 굽는 것을 많이 보았겠지만 그때는
설마하고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재료가 같아서였을까 모양은 안 났지만
맛은 비슷할 듯했다
비슷한 듯했지만 사실 무언가 달랐다
감자를 까서 잘라놓고, 양파를 썰어 넣고
버섯과 홍당무를 얇게 자르고, 햄을 써걱써걱 토막을 내고
오뚜기 토마토 캐찹을 꾹꾹 눌러 짰다.
한데 뭉뚱그려 큰 냄비에 삶아 토핑을 만든 뒤에
오븐도 전자레인지도 없으니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해놓은 찹쌀가루를 올렸다
그 위에 삶아놓은 토핑을 쏟고 또 그 위에
봄날 화관花冠 같은 모짜렐라 치즈를 씌웠다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읽으면서 나도 어딘가로
연애편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 사이에 빨간 피자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리는 기명器皿에 차리는 것까지가 완성이고 예술이다
눈으로는 보고 입으로는 먹으면서
빨간 피자의 고백을 듣고 싶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물 건너 들여온 외래음식이긴 마찬가지이니
물설고 낯설었겠지만
한 번 입을 의탁해 보았던지라
혀에서 목구멍까지 삼촌三寸은 즐거웠다
어느 봄비 내리는 조촐한 밤에야
빨간 피자의 고백을 듣게 되려나
- 빨간 피자의 고백. -
첫댓글 즐거운 쩝짭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별거 아닌 피자 굽기 . . . 저는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걍 사먹기만 . . . ㅎ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