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무소식의 칭구들중에 가끔은 생각나는 칭구가 있다.
어떨땐 그런 칭구들이 그리워 문자를 보내보기도 하고..
그들에게 보고잡다는 간략한 답문을 받곤 한다.
그런 칭구중에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낸 칭구가 있다.
‘그래 함보자!’
근데, 그 넓은 광화문에서 어찌 만난단 말인가?
광화문 출발선에서 우연히 순이를 만났다.
진짜로 우연히 만났지만 만남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랑 5km(1구간)까지 동반주를 하고 헤어졌다.
애령(2~4구간)과 강아지(5~6구간)를 뒤로하고 잠실대교(35km지점)를 지나는데 옆에서 뛰고 있는 주자가 순이였다.
40km 애견카페까지 다시 동반주를 했다.
너무나 부드러운 여자!
그 부드러움을 감추려고
강한 척하는 아줌마!
58개띠방의 군기반장!
난, 그칭구의 눈물을 2번 보았다.
그중 하나는 전주의 눈물이다.
전주울트라가 다가오니 그날의 감동이 살아나는 듯하다.-s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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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꼴찌 (울트리 주민의 한말씀) -민들레 2005.03.31
....중략
자, 가자!
정복해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자신을 던져 놓고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살살 파헤쳐 보자~!
출발부터 경기장은 개판이었다.
선두에 선 58개띠 멍들은 불꽃의 제의로“ 58!”“ 멍멍!” 구호 외치며
다른 참가자들 석죽이며(^^) 트랙 한바퀴를 돌고 나갔다.
맨 뒤에서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간다.
초반부터 7분~7분 30초 전법으로 간다.
MBC 방송차량도 따라온다.
뒤에서 쫒아오니까 쫒기는 심정이 되어 부담이 되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대관령은 42km까지만 같이 가주겠단다.
42km도 고맙다.
갈종완님, 대관령, 나 셋이 10km지점까지 꼴찌였다.
벌써 쳐지는 사람들이 있어 그 이후부터 한사람씩 제껴 나갔는데
그때까지 다리가 가볍지 못해 은근히 불안했으나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첫 번째 휴식처 25km 지점.
불꽃부부를 만났고 불꽃이 챙겨준 커피를 마셨다.
대관령이 시키는 대로 한다.
말 수 줄여라, 걸으면서 마시고 먹어라,
풀코스 50회, 울트라 경험자인
대관령의 442전법이 그럴 듯 했지만 나에겐 미지의 세계.
그저 천천히가 내 전략.
두 번째 휴식처 42km지점.
여기서 전열을 정비하던 58멍들을 여럿 만난다.
거북이, 신작로, 나무, 설악장군봉 등등.
제한시간 체크 포인트 62km 새벽 3시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촉박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때가 11시 40분쯤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 의지하고 가야 하는데 정신 차려 보니 홀로 달리고 있었다.
대아 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야경은 황홀경이다.
맑은 하늘, 초롱초롱 별빛, 교교한 달빛,
지나는 차량도 없고 인가도 없는 길을 달린다.
나 홀로 가고 있지만
가끔씩 대회 차량이 순회하고 앞뒤 반딧불이 달림이들이 있으니
호루라기 불어댈 일도 없을 것 같다.
약간 오르막이래도 오르막은 무조건 걷고 내리막은 좀더 달리면서
5km마다 길 바닦에 쓰여 있는 흔적을 살피며 시간 계산을 해보는데
딱딱 맞아 떨어져 그때는 재미가 날 지경이었다.
세 번째 휴식처 62.8km (제한 9시간)
한번 답사했기 때문에 길이 눈에 익어 지루하지가 않았다.
예상한대로 역시 인가에서 떨어진 곳에 체크 포인트가 있었다.
새벽 2시 34분 도착 합격!
와와~! 함성.
완주 할 수 있겠다며 녹향이 카메라 들이댄다.
면벽,설악장군봉, 거북이,등등 58멍들이 밥을 먹고 전열을 정비하는 속에
애주, 깜장, 앵두, 똘똘이 등 자원봉사자들에게
시간에 쫒겨 아는 체도 별로 하지 못한다.
허리쌕을 풀러 버리고 비닐봉지에 준비해 온 바세린을 가슴선에 다시 발랐다.
서둘러 떠나는데 똘똘이가 걱정스러운 듯 따라오며 아침에 만나잔다.
전장에 나가는 전사 같은 심정이 이럴까? (^^)
되돌아 나오는데 두어사람 더 들어오고는 그 이상 인적이 끊겨 버렸다.
다시 홀로주였다.
70km지점까지 계산은 맞았다.
그 이후로부터 거리표시도 잘못 보았고 시간계산도 틀려지기 시작해 마음이 급해졌다.
아무리 달려도 80km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계산이 틀려 버리자 마음에 실망이 생겼는지
75Km부터 무릎이 고장이 나서 달려지지가 않았다.
밤티재를 걸어 오른다.
사투시작~!
다 오른 다음 달려지겠지 했던 다리는
내리막길에서 더욱 시큰거려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암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불렀다.
아버지! 엄마!
저, 완주할 수 있게 다리 좀 어떻게 해줘요!!!
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도와주세요!!!
반딧불이 달림이들도 인적 끊긴 고요한 산길을 혼자 내려오며
절규했다.
점점 추워지고 콧물은 쉴새없이 흘러내린다.
뒤에도 앞에도 인적 끊긴 산길에 희부염 여명이 찾아오고 있었다.
가끔씩 대회차량만 흘낏 쳐다보며 지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추위에 떨며 아픈 다리 끌고 내려오는데
뒤에서 소리가 나서 돌아다보니 불꽃부부가 온다.
이 고행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저 부부가 참으로 부럽구나!
걷는 나를 걱정스러운 듯 지나친다.
마지막 휴식처 84.4km
날은 완전히 밝아 있고 나는 19Km를 계속 걸어왔다.
경찰차 세대가 서 있고
몇 사람의 자원봉사자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픈 다리를 내밀었다.
지방 어디서 올라오신 달림이라는데 내 무릎을 정성스레 주물러 주었다.
나, 완주하고 싶어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요~
6시 40분쯤 되었을 것 같다.
그 중 어느 봉사자는 지금 부지런히 가도 제한시간 내 완주하기 어렵다는 말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몇몇 달림이들을 주저 앉혔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라니~
내게는 먹히지 않는 사탕발림이었다.
초코렛 하나를 입에 넣고
포기하라는 말을 흘리며 다시 떠났다.
여기서부터 나는 완전히 꼴지였다.
경찰차가 뒤에서 따라오고 대회차량이 올라타라고 하지만
완강히 고개 저었다.
걸어지지 않을 때 그때는 포기하리라!
이렇게 걸으면 키로당 10분은 되려나?
시간체크 열심히 하면서 앞뒤 팔을 휘저으며 부지런히 걸었다.
이제 완주패는 별 의미 없다.
기록증도 의미 없다.
완주만이 목표였다.
이상스레 다시 달려졌다.
8분페이스쯤 얼마동안 가다가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우려했던 고관절이 말썽을 부렸다.
간다. 가는데까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간다.
90.8Km 지나고 영열님이 저 앞에서 달려온다.
반갑다. 무지 반갑다. 콧날이 시큰해져 왔다.
뒤이어
불꽃 아들이 자건거 타고 나타났다.
녀석이 말없이 뒤따르고 경찰차도 뒤 따르고
대회차량은 다시 포기하라는 유혹을 하고...
다시 완강히 고개 젓는다.
불꽃 아들도 부담스러워서 가라고 손짓했지만
“하실 수 있어요!”
그럴까? 해낼 수 있을까?
걷다 다시 달림을 시도해 보다
시간은 왜 이다지도 빨리 가고
왜 이다지도 거리표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혹시 거리표시가 되어 있지 않나 하얗게 보이는 바닥을 훑어본다..
제한시간 내 완주! 할 수 있을까?
걸어서는 안되겠지? 시계를 자꾸 들여다본다.
95Km 표시가 지나가고 두 분의 자봉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옆에서 뛰어 주었다.
"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제한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
될까? 안될까?
아리송했던 마음에 희망이 생기면서
달려지지 않을 것 같았던 다리가 다시 움직였다.
97Km 지점쯤 되었을까?
빵빵!!!
“김순이 힘내라 힘내~! ”
흘끗 쳐다보니
남편의 차가 앞에 있다.
우왕~~~~~
흐느낌을 넘어서 통곡을 했다.
그렇게 울면서 달리는데 저 만치 준섭이가 달려왔다.
다시 우왕~
준섭이를 보자 제한시간 내 완주는 틀림이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교통경찰들이 거수경례를 붙이고 (뒤에 따라오는 차량에게 하는 듯)
신호정지를 해주었다.
교통경찰들이 온통 나를 위해 거리통제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참으로 이상했다.
안도와 함께 걷다 달리다를 반복하던 다리는 천천히나마 멈추지 않고 나갔다.
“58개띠들 다 나와라, 민들레 들어간다!”
준섭이가 두 번씩이나 나의 소재를 알려 주었다.
방자가 달려오고 빛고을이가 달려오고
보인다. 보여! 경기장이!!!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다 왔다, 힘내라 힘내.
지하철이 경기장 입구에 나와 환하게 반겨주고
드디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자 58친구들이 우루루 나와
트랙을 같이 돌아준다.
“ 58!”“ 멍멍!”
“ 58!”“ 멍멍!”
한사람의 주자를 가운데 두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응원주를 해주다니
경기장은 온통 58의 함성이었다.
웃으란다.
웃으며 사진 찍히란다.
아~ 웃고 싶다.
하지만 골인하는 순간 통곡을 하고 말았다.
마이크를 잡고 울면서 꼴찌주자의 소감을 피력했는데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에 없다.
주저리주저리 울면서
나의 이백오십리 대장정은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첫댓글 2005년 민들레의 울트라 완주기를 읽는데 내 눈에는 왜 눈물이 고이나....
이번 전주울트라에 어떤 인간드라마가 엮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1/13 부산에서 영하의 날씨에 새벽 칼바람을 맞으면서 안민고개를 넘는것도 참기 힘든데, 안전과 발밑을 밝혀줄 깜빡이와 랜턴도 고장나 발밑을 더듬으며 고개를 넘던때가 생각난다. 전주에서 피어오를 도전과 성취의 드라마가 기대된다.
어느덧 세월이 몇년을 훌쩍 넘겨지만 들레 여사 여전히 잘뛰댕기더라.
중간 지점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대관령 ! 동반주 고마웠다. 처음본 민들레 씩씩하게 잘뛰더라.
그때 전주 종합운동장은 찬란한 한송이의 민들레꽃으로 빛났었지...벌써 2년이 지난네...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부동산전문가 들레가~울트라를~~거짓말 이겠지~?우야튼 감동적인 드라마라~순식간에 읽었다~
이글을 읽는데 코끝이 찡한다~~~민들래 고생많았네~~그러나 고생한만큼의 희열두 느꼈네~~~수고했어~~~
나도 울트라를 달려보았지만 울트라 뛰댕기는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야.....생각만해도 징그럽다.
증말 사심이 찡허네..
나두 널 보면 사시미가 아른 거려~~
글을 읽으면서도 그 때의 그 감동적인 장면이 선명히 떠오르는구나 ㅎㅎ. 이 아줌씨 1년 후에는 자봉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바쁜 와중에도 새벽녘에 내려와 90km지점에서 커피를 타주면서 화이팅을 외쳐주던 것 또한 1년이 지났구나. 참으로 세월이 빠름을 실감한다.
나두 울트라 하고싶은 충동이 으아악~~
엊그제 같은데 벌써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그래 그때우리 그렇게 거기서 한여인 아니우리58들의 진한 우정을 가슴에 세겼었지...
내 울트라 인생의 첫 머리를 올려준 2005년 재 1회 전주 울트라대회.....2 년전의 잔잔한 그 감동에 글 을 읽고 있는 이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본다 증말 증말 보고싶다 민들레 김순이~~~~~
얼굴 한번 봐야써는디 못봣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