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초등학교동창회가 있었다.
68년 졸업을 했으니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졸업사진을 보면 어디 아프리카의 애들처럼 촌티 풀풀 날리는 모습이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이제는 모두 백발이 성성한 초로의 친구들 모습에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준다.
아침에 집을 나와 시골집에서 준비한 선물용 술 셑트를 싣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시간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예년처럼 이 것 저 것 챙겨주고 싶지만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아쉽다.
도착하니 벌써 회장, 총무를 비롯 친구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 번에는 회장님이 거금을 스폰하고 한양의 또한 친구도 스폰한다 는 소식이다.
회비도 안 받고 동창모임에서 처음으로 소고기로 파티를 했다.
흐뭇한 얼굴들 보니 반갑고 못 온 친구도 많아 아쉽기도 하다.
술도 못하고 마침 이날이 우리 집 서열 1위인 아내의 생일이니 소홀했다간 일 년 내내 마음에 남지 싶기도 해서 점심을 하고 2차는 참석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저녁 겸 가족외식을 했다.
오늘은 두 끼를 소고기로 배를 채웠다.
일요일에는 마음에 두었던 재래식 부엌의 무쇠솥을 손봤다.
87년 내가 결혼하는 해에 집을 지었고 그때 걸어두고 생전 써먹지도 못하고 세월만 갔으니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녹은 빨갛게 겉을 덥고 ~~~~~~~~~```
솥 셋 중 두 개가 바닥에 구멍이 났다.
젤 작은 솥은 뚜껑도 금이 갔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 없다.
이 거라도 걸어서 고래를 막아야 위풍을 막을 수 있고 보기도 안 좋다.
전날 철물점에서 산 철브러시를 그라인더에 장착해서 녹부터 벗겨냈다.
아직 어깨가 시원찮지만 위로만 안 올리면 작업할 수 있겠다.
녹먼지에 얼굴이며 옷이 굴뚝 쑤신 사람처럼 벌겋다.
콧구멍도 벌겋고 목도 컬컬하다.
벗겨낸 솥뚜껑과 솥에 콩기름을 듬뿍 발랐다.
언제 또 손을 볼지 모르니 최대한 많이 발라서 산화방지막을 형성했다.
이 솥뚜껑은 종종 꺼내다 화덕에 걸고 삼겹살을 구울 참이다.
부뚜막을 쓸어내고 솥을 걸었다.
언뜻 보면 멀쩡해 보인다.
화덕에 양은솥을 걸고 물을 데워 세수하고 컴프레셔 돌려서 옷에 먼지를 털어냈다.
점심 먹고 지팡이 들고 토종벌 둘러보고 절이 있는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
낯설다.
"어디 사세요??"
"예, 건너편 주유소에 살어유~~~`당도 있고 해서 이렇게 운동해유~~~~~~~~~`"
어디 터가 있으면 컨테이너라도 놓고 지내고 싶단다.
"그려유, 지는 여기가 고향이고 고향집이 있고, 저 앞에 선산도 있고 주말마다 돌탑도 쌓으면서 지내유~~~~~`"
"대단하시네유~~~~`부럽네유, 언제 주유소에 놀러오세유~~~~~~차라도 한 잔하지유~~~```"
늘 주말은 기다려지고 바쁘고 그렇다.
할일 없어서 우울증 걸리는 것 보다 열심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해야겠다.
'걸을 수 있을 때 까지만 인생이다.'
이런 수사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또 한 주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