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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사 매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 |
2015_11_23_월
우리의 이 작은 기도가... 봉헌이...
먼저 우리를, 이웃을,
마침내 어지러운 이 세상을 구원할 것
강론 :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장위1동 선교본당)
사방이 어둠 천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광장 미사에서 하느님께 드렸던 본기도의 한 구절입니다. 그러나 어둠을 어둠으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입니다. 서글프고 착잡한 마음으로 광장의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냥 아무 것도 없었던 세상처럼 웃고 떠들고 즐기고 누리는 사람들의 귀가길이며 나들이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아픔과 고통 속에 매어서 불안과 슬픔 속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는 것을 하느님께서도 바라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또한 오늘 우리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평화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더 이상 부당하게 아픔을 겪는 이들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인간과 동료 피조물들의 존엄이 손상당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만! 이제 다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마련하신 조화와 질서의 세계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고용의 불안을 일으켜 세대 간의 갈등까지
이끌어 내고서 과연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이제 그만
합시다.
이제 일자리를 가지고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일을 그만 합시다.
부정한 재물로 썩어
넘치는 부자들의 곳간을 털어 일하고자 하는 모두가 안정적으로 직장을 가지고 아름다운 저녁을 가족들과 함께 따뜻이 맞이하는 세상을 만드는 진짜
노동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제 그만 합시다. 조삼모사! 어제는 눈물을, 오늘은 질시를 보내는 눈에 보이는 연기도 그만 합시다. 억울한 죽음, 억울한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는커녕 감추고 숨기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희생이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기를 위해 우리는 기도합니다.
이제 그만 합시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40년, 70년, 100년 전으로 돌아가 어리석고 얄팍한 친일과 매국과 독재의 행위를 했던 조상들에게 이를 멈추기를 간절히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이미 행해진 행위에 대한 미화나 왜곡 또한 불가능한 것입니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불편부당한 행위들이 미화된 역사책을 박물관 한 귀퉁이에 놓고 우리 세대를 얼마나 업신여길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니 이제 그만 합시다. 이것이 우리들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 우리는 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제 그만 합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을 바탕으로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멈추고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민중들의 외침을 차벽과 물대포 따위로 막으려는 전근대적인 폭력행위를 이제 그만 합시다. 불의한 정권은 언제나 그래 왔습니다. 4.19때도 그랬고, 5.18때도 그랬고 6.10때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반인권적인 폭력행위는 우리 역사의 부끄러움으로 남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고 병상에서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70노인에게 반성과 사죄를 보내어 그를 억울함에서 일어나게 합시다. 이것이 우리가 백남기 어르신을 기억하고 그분께서 마땅히 일어나심을 기도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가 이처럼 기도하며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세상이 이야기하는 힘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오늘 독서에서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는 이방인의 땅 바빌론으로 땅으로 끌려갑니다. 자신들이 살던 풍습과 신앙과 일상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딴 세상입니다. 이들이 믿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이방인들의 삶에 맞추어 사는 것만이 살아날 유일한 방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망막산천, 사면초가의 한 가운데에서도 야훼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들을 지켜준 것은 든든한 정치세력도, 막강한 자금줄도 아닌 주 하느님, 야훼이셨습니다. 그러니 오늘 힘없고 지친 백성들인 우리들이 노래 부를 곳은 하느님 한 분뿐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유입니다.
가진 것도, 시간도, 여유도 없는 우리들입니다. 일상을 빠듯하게 보내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이곳 광화문에까지 나왔습니다. 커다란 희생이고 헌신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어지러운 시대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내게 무슨 힘이라도 있다면, 꾸짖어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능력도, 돈도 없다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십시오. 세상을 구할 힘이 없다고 포기하지도 마십시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동전 두 닢을 봉헌한 과부를 칭찬하십니다. 사실 렙톤 두 닢을 봉헌한 과부는 예수님 자신이셨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실현하려고 이 땅에 사람이 되어 와서 진짜 사람이 되었건만 정작 당신이 구원하려는 사람들은 차가운 얼굴로 대하고 이제 당신의 마지막 때를 맞이하게 됩니다. “스스로 바치는 이 작은 제물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한탄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하실 수만 있다면 제 잔을 거두어주십시오.”라고 말하신 것처럼 당신의 사명을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때 보인 과부의 립톤 두 닢은 가장 가난한 자의 모든 것! 진짜로 사람이 되신 바로 당신 자신이셨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마지막 때를 온전히 봉헌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니 가진 것이 없다고, 이 작은 힘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주저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이 작은 기도가, 우리의 이 작은 봉헌이 먼저 우리를 구원하고, 이웃을 구원하고 마침내 어지러운 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김경자 노동자(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
혼란스러운 세상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언제든지 해고되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잘못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그것에 대한 해법으로, 정규직을 비정규직처럼 일방적으로 해고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 고용 안정을 위한 방안을 찾으면 됩니다. 비정규직 임금이 낮으면 임금을 올려주면 될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규직 너희들이 양보하면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기간 2년을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하고, 35세 이상이기 때문에 한다고 하고, 55세 이상은 모든 파견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고, 연봉 5500만 원 이상이면 고액연봉자이니깐 다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청년학생들이 어렵게 공부해서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데, 정부의 이야기를 받아쓰는 이 언론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들이 뭔가를 양보하지 않아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다고 하면서 정규직이 해고되어야 청년들 일자리가 생긴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노동자들은 너무 억울합니다. 이렇게 만약 해고가 된다면 과연 누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 노동개악은 안된다고 싸우면 저희들을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할 뿐만 아니라 폭력집단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심지어 지난 21일 토요일 민주노조의 전국 중앙 조직인 민주노총과 산별 8개 건물을 압수수색했습니다. 2014년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겠다고 압수수색 왔을 때도 영장청구된 간부들만 찾았지 사실 민주노총을 압수를 진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민주노총과 산별 노조의 모든 문건들과 창고들과 물건들과 종이라는 종이는 다 가지고 갔습니다. 그들이 야기 하는 것은 이들은 폭력 집단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묻고 싶습니다. 저희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 되는 것 맞습니까? 저희들이 버스가 막고 경찰들이 저희들을 막고 있으면 그 경찰 때문에 무서워서 저항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입니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11월 14일 저도 민중총궐기에 참석했습니다. 농민들도 우리 밥쌀 지키겠다고, 빈민들도 추울 때 철거되지 않길 바라고, 돈이 없더라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 민중총궐기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이 모였는지, 15만이 왜 모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그들이 밧줄을 댕겼다는 이야기만 합니다. 정부는 아무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고 차벽을 치고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캡사이신으로 고통에 빠뜨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 백남기 농민께서 쓰러지셔서 지금은 의식이 없습니다. 영상을 몇 번 봤는데요, 물대포를 맞은 자체가 뇌진탕이 생기는 상태였습니다. 공권력이란 최소한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유여하를 떠나서 먼저 사죄하고 찾아가서 백남기 어르신의 상태가 어떤지 살피고 보호자들에게 위로하고 그리고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 모든 것의 책임을 민중총궐기를 주최했던 농민이나 빈민이나 민주노총이나 이런 조직에게 떠넘길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정권을 보면서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너무나 답답합니다.
이 자리에 4.16 세월호의 304명 미수습자를 포함한 희생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정말 많이 울었는데요, 팽목항도 가봤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이야기 했죠. 진상을 밝혀야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어떤 진상이라도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요. 특위의 어떤 활동도 방해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나? 하는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11월 14일 모였지만 저희들이외치는 소리가 전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공공언론은 장악되어 있고 몇몇 진보 언론이 애쓰고 있으나 역부족입니다. 해고를 쉽게 해야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는 이야기만 텔레비전에 나왔지 저희의 억울함은 전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다, 이런 생각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신부님들께서 시국미사로 우리 얘기를 직접 해 주시고, 저희를 위로해 주시니 살 것 같습니다. 저희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필요합니다. 억울함을 말할 수 있는 공간, 억울함을 소통하여 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11월 14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들의 목소리는 전혀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오히려 억울하게 사경을 헤매는 농민, 그리고 폭력집단으로 매도되는 조직만 있고 고통 받는 우리 민중만 생겼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항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더 우리의 발을 입을 묶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할 것입니다. 12월 5일날, 2차 민중총궐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파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국정교과서 문제가 너무나 심각해서 전교조가 지난주에 연가 투쟁을 했다고도 들었습니다. 저항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믿습니다.
2015년에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제가 할 수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백남기 농민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저도 행동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이영선 신부(가톨릭농민회 전국 지도신부)
농민 백남기 임마누엘 씨는 제가 신학교 1년 때 만난 분입니다.
농민 입회자 교육 받고 하면서 같이 잠도 자고 이야기도 많이 했던 분입니다.
가서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러고 있을까...
또 한편으로 그러면 우리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것이 아주 답답하게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일어나시라고 모여서 기도하고 미사하고 또 평화의 인사 나누고...
아무리 생각해도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볼 재간이 없는 것 같아요.
못 들은 척 하고 안 들은 척 하고...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까 중환자실 가지 임마누엘 씨 보고 인사하고 왔습니다.
나는 아는 체 하고 인사하고 왔는데 그분이 나를 보고 알아 봤을까...
그래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길게 역사를 보면 지금 겪는 일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만큼 더 단련을 시켜서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게 하시려는가? 생각도 해보지만 지금 겪는 현실은 너무 답답해서요.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매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백남기 임마누엘 씨와 농민들을 위해서 미사합니다. 기도해주시고 찾아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함께 마음 모아 주시고 함께 손잡고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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