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년 8 월 2 일 화요일 흐리고 비
가끔씩 비가 그치는듯 하다가도
올 여름 내내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 뉴스 덕분에
도무지 비가 그치질 않으니
삼라만상 모든것이 시원찮기만 하다.
해마다 초록의 잔치가 시작되는 이맘때 쯤이면
호박 토마토 오이 가지 옥수수랑
상추를 비롯한 싱싱한 먹거리들이
건강한 밥상의 풍요를 부지런한 농부에게
축복의 선물처럼 안겨주는데
햇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겹도록 쏟아지는 빗줄기에 지쳐
모든 작물이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몇 포기만 심어 놓아도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부지런한 농부의 밭에서조차
올 여름 기나긴 장마철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그뿐이랴 ?
해마다 큰비가 오면
여기저기 수해 피해는 연중행사인줄 알지만
요즘의 기상 재해는 갈수록 심각해져
과학 문명의 힘에 기대어 악착같이 지켜온
우리 삶의 모든 토대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며
앞으로 닥쳐올 무서운 재앙을 예고하는듯 하다.
과연 인간의 힘으로 막을수 있는 것일까 ?
자비로운 신의 위대한 사랑은
인간만을 위해 있지 아니하고
삼라만상 천지 만물의
조화로운 사랑에
있음을 알아야 할것이다.
인간만을 향한 신의 사랑 앞에서
자연을 섬기는 모든 신성을
철저히 무시한 죄의 댓가를
어찌 그냥 넘어갈수 있으랴 ?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잊게 될것이다.
그토록 많은 비가 왜 내려야 했는지를...
수도권 지역에 무너져 내리는
비 피해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가로이 흘러가는 풀천지의 소박한 일상이
오늘도 계속된다.
보기좋은 마늘들은 전부 시집 보내고
튼실한 마늘들은 종자로 보관하고 난 후
못생긴 마늘들은 맛있는 마늘 장아찌를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손이 많이 가는 주아를 비롯하여
종자 마늘들을 잘 손질해 두었다.
비상시에 쓰이게 될 마늘도 비축해 놓았다 ~
배추 씨앗을 넣고 있는 풀향기 아내의 얼굴이
다시 행복해진다.
자연과 함께 하는 일만큼
모든 상처를 치료할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
부지런한 손길에서 피어나는 작은 씨앗의 꿈은
함께 자라나 행복의 결실을 어김없이 맺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동물들 먹이 주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날마다 개밥을 따로 끓여야 하고
대식가인 토끼들에게도 만만찮은 풀을 연일 공급해 주어야 하는데
특히나 장마철엔 젖은 풀을 주면 위험하므로
미리 준비해두어야 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별장 창고를 가로질러
산짐승을 잘 지키고 있는
이쁜이와 바람이에게 비가오나 눈이오나 거르지 않고 밥을 나르는 일도
매우 쉬운일 같지만 꾸준한 정성이 습관화 되어있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닭들과 오리들 먹이도 주어야 하는데
날마다 물통도 깨끗이 청소해야 되고
해로운 사료를 일체 먹이지 않으려니
며칠마다 한번씩 양질의 모이를 만들어
덤벼드는 닭들에게 시달리며
일일이 먹이를 주는 일도
보기보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해보면 알게 될것이다 ~
재홍이는 예초기로 콩순을 자르고 있다.
구태여 콩순을 자르고 싶지도 않고
자르지 않아도 괜찮으면 좋으련만
콩이 웃자라게 되면 쓰러지기 쉬워
한번 쓰러지면 열매가 달리지 않는 콩의 특성상
최소한 두번 정도는 콩순을 쳐주어야 하고
또한 콩순을 질러주어야지
새순이 많이 돋아 콩이 훨씬 많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치지 않는 빗줄기의 와중에서도
땅콩은 참 잘된것 같다.
나중에 캐어보아야 확실히 알겠지만
사람이나 작물이나 기도나 기세만 보아도
됨됨이를 충분히 짐작할수 있게 된다.
가끔씩 자주 오줌도 치워주고
잿간 화장실의 변도 치워주어야 한다.
재주만 뽐내고 사는 도시인들에게
생명농업을 지켜내는 의로운 길은
궂은 일이 일상화되지 않으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는것이다.
풀향기 아내는 자신이 만든 수수빗자루로
여기저기 청소할때마다 흥겨워한다.
오늘도 비소식이 있었는데
잠깐 개인 아침 나절의 쇄락함은
긴 비에 숨어있던 꽃잎들을 보여주었다.
올 여름은 개울물도 참으로 바쁘기만 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졸고 있어야
모든 생명들도 함께 쉴수 있었을텐데 ~
하천부지 밭의 도라지 꽃들도
긴 장마에 실종된 잃어버린 여름날의 꿈을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다.
작년 겨울 혹한에
매실이랑 살구랑 앵두랑 얼마 안열린 자두까지
싹쓸이 하다시피 망쳐버린 일이 미안했던지
무성한 호두나무의 호두 열매는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빗속에서도 용케
머루 열매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머루나무는 한그루만 잘 키워도
엄청나게 많이 열린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옛말이 있는데
요즘은 딸이 대세이니
잘 키운 아들하나 열 딸 안부럽다는 신조어가 성립되는 모양이다.
여자 스포츠 스타중에서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는
이천오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는데
아직도 취직 못한 일류대학 나온 아들넘에 비하면
과연 사나이 대장부의 권위와 체면이 구겨진지 오래되었다.
풀천지 가족의 건강한 식단을 위하여
가끔씩 녹두죽과 팥죽을 끓이다보니
풀향기 아내의 죽끓이는 솜씨는
괜찮은 편인데
오랫만에 끓인 팥칼국수도
긴 장마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별미가 되어준다.
맛깔스런 팥칼국수로 아점을 먹고나니
본격적으로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해도해도 너무한 구질구질한 끈질긴 비에
하느님께 들리지 않도록
속으로만 투정을 하며
며칠 후에 연이어 찾아올 손님들을 위하여
별장창고의 나무들을 껍질벗기고 치우는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기계톱 하나를 11 년째 쓰고 있으니
알뜰하게 오래쓴 편이다.
계속 고쳐쓰다보니 이젠 노후화되어 바꿀때도 되었는데
소박한 형편에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다.
콤푸레샤를 이용하여
수시로 청소하고 관리해주어야 한다.
집 지을 재목들이니
내년쯤엔 집을 짓기 시작해야 될텐데
그전에 며느리가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
나무 껍질 벗기는 일은
날마다 동물 먹이 주고
화장실 거름 치우는 일과
뙤약볕 아래서 무성한 풀 매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다.
재홍이 말처럼 사나이 대장부의 포부라면
일은 힘들수록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
풀천지의 독창적인 생각으로 탄생된
작업대는 얼마나 편리한 멋진 작품인지 모른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걸쳐 놓은 나무의 옹이등을 칠때
기계톱이 직접 쇠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재홍이가 실수로 쇠에 톱날을 치고 말았다.
그럴땐 반드시 야스리질을 하여 날을 세워주고 난후
기계톱질을 다시 시작하여야한다.
화창한 날을 기다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툇마루에 베이비 오일 칠을 한번 더 해두었다.
무엇이든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두고두고 행복할수 있고
우리네 사랑도 잘 가꾸어 놓으면
영원히 행복할수 있다.
늦은밤까지 작업을 강행하여 말끔히 치워놓았다.
모든 일이 힘들기만한 귀농초기에는
쉬고 싶어 비오는 날만 기다리곤 하였는데
귀농 생활을 제대로 해나가다 보면
비가 오는 날이면 미뤄둔 일을 꺼내어
맑은날보다 일을 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반드시
일을 즐겁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일이 곧 놀이가 될수 있도록
부지런한 습성이 몸에 완전히 배일수 있어야 한다.
풀매기의 달인 풀향기 아내가
긴 장마에 풀을 제대로 매지 못하여
근질거리는 몸과 마음을
각종 효소와 식초 그리고 술 거르기에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리고 풀천지 곁으로 와
도란거리며 마늘 장아찌 담을 마늘을 까고 있다.
물론 마늘도 엄청 빨리 잘깐다.
최소한 풀천지 세 남정네들보다 훨씬 더 ~ ^^
산비탈에 재홍이가 예초기로 쳐놓은 잔가지들도
말끔히 걷어다가 파쇄하여 거름도 하고싶고
퇴비장 옆에 쌓아놓은 왕겨도
닭장등을 긁어내어 함께 거름도 만들어야 하고
장마가 완전히 물러나고 화창한 날이 찾아오면
밀도 털어야 하는데
오늘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계속 비가 내리면
우리가 사는 땅에선
기름값이 오르고
야채값이 오르고
과일값이 오르고
고깃값이 오르고
생선값이 오르고
보험료가 오르고
교육비가 오르고
온갖병이 승하고
스트레스가 오르고
온갖 물가가 오르지 않은게 없다.
이 비가 그치면
조금이라도 내리는게 있을 것인가 ?
아무것도 믿을수 없는 세상에
소박한 마음 하나 먼저 비워내야 할것이다.
첫댓글 이제야 일기가 올라왔군요. 항상 놀이를 하시는 풀천지가족이 부럽습니다. 동물들 먹이 주는 것도 큰일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먼길도 함께 떠나기가 어렵겠지요. 항상 함께하시는 가족이 귀하시겠습니다.
쪽지도 계속 가끔 보내드리겠습니다. 묵상하시고 착하고 좋은 며느리 꼭 보시길 바랍니다.^^
늘 아낌없는 마음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쪽지의 내용들은 풀천지의 삶과 비슷한 점들이 많더군요 ~
모두가 실천하는 삶속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저도 그 말씀이 풀천지와 비슷한 삶에 놀라기도 한답니다.^^~~
맞아요 빨리 며느리가 드러와야 할텐데 너무 고르시는거 아닌지
고마운 말씀입니다.
인연은 정해진 것이니
때가 되면 찾아오게 되겠지요.
풀향기님의 미소가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팥 칼국수에 침한번 삼키구요...^^
철비가 너무 귀여워요..
우리집 고양이는 며칠째 행방불명이 되어
저의 맘을 애태우고 있는데...
얼마 전 나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는데..ㅠㅠ
살쾡이가 사라진 요즈음
고양이들이 뱀도 잡아먹을 만큼 야생의 강자라는데
어쩌다 만신창이가 되었을까요 ?
철비도 하는짓이 귀엽고 예쁘지만
커갈수록 날카로운 야성의 본능을 보이더군요.
동물에게도 정을 주는만큼
서로 행복해지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