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전계정’, 이 낯선 용어는 민간 소득과 정부 재정 등이 0~85세 이상 각 연령대 사이에서 어떻게 이전 및 배분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란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정책을 개발할 때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만들어져 1월에 처음 발표한 국가 통계의 한 개념이라는 데 솔직히 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튼, 연령대 간 이전을 통한 경제적 자원 흐름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이 통계의 핵심이라서 저런 이름이 붙었단다.
전체 인구가 경제력을 가질 수는 없다. 유소아부터 미성년, 미취업자는 물론이고 연금 혜택마저 누리지 못하는 고령층은 일단 경제력이 전혀 없는 셈이다. 누구나 소득이 생기는 건 아니니 결국 소득을 나눠 쓸 수밖에 없는 구간이 있고, 이를 연령대별로 확인하는 것이 국민이전계정의 핵심이라고 억지로 이해한다. 민간 소득뿐 아니라 정부 재정도 포함돼 소득과 소비가 어떤 연령에서 얼마나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재분배 지표라나.
이론이건 실질이건 간에 경제와 관련해서는 숫제 젬병이다 보니 내게는 이런 개념이 솔직히 너무도 난해하다. 지독히 싫어했던 수학 과목만큼이나 외면하고 싶은 개념이다. 아무튼, 국민이전계정에서 국민 한 사람당 생애주기의 흑자와 적자는 순수 노동 소득에서 소비를 빼서 산출한단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노동력과 소득은 없고 소비만 하는 유소년층과 노년층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흑자를 유지한 연령층은 15~64세 사이라고 한다.
이처럼 연령대별로 흑자와 적자를 기록하는 통계가 발표됐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그저 지금의 나는 어떨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계량화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겠지만, 나의 처지를 대입하면 현재는 적자가 아닐 거로 보인다. 하지만 조만간 나도 적자 구간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하다. 통계적으로 본 소비 행태는 전 생애에 걸쳐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띤다는데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이 줄면 소비할 수 있는 한계는 금방 닥칠 게다.
사실 생활의 질이나 삶의 만족도 같은 건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나 적용될 이야기지 싶다.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는 사람이라면 생활의 질과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달리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겠는가? 오늘 살기도 바빠 미래를 준비할 겨를조차 없지만 이런 뉴스를 접하면 오만정이 다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세밑이 다가오면서 심사가 쓸쓸한데 공연히 본 이런 기사 때문에 마음이 더 어지럽다.